토스 구주 매각 흥행은 가격 낮춘 탓...IPO 가늠자로는 아직 '미지수'
입력 2024.02.20 07:00
    취재노트
    1200억 구주매출에 기관 수요 몰려…"5.5兆 밸류"
    펀드 만기 대응해야…"많이 빠르게 가져갈 기관 선호"
    상장 청신호?…"실적으로 기업가치 증명해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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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시장에 출회된 비바리퍼블리카(이하 토스) 구주 물량에 대해 여러 기관투자자(이하 기관)들의 러브콜이 이어졌다. 본격 상장 추진을 앞두고 토스의 기업가치에 대한 세간의 평가가 우호적이라는 방증으로 보인다는 평가가 적지 않게 나왔다. 

      그러나 상장 흥행 가늠자로 삼기는 다소 한계가 있어 보인다는 평가에 훨씬 무게가 실린다. 토스 구주를 내놓은 기관은 임박한 펀드 만기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에 따라 구주 가격을 예상보다 낮게 책정했고, 상장 절차에 착수한 유니콘 기업의 구주가 저렴하게 나오자 이에 기관들이 매력을 느꼈을 뿐이란 분석이 나온다.

      토스가 원하는 기업가치 수준에 대해서는 여전히 시장 내 이견이 많다는 점이 결국 핵심이란 지적이다.

      최근 우리벤처파트너스가 보유한 토스 주식 80% 구주매출 입찰이 진행됐다. 단가는 3만원으로, 총 1200만원 어치의 구주가 매각 대상이었다. 토스의 장외주가 수준이 5만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저렴한 가격에 출회된 것으로 평가됐다. 이에 많은 기관들이 구주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토스 구주에 대한 투자 수요가 적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상장을 앞두고 우리벤처파트너스가 토스의 구주를 내놓은 것은, 펀드 만기 때문이었다. 우리벤처파트너스는 'KTB 해외진출 플랫폼 펀드'와 'KTBN 7호 벤처투자조합'을 통해 토스에 투자했는데, 두 펀드 모두 만기를 앞두고 있다. VC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벤처파트너스는 최대한 많은 물량을, 최대한 빨리 매수해줄 수 있는 기관들을 위주로 선정하려는 분위기였다. 일반 VC들이 구주 매각 대상 기관으로 선정되기 어려웠던 이유로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구주 매각 흥행 자체가 토스 상장에 청신호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반론이 만만치 않다. 기본적으로, 토스가 10조원대의 몸값을 인정받길 원하는 데 여전히 이견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분석이다. 실적만 놓고보면 시가총액이 6.5조원 수준인 카카오페이와 크게 다를 바가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카카오페이는 월간 사용자수(MAU)가 2023년 기준으로 2410만명에 달하지만, 영업손실이 이어지고 있고 광고 매출이나 카드 중개 매출을 플랫폼 기반의 매출원으로 삼으려 하는 중이다. 토스도 마찬가지다. 출시한 플랫폼도 여럿이고 사용자도 적지 않다는 점이 기업가치 소구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되레 토스의 매출액은 LG유플러스로부터 PG사업부를 인수한 덕택에 개선되는 모양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토스 구주매출 딜이 돌고 있는 것은 알았지만 투자하지 않았다. 구주 매각가 3만원을 기준으로 토스의 밸류는 5.5조원 수준인데, 사업 구조가 유사한 카카오페이의 시가총액이 6.5조원이다"라며 "토스 구주에 투자하더라도 업사이드가 1조원 수준 밖에 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기관 입장에서, 상장 직전 기업의 구주는 매력적인 투자 대상일 수밖에 없다. DN솔루션즈가 3월말~4월초까지 클로징하는 것으로 계획 중인 프리IPO(상장전 지분투자) 또한 상장을 앞두고 진행되는 덕에 기관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 계획대로 상장만 된다면 원금을 안전히 회수할 수 있고 그 이상의 차익을 바랄 수도 있어서다.

      그러나 2020년 공모주 열풍 당시에 비해 시장은 수익성 등 가시적인 지표를 중시하는 분위기다. 기관들 마저도 단기 모멘텀 투자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해외 투자자도 국내 상장 주식보다도 공모주에 투자해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거론, 외국계 증권사들을 통해 공모 물량이 적어 상장 당일 주가 상승 가능성이 큰 국내 공모주 참여 방법을 묻기도 한다고 전해진다.

      플랫폼 기업이긴 하지만, 토스의 상장 추진 사실은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 등 피어그룹(Peer Group) 기업들이 속속 흑자를 내는 상황에서 진행됐기 때문에 관심을 한 몸에 받은 것이란 평가가 적지 않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수익성으로 기업가치를 증명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이번 구주 매각 흥행은 단순히 주당 단가가 예상 가치 대비 낮아서 발생한 일로, 공모주 청약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때에도 비슷한 반응이 나올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