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땐 굴뚝에 연기?…당국의 4월 위기설 일축에도 여전히 불안한 건설업계
입력 2024.02.21 07:00
    금융위, 건설사 4월 위기설 일축했지만
    언급된 일부 건설사, 실제로 어려워
    사업성 재검토 나선 금융사들
    건설사 생존 여부, 조달 능력에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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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건설사 4월 위기설'이 시장에 돌자 사실 여부를 떠나서 시장 참가자들의 고민이 커졌다. 일부는 4월 국회의원 선거(총선)과 겹쳐 떠도는 루머일 뿐이라는 판단을, 다른 일부는 위기가 현실화할까 고민하기도 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시중에 돌아다니는 건설사 4월 위기설에 대해 "가계부채 문제건 부동산 PF 문제건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지금 정부의 일"이라며 일축했다. 건설사 4월 위기설은 설 연휴를 앞두고 퍼졌다. 십여개 건설사가 4월 법정관리를 신청한다는 내용이었다. 대기업 계열사도 포함돼 있었다. 

      당장 진위 파악은 되지 않지만, 이들 모든 건설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가령 한 대기업 계열사는 사모사채 발행, 사업부문 매각 등을 통해 '일단' 단기적인 유동성은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언급된 일부 건설사는 실제로 상황이 힘들기 때문이다. 불을 땠으니 굴뚝에서 연기가 나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후에도 '1군 건설사도 올해 사실상 수주를 금지했다', '공사비를 확보했는데도 대주단 심의 과정에서 부결이 난 사업장이 있다' 등 얘기가 흘러나왔다.

      의혹이 쉽사리 해소되지 않자, 업계 관계자들은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PF 대출, 관리신탁 등을 검토하던 금융사들이 사업성을 재검토하기도 한다.

      제2금융권 한 관계자는 "A 건설사에 PF 대출을 검토 중이지만, 해당 건설사가 위기설에 언급된 이후 부담감이 커진 것도 사실"이라며 "윗선에서도 선뜻 대출 승인을 내리기에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신탁사 한 관계자도 "B 건설사와 계약을 맺을 준비 중인데, 위기설에 오르내리니 해당 사업장을 완공할 수 있을까 걱정된다"며 "사업성을 재검토할 계획"이라 말했다.

      은행권은 상대적으로 이번 위기설에서 한 발짝 자유로운 모습이다. 은행은 2011~2013년 PF 부실사태 이후 부동산 부문 여신 취급을 보수적으로 하며 건전성 관리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권은 위기설에 언급된 중견·중소 건설사와 거래하는 곳이 거의 없어서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며 "이제 정리될 건설사는 본격적으로 정리해야 할 때가 왔다"고 밝혔다.

      다만 PF 대출 승인이 더 까다로워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존에는 상위 20개 건설사나 규모가 작더라도 대기업 계열사에는 PF 대출을 해왔었는데, 최근 일련의 사태를 겪으며 상위 10개 건설사 아니면 대출 승인이 쉽게 나지 않으며 심사 조건도 빠듯해졌다. 몇 년 전에는 상위 40개 건설사까지 대출 승인이 났다"며 "본점에 PF 대출을 집행할 자금은 있지만, 웬만하면 돈을 쓰지 못하게 막고 있다. 투자제안서(IM)가 들어와 타행에 연락해 보면, 이미 몇 달 전 IM을 받았지만 대출하지 않기로 결정한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사실 이번 건설사 4월 위기설의 핵심은 중견·중소 건설사다. 상위 주요 건설사는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그러나 순위를 막론하고 태영건설 워크아웃 이후 건설업계 전반적으로 안 좋아진 분위기가 더 나빠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이다.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일부 건설사 법정관리 소식에도 타격은 없다"며 "다만,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간 이후 건설업계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안 좋은 건 사실"이라며 "선제적인 차원에서 예산과 비용을 절감하고 신규 수주도 보수적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견 건설사 한 관계자는 "위기설에 언급된 건설사 중 이미 2010년대 초반 금융위기 때 어려움을 겪은 곳도 있으며, 명맥만 겨우 유지하는 곳도 있다"며 "이런 곳들이 무너진다고 건설사 전반적으로 위험이 전가될 거로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결국 올해 건설사들의 생존 여부는 시공능력 순위가 아니라 자금 조달 능력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그룹의 지원 여력이 핵심 평가 요소다.

      한국기업평가는 "2022년부터 시작된 부동산 경기의 불확실성을 반영한 사업 및 재무 리스크 역시 조금씩 현실화하는 모습"이라며 "2024년에는 주택 호황기에 피상적으로만 존재하던 계열 지원 가능성이 실재화하는 시기로 판단한다. PF와 관련한 유동성에 대해서는 계열지원, 자산매각 등 비영업적 요소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