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PBR주 정책 발표 코 앞…'반쪽짜리 日 베끼기' 비판 피할 수 있을까
입력 2024.02.21 07:00
    증시 부양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 오는 26일 발표
    강제성보다는 인센티브에 초점 맞출 것으로 예상
    페널티 없는데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설까 의문
    법률 개정 등 갈길 멀어 총선 위한 단발성 정책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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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 정부의 문제 해결 방법을 보면 현상을 해결하는데 급급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금융사들을 일제히 소집해 해결방법을 제시하라는 식이다. 아이디어를 모으기 위함일 수 있지만 당국 차원의 준비가 체계적인지 의문이 생긴다" (국내 금융사 고위급 관계자)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준비중인 밸류업 프로그램에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오랜기간 이어진 저평가 현상을 해소하고 증시 부양에 성공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다만 관련업계에선 당국의 증시 부양 의지를 두고 진정성에 의문을 표하는 반응이 적지 않다. 총선을 앞두고 급작스럽게 발표하는데다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있겠냐는 것이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 등은 증시 저평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오는 26일 발표한다. 앞서 자사주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한 바 있는데 배당확대,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결국, 국내 기업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이 목적이다. 

      기업이 스스로 기업가치를 개선하도록 하는 인센티브 방식에 초점이 맞춰질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기업가치 개선에 부진한 기업은 명단을 외부에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이른바  ‘네이밍 앤드 셰이밍’(명단을 공개 거론해 압박하기)' 전략인데 PBR 지표가 낮은 동시에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밝히지 않은 기업을 발표하는 식이다. 

      금융당국은 그간 ▲ 상장사의 주요 투자지표(PBR·ROE 등)를 시가총액·업종별로 비교공시 ▲ 상장사들에 기업가치 개선 계획 공표 권고 ▲ 기업가치 개선 우수기업 등으로 구성된 지수 개발 및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등의 방법을 공개한 바 있다. 

      아울러 세제혜택을 통해 주주환원 확대를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자사주 소각시 이를 비용으로 처리해 법인세를 줄여주는 방안이나 기업들의 배당증가분에 대해선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방안 등이 당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총선을 앞두고 갑작스레 발표되는 증시 부양책이 과연 진정성있게 진행될 것인지를 두고선 회의적인 목소리가 적지 않다. 3월말 기업들의 배당 이벤트가 끝나면 정책 모멘텀이 소진돼 단발성 이슈로 끝날 것이란 이야기다.

      예컨대 당국이 야심차게 준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페널티가 전무한 상황이다. 작년 3월 일본 도쿄증권거래소는 PBR1 이하인 상장사에 자본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 방침과 구체적인 이행 목표를 공개하라고 요구하면서 주가를 끌어올리지 못하면 상장폐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실상 강제성을 띤 것이다. 

      현재까지 금융당국은 밸류업 프로그램을 법적 구속력이 없는 연성규범으로 준비 중이다. 도입 여부를 기업 자율에 맡기겠다는 입장인데,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을 형식적인 선에서 기업가치 개선 방안으로 문서에 언급할 수 있단 지적이다. 정책 영향을 많이 받는 은행 등 일부 산업은 당국의 지도를 충실히 이행하겠지만 기타 산업에 속한 기업들이 정책 취지에 적극적으로 응할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전문경영인이 많은 일본과 달리 지배주주가 경영을 맡는 일이 많은 한국에선 비효율자산 매각 혹은 주주환원 계획이 후순위로 밀리는 분위기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주주환원 노력을 하는지가 증시 부양의 성공 조건이다"라며 "저PBR 기업들 중에는 시가총액 상위기업이나 지주사가 많은데 주주환원보다 각 그룹 사업에 대한 관심이 많다. 비핵심자산 매각 등은 관심사 밖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 수단은 미비한 가운데 법률 개정도 해야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현행 상속세 제도가 과도한 할증 과세이며 기업들이 주가 상승을 달가워하지 않는 배경으로 꼽았다. 이를 위한 세법 개정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위한 법률 개정, 이사의 책임 강화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 19일 '간판과 본질'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발간하고 "정책의 방향성은 옳으나 법안 개정은 어렵고 기업을 독려하기 위한 수단은 궁색한 것은 정책의 한계로 남는다"라고 평했다. 상속세에 대한 개정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으로 결국 자사주에 대한 규제 강화, 세제 개선 등에 따른 주주환원 유도 등 정부 입김이 닿는 기업에 대한 주주환원 강화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에 금융당국이 저PBR지수를 추종하는 ETF(상장지수펀드) 상품을 출시하는 등 증시 대금 유입을 유도하는 어떤 정책을 쓰더라도 성과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부정적 관측이 나온다. 이미 저PBR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상당히 오른 상태여서 이후 저PBR 벤치마크 지수가 나와도 투자 시기를 놓친 것 아니냐는 목소리다 

      이번 랠리에서 정책의 수혜를 입고 주가가 상승한 주요 기업의 배당수익률은 가격 상승에 따라 코로나 이전 수준까지 배당수익률이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2022년 한때 배당수익률이 10%를 바라보던 하나금융지주는 2021년 수준(6%)으로 떨어졌다. 아울러 PBR 기준으로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낮은 것은 맞지만, PER 기준으로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은 유럽과 큰 차이가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투자자들 관심이 저PBR 종목들에 이어지려면 각 기업들의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금융기관들이 ETF를 내는 등 펀드를 많이 만든다 하더라도 투자자들이 주주환원 확대를 체감하지 못하면 노력이 무위로 돌아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