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새마을금고 출자비리 검사 예고…PEF 업계 충격파 얼마나 클까
입력 2024.02.22 07:00
    [새마을금고 과연 바뀔까] ③
    정우택 의원실 자료, 2018년 이후 센트로이드·ST리더스 최대 출자
    금융당국, 새마을금고 검사 나서며 출자 시스템 바뀔까 촉각
    PEF 시장 출자관행 등 전방위 검사…운용사 입지 영향도 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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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편집자주>

      2021년 인베스트조선의 새마을금고 중앙회 임직원 사모펀드(PEF) 출자사업 비리 논란 보도 이후, 3년이 지난 지금. 박차훈 전 중앙회장과 고위임원들 및 실무자들이 줄줄이 해당혐의로 구속ㆍ재판을 받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후 새마을금고 관리부실은 사회적 문제로 비화됐다. 

      이후 얼마나 변했을까.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는 이제야 금융위원회와 새마을금고에 대한 본격적인 검사를 실시한다. 검찰의 추가 조사도 이어지는 분위기다. 그러나 새마을금고 변화를 가져올 법안들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중앙회장 선거까지 새로 치르고 임직원들을 새로 뽑고 있지만 '사람'만 바뀌었을 뿐, 비리를 양산한 '시스템' 문제는 그대로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새마을금고가 '비리 백화점'이란 오명을 탈피할 수 있을지, 현 상황을 점검한다.

      금융당국이 새마을금고에 대한 대대적인 검사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이르면 다음달 출자비리 등 새마을금고 전반에 대해서 검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사모펀드(PEF) 시장의 관심은 출자비리 관련해서 어느 PEF가 검사 당사자가 될지, 어떤 이슈가 불거질지다. 결과에 따라서 PEF업계 전반에 큰 파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새마을금고 출자 받은 운용사 상당수…1000억 이상 받은 곳만 20여 곳

      금감원과 행안부는 새마을금고 세부 검사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이르면 다음달 검사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이 새마을금고 PEF 출자에 대해서 들여다 보게 되면 국내의 내로라 하는 PEF들이 대거 검사 대상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도 있다.

      새마을금고가 PEF 시장에서 활약하기 시작한 것은 2015년 무렵이다. 처음 핵심출자자(앵커LP)로 나선 에코프로비엠 투자에서 대성공을 거두고 이후 해외 바이오기업 투자에서도 쏠쏠한 성과를 내며 새마을금고와 담당 조직에 힘이 실렸다. 몇 년 지나지 않아 PEF 시장의 절대자가 됐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새마을금고 중앙회 기업금융부가 활발하게 투자를 주도하던 시기(2018년~2022년 8월) 출자 내역을 보면 신생 PEF 운용사(GP)부터 내로라하는 GP까지 다양하다. 금감원이 나선다면 출자금을 많이 받은 운용사를 먼저 살피게 될 가능성이 크다.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가 새마을금고에서 가장 많은 출자금을 받았다. 이전까지만 해도 소형 운용사였지만 이 시기 새마을금고 출자금을 바탕으로 2조원 규모의 ‘테일러메이드’ 거래를 성사시켰다.

      다음으로 출자금을 많이 받은 곳은 ST리더스PE다. 역시 소형 거래를 하던 운용사였으나 새마을금고 출자를 바탕으로 M캐피탈(전 효성캐피탈)을 인수하면서 급부상했다. 이 외에도 이름있는 대형 PEF들도 출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4년이 안되는 기간 1000억원 이상 출자를 받은 곳만 20여 곳, 출자를 받은 PEF는 100여 곳에 달한다. 자금을 받았든 못받았든 새마을금고 문을 두드린 곳은 사실상 국내에서 활동하는 PEF 거의 전부라 해도 과장이 아니다.

    • 금감원 PEF 출자 관행 전반 살필 듯…결과 따라 운용사 폐업도 가능

      금감원이 새마을금고 출자를 뜯어 보게 되면 국내 주요 PEF와의 계약 내용 등 얼마나 투명하게 출자가 이뤄졌는지 확인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새마을금고 출자비리가 ‘개인의 일탈’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자본시장을 감독하는 금감원은 오히려 프로젝트 펀드 출자 과정과 운용보수 등 업계 현황에 대한 대대적인 자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블라인드펀드의 경우 그나마 콘테스트라는 형식이라도 취하지만 프로젝트펀드의 경우 매 건마다 계약 내용이 상이하기 때문에 여전히 ‘블랙박스’가 많은 영역으로 거론된다. 출자 과정이 투명하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이 결정하는 영역이라며 방치하며 문제가 생긴 면도 있다. 이 부분을 적극 들여다 볼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실제 금감원이 성과를 낸 사례도 있다. 지난 2015년 자베즈파트너스와 G&A어소시에이츠가 원금과 일정 수익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펀드투자자(LP)를 모집했다는 혐의를 적발해 ’기관경고‘ 조치했다. 이 조치를 두고 운용사들은 반발했다. 금감원이 자본시장법을 중심으로 새마을금고 출자 건을 들여다 본다면 이와 같은 문제가 발견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PEF 시장에 미칠 파장은 검찰 수사보다 클 것이란 게 중론이다.

      금감원이 ‘기관경고’ 조치를 내리면 운용사는 연기금 및 공제회 등 주요 기관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받기 힘들어진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금감원 제재 조치가 내려질 경우 연기금 출자 결정 시 감점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라며 “정량평가뿐 아니라 정성평가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PEF 출자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새마을금고 중앙회는 올해 하반기 PEF 출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전처럼 선뜻 받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행여 새마을금고 자금을 받았다가 불미스런 사태에 휘말릴 경우 PEF의 존속이 힘들어질 수 있어서다. 이미 자금을 받은 곳들도 검찰 수사를 피해갔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PEF 시장이 급격한 것과 대비해서 금감원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라며 “금감원에서는 문제 발생 시 PEF 법인에 대한 제재 조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검찰 수사보다 PEF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