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하신 거 아닌가요'…저PBR 기대감에도 삼성화재 컨콜서 쓴소리 나온 이유는
입력 2024.02.22 14:09
    취재노트
    삼성화재 컨콜서 이례적으로 주주환원에 대한 질책 나와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기대감에도 소극적 태도에 '총대 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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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화재가) 주주환원 관련해서 밸류업 프로그램이 나오면 검토를 하고 발표를 하겠다고 했는데, 왜 굳이 (정책 발표) 이후에 결정을 해야되는지 잘 모르겠다. 은행지주의 경우에는 주주환원 확대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정책이 나오기 전인 1월 말 2월 초부터 주주환원을 크게 높이는 식으로, 마치 이런 기회를 기다렸던 것처럼 실행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화재 컨퍼런스콜 참석 금융연구원)

      2023년 연간 실적 발표를 위해 금일 진행된 삼성화재 컨퍼런스콜에서 이례적으로 투자자의 쓴소리가 나왔다.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소식과 함께 저PBR의 대표 종목인 보험주에 대해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업계 1위인 삼성화재가 다소 소극적인 태도로 질의응답에 일관한 영향이다. 

      컨콜에서 제기된 첫 질문부터 향후 주주환원 전략에 대한 내용이었다. 밸류업 프로그램 공개로 인한 주가 기대감이 높은데 이후 전략은 어떻게 되는지가 골자였다. 회사 측은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내용이 공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전략 방향성에 대해 결정된 게 없다는 모호한 답변이었다. 

      이어 한 번 더 유사한 질문이 제기됐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발표된 후 삼성화재의 중장기 자본정책(주주환원)의 수립 및 공개되는 시기는 언제인가에 대한 물음이었다. 삼성화재는 이에 대해서도 만족할만한 답변을 주지 못했다. 

      김준화 삼성화재 경영지원실장은 "자사주 등을 소각하게 되면 보험법상 삼성생명의 자회사로 편입되는 이슈가 있어 그 부분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능한 빨리 알려드리면 좋겠지만 상반기 끝나고 실적 설명할 때쯤 되면 구체적인 내용들을 밝힐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이달 말에 발표됨에도 불구, 최소 4개월은 지나야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서 한 참석자는 작심한듯 삼성화재의 소극적인 주주환원 가이던스에 대해 지적하기 시작했다. 은행계 지주사의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과 비교된다는 점을 언급한 뒤 타 보험사 대비 재무건전성이 튼튼한만큼 주주환원 확대에 미적일 이유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장된 주식회사로 자본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그 과정에서 주주환원을 하는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다른 보험사들은 도입한지 1년밖에 안된 킥스(K-ICS)에 대해서 확신이 부족할 수 있지만 최소한 삼성화재만큼은 그럴 필요가 없는 수준의 자본여력을 갖고 있다"라고 질책했다. 

      이어 "당연히 현실적인 문제도 있고 모르는 뭔가 깊은 고민이 있는 것도 알고 있지만 외부의 관점에서 투자자들의 답답함을 전달 하는게 맞다고 생각해서 말한다"라고 했다. 

      관련업계에선 삼성화재의 지나치게 보수적인 주주환원 가이던스에 대해 '총대'를 멘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삼성화재의 주주환원 의지가 잘 안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이익이 대폭 늘어나며 삼성생명을 앞지르려하고 있지만, 번번히 시장의 기대에 못미치는 배당정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2021년엔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고도 '3년 내 배당성향 50%'라는 약속을 지키지 않아 컨퍼런스콜에서 금융연구원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2019년 IR에서 3년간 배당성향을 50%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2020년(49.6%), 2021년(45.4%)로 배당성향이 줄곧 하락한 것이다. 2021년의 경우 3년만에 당기순이익 1조원대를 회복하면서 투자자들의 배당 기대감이 컸지만 시장의 예상을 10% 밑도는 주당배당금(DPS)를 결정했다.  

      작년에도 상법시행령 개정으로 손해보험사들의 배당가능이익이 대폭 늘었지만 업계에선 삼성화재의 DPS 추정에 애를 먹는 분위기였다. 회사가 배당정책을 구체적으로 밝힌 바 없어 추정이 어렵고 증권사마다 기준이 달라 중구난방에 가까울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 나온다. 

      이에 밸류업 프로그램이 발표된다 해도 삼성화재가 주주환원 확대에 얼마나 의지를 보일 것인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선이 제기된다. 페널티가 전무한 인센티브 위주의 정책이 발표될 것으로 추측되면서 회사의 주주환원 확대 의지가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그간 소외받던 금융주가 밸류업 프로그램의 수혜를 입고 주가 상승을 이룰지 주목하고 있다. 다만, 삼성화재는 회사 자체적으로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들어 향후 전망을 어떻게 봐야할지 고민이 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