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사업, 호텔, 사옥…혹한기 돈 되는 건 다 파는 건설사들
입력 2024.02.23 07:00
    GS건설, 스페인 자회사 GS이니마 지분 매각 본격화
    신용 리스크에 경영권 매각까지?…유동화 자산 검토中
    그룹사에 레저사업 매각해 부채비율 줄인 신세계건설
    회사채 차환 위해 사옥 담보 대출 받은 KCC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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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연초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를 계기로 국내 건설업계 재정 위기설이 확산되고 있다. 금융권으로부터 시작된 PF 보증채무 문제가 시공사까지 불거지면서, 일부 건설사들의 경우 4월 법정관리에 돌입할 예정이라는 '4월 부도설 명단'까지 유포됐다. 

      올해 건설업계 위기감이 기우(杞憂)만은 아니다. 해외 수주로 버틸 수 있는 대형 건설사들은 국내시장에서 신규 수주를 줄이고 구성원들을 직위 해제하는 등 '비용 통제'에 나섰다. 그마저도 어려운 건설사들은 해외 자회사와 알짜 사업부, 유휴 부동산 등을 매각하면서 혹한기를 버티려고 하지만, 확대된 재무부담을 단기간 내에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달 들어 GS건설은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스페인 수처리 자회사 'GS이니마' 매각을 본격화했다. 골드만삭스를 주관사로 선정했고, 투자 의사를 내비친 동종업계 회사 및 국내외 사모펀드(PEF)들을 대상으로 입찰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난 2021년 기업공개(IPO)를 시도했을 당시 추정된 GS이니마의 밸류에이션은 약 1조5000억원이다. GS건설은 당초 약 20% 이하의 소수 지분을 매각, 2000억원 가량의 현금을 조달하려고 계획했다. GS이니마는 GS건설 연간 영업이익의 15%를 차지하는 알짜 회사다.  

      특히 GS건설은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 3885억원을 잠정 기록하면서 적자 전환하는 등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연초 매각 준비 단계에서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가 발생해 영업정지 8개월 처분을 받고 신용등급이 강등된 영향도 컸다. 

      상황이 악화되자, GS그룹은 최대한 많은 현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소수 지분이 아닌 경영권 매각까지 폭넓게 고려하기 시작했다. 최근엔 베트남 등 다른 해외법인들의 지분 매각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GS그룹 오너 4세 허윤홍 사장이 지난해 말 영입한 맥킨지 출신의 유영민 경영전략그룹장 상무가 이번 거래 및 전체 자산 유동화 전략을 주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GS건설 측은 "GS이니마의 경영권 매각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는 맞다"며 "지분을 유동화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마트 계열사 신세계건설도 이달 14일 레저사업 부문을 매각해 현금 1820억원을 마련했다. 같은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조선호텔앤리조트에 경기 여주시 자유CC(18홀), 경기 여주시 트리니티클럽(18홀), 아쿠아필드(하남ㆍ고양ㆍ안성 스타필드 내 3곳), 조경사업 등을 매각했다. 사실상 그룹 지원을 통해 주택 미분양 여파로 불거진 유동성 위기에 급한 불을 끈 셈이다. 

      지난해 말 기준 신세계건설의 별도 부채비율은 953%로 동종업계 대비 높은 수준이다. 최대주주인 이마트가 지난해 연간 최대 매출에도 적자를 기록한 원인이기도 했다. 이번 레저사업 매각 결과가 반영되면 신세계건설의 부채비율은 400%대까지 줄어든다. 

      국내 건설사들은 지분 또는 사업부 매각 외에도 다양한 유동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국내 건설사 부도설의 시발점이 된 태영건설은 경기도 광명시에 있는 4성급 테이크호텔 매각을 위해 국내 자문사들이 요청서(RFP)를 발송했다. 태영건설 소유 골프장 루나엑스CC와 그룹 계열사인 블루원 소유 골프장 디아너스CC 매각도 추진 중이다. 

      KCC건설도 연초 서울 서초구 잠원동 사옥을 담보로 625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책임준공 약정을 제공한 주택 현장의 미분양 장기화 가능성, 공사대금 회수 차질 가능성 등 시장의 우려를 조기에 해소하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캐시카우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해외 개발사업 비중이 적은 곳들은 자금난으로 힘들어하고 있다"며 "중소형사들의 다양한 유동화 전략이 임시방편은 될 수 있지만, 부동산 침체기가 길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실적 개선을 이루기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