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킹ㆍIFCㆍ휴젤…금리 인하 기대에 인수금융 리파이낸싱 수요 꿈틀
입력 2024.02.26 07:00
    버거킹ㆍIFCㆍ휴젤 등 인수금융 리파이낸싱 진행
    금리 인하 기대감에 PE들 자본 재조정 문의 늘어
    대체투자 불황에 인수금융으로 기관 자금 쏠리고
    주선부터 셀다운까지 일사천리…수요와 공급 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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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지난해 일감 부족에 시달렸던 인수금융 시장이 점차 온기를 되찾고 있다. 장기적으로 금리가 떨어질 것이란 기대가 커지는 상황에서 리파이낸싱(차환) 거래 수요도 늘고 있다. 대체투자에 집중했던 국내외 기관 투자자들도 부동산PF 시장 침체와 상업용부동산 부실 여파로 인수금융 시장을 우선 순위로 두고 있다. 

      최근 인수금융 금리는 6%대까지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작년 10%를 넘나들었던 때와 비하면 온기가 도는 모습이다. 리파이낸싱을 원하는 차주와 거래를 발굴해야 하는 금융사 간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졌다.

      글로벌 사모펀드(PEF) 어피너티는 올해 상반기 내 버거킹(법인명 비케이알) 인수금융 리파이낸싱 거래를 완료할 계획이다. KB국민은행이 최대 출자를 맡고, 한국투자증권과 미래투자증권 등이 공동 주선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조달 금리는 6~7%대로 거론된다.

      어피니티는 지난해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1850억원(한도대출 포함)을 3년 만기로 빌렸다. 아직 만기가 남았지만 10%에 육박하는 차입 금리를 낮추기 위해 선제적으로 움직였다.

      어피니티처럼 낮은 금리로 자금을 재조달하려는 인수자 측의 '수요'도 늘고 있지만, 인수금융 투자를 확대하려는 '공급'도 증가하고 있다. 연초 기관 투자자들의 대기 자금도 확보한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대체투자 자금이 인수금융 시장에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보수적이던 시중은행들도 인수금융 북(Book)을 다시 늘리는 분위기다. 증권사들의 인수금융 북도 지난해 대비 늘어나, 금융사들의 인수금융 주선부터 기관 투자자들에게 재매각(셀다운)하는 단계까지 수월해졌다는 평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대했던 HMM 거래는 철회됐지만 에코비트와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부 등 '빅딜' 덕분에 인수금융 볼륨은 작년보다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부동산·인프라 거래 위주로 셀다운을 하던 신디케이션 부서들도 요즘엔 인수금융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금융사 관계자도 "작년 초 인수금융 금리가 급등할 땐 PEF 운용사(GP)들이 앓는 소리밖에 하지 않았지만, 요즘엔 버틸 만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거들었다.

      최근 글로벌 자산운용사 브룩필드는 최대 2조7000억원 규모의 여의도 IFC(국제금융센터)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에 착수했는데, 신한은행ㆍKB국민은행 등 대형 시중은행이 핵심 주관사단으로 거론된다. 선순위 리파이낸싱 금리는 연 5%대로 알려졌다. 

      2월 내 거래 완료 예정인 휴젤 리파이낸싱의 경우도 삼성증권 단독 주선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RCF(한도대출) 선순위 트랜치 인수단에 은행들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업계에서는 글로벌 사모펀드 및 대기업 중심의 거래, 기관들이 선호하는 반도체·AI 위주 종목의 경우 인수금융 금리가 100bp(1%) 넘게 인하될 수 있다고 바라본다. 금리 인하 기대감과 연초 기관 자금을 활용할 수 있는 올해 상반기가 리파이낸싱 적기라는 설명이다.

      아주 가까운 시기에 시장금리가 떨어지진 않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이 많다. 3~5년 장기인 인수금융은 중장기 금리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될 때 리파이낸싱이나 리캡이 늘고, 올라가는 국면에선 줄어든다. 당장 회수 성과를 내기 어렵다면 이를 통해 시간을 버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대형 회계법인에서도 올해 상반기 내 실사까지 넘어가는 M&A 거래들이 슬슬 나오고 있다"며 "지난해 상반기엔 9%대, 하반기엔 7%대 초중반까지 떨어졌던 조달 금리가 지금은 6%대 후반도 충분히 가능해진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