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3700억 태영건설 마곡CP4 지원 결정…대주단은 의견 분분
입력 2024.02.27 07:00
    마곡CP4 대주단, 25일 산업은행에 제안서 제출
    연 8.5% 금리에 우선순위…잔액은 신한銀 부담
    일부 대주 빠지면 신한銀 1000억 넘게 출자할 듯
    금리 너무 낮다는 불만도…"신한은행은 이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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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신한은행이 태영건설 주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인 마곡 대형 복합시설 '원웨스트서울'(이하 마곡CP4) 사업장의 구원투수로 나섰지만, 대주 사이에선 눈길이 곱지 않다. 어떤 대주가 얼마나 출자할 것인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신한은행이 나서면서 대주단의 기대 수익이 줄었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25일 대리은행 자격으로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마곡CP4 관련 후속 대책안을 제출했다. PF자율협약에 따라 기존 대주단이 비율에 따라 출자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추가 출자 여력이 없는 대주가 빠질 경우 남은 금액을 전부 신한은행이 납입한다는 내용이다. 

      마곡CP4 대주들이 완공을 위해 약 3700억원에 달하는 태영건설 몫의 공사비를 추가 출자하는 상황에 부담을 느끼자, 신한은행이 대주가 출자하지 못한 나머지 금액을 전액 지원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대주단이 시행 주체인 CP4PFV(차주)에 요구한 금리는 수수료 1%를 포함한 올인 기준으로 연 8.5% 수준이다. 사업 완공에 드는 3700억원어치 지분을 최선순위로 보장해주는 대출 형태도 조건으로 내세웠다. 

      기존 투자자인 교보생명ㆍ신한은행ㆍIBK기업은행ㆍKB국민은행 등은 오는 3월 말까지 내부 투자심의위원회를 거쳐 출자 규모를 확정할 계획이다. 최종 약정이 3월 말에 완료되면, 4월 초 자금이 집행된다. 

      기존 투자 계약에 따르면 교보생명 740억원, 신한은행 600여억원, IBK기업은행 500여억원, MG새마을금고ㆍKB국민은행ㆍ푸본현대생명 등은 약 250억원을 출자해야 한다. 이들 중 일부 금융사에서는 내부 투심위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이 납입해야 할 금액만 1000억원이 넘을 가능도 배제할 수 없다. 

      신한은행의 행보를 두고 대주 사이에선 눈길이 곱지 않다. 어떤 대주가 얼마나 출자할 것인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신한은행이 나서면서 '순서가 꼬였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당초 대주단이 원했던 9.5%의 대출 금리가 성사되지 않은 것에 신한은행의 관여가 컸다는 입장이다. 대리은행인 신한은행 주도로 차주와 대주가 협의하는 과정에서, 금리가 1% 이상 떨어진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앞서 대주단은 이달 협의에서 9.5% 금리를 책정해 차주에 통보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공사비가 늘어난 점,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으로 요주의자산으로 분류된 탓에 대출 원가가 높아진 점, 최근 롯데건설의 PF 지원펀드 대출금리가 연 9.5%인 점 등이 이유로 꼽혔다.

      대주 관계자는 "신한은행이 대주들에게 금융 조건을 확정해서 보내줄 예정이며, 이에 대한 참여 여부를 알려달라는 의사를 전달했다"며 "모자란 부분은 본인들이 책임지겠다고 했지만, 어떤 대주가 얼마나 참여할 것인지 모호한 상황에서 신한 측이 강행하고 있어 실무단과 투심위의 '엇박자'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신한은행의 이번 잔액 인수 행보가 은행권의 PF대출 확대 움직임이라는 시각도 있다. 올해 신한은행을 비롯한 시중은행은 주요 건설사의 PF 펀드 출자나 사업장 보증 등 금융 지원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정부 압박에 어쩔 수 없이 움직이는 면도 있지만, 이자나 수수료 수익이 증가할 가능성도 높다. 저축은행ㆍ캐피탈ㆍ증권사 대비 자본력이 우수한 시중은행들이 PF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 비(非)가계대출 이자수익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실 건설사들의 높은 여신 연체율은 문제가 되지만, 대부분의 시중은행 PF 펀드는 10%에 가까운 이자를 받는 수익성 높은 사업"이라며 "특히 마곡CP4의 경우 완공 가능성이 높고, 신한은행이 대리은행 업무를 수행하며 받는 수수료도 4000만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은행 입장에선 이득이 되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 측은 "산업은행에 제출안 자구책은 대주단의 합의된 의견을 제출한 것"이라며 "각 금융사별로 여신심사 담당의 승인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최소 3월 중순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