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에 그룹 미래 '올인'한 LS그룹...자본시장 자금 조달 수요 커졌다
입력 2024.02.29 07:00
    LS이링크 이어 LS MnM·LS이모빌리티솔루션 등 상장 계획
    증권사들 일감 수주 분주…그룹 내 의사결정 구도 파악도
    EV 사업 수익성 '아직'…잇단 계열사 상장 관련 비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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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LS그룹이 전기차(EV) 관련 사업 확장을 위한 자금 소요가 커지며 증권가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전선ㆍ금속ㆍ에너지 등 구(舊) 산업 기반의 그룹 포트폴리오를 EV 기반 신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투자 재원 조달 방안의 일환으로 기업공개(IPO)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증권사들 또한 덩달아 일감 확보에 분주해졌다.

      다만 전기차 관련 사업에 진출한 LS그룹 계열사 중 해당 사업 매출 비중이 높은 곳은 많지 않은 것이 한계다. LS머티리얼즈처럼 수익성이 본 궤도에 오르지 않았음에도 EV 밸류체인에 대한 투자심리만으로 공모주 시장에서 관심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는 의문이다.

      2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LS MnM(前 LS니꼬동제련)과 LS이모빌리티솔루션 등 LS그룹 계열사의 추가 상장 가능성이 활발하게 거론되고 있다. 특히 LS MnM은 상반기 중 주요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송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LS이모빌리티솔루션은 내부적으로 상장 필요성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인 것으로 파악된다.

      자본시장에서 그간 존재감이 크지 않았던 LS그룹이 행동에 나서며 주요 증권사들도 관계 형성에 분주한 모습니다. 연초 전기차 충전 사업을 영위하는 LS이링크 주관사 선정 사례가 대표적이다. LS이링크의 RFP를 받아든 증권사들은, 향후 LS MnM의 RFP를 받고 주관사로 선정되려는 목적을 가지고 해당 제안서를 작성해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LS머트리얼즈 상장 흥행 이후로 LS그룹이 계열사 상장 추진 시기를 조금 앞당기는 분위기가 있었다"라며 "LS MnM의 RFP를 받고자, 전기차 충전 관련 사업의 수익성이 본궤도에 오르진 못한 LS이링크의 RFP를 써서 내는 분위기였다. LS이링크 주관사단에 포함되지 못한 증권사들은 고민이 많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자본시장과 접촉이 많지 않아 베일에 가려져 있던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최근 LS머트리얼즈의 증시 입성을 도운 주관사 키움증권이 LS이링크 주관사 선정전에선 제외된 게 시발점이 됐다. 각사의 모회사인 ㈜LS(LS이링크 지분 50% 보유)와 LS전선(LS머트리얼즈 모회사)이 개별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란 분석이 나오며, 차기 딜을 선점하기 위해 어디를 접촉해야 할지 영업조직간 정보 단속에도 민감해진 모습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LS그룹의 경우 관계사들끼리 친분이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경쟁 관계까지는 아니어도 의사결정을 별도로 내리는 것 같았다"라며 "증권사 입장에서는 ㈜LS와 LS전선 별개로 관계를 형성해나가야하는 과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LS그룹이 계열사 상장을 적극 추진하려는 배경으로는 최근 공표한 '2030 비전' 전략이 꼽힌다. 

      지난해 초 구자은 LS그룹 회장은 CFE(탄소배출이 없는 전력) 시장 선도를 위해 배·전·반(배터리·전기차·반도체) 등 신성장 사업에 진출하겠다며, 2030년까지 자산을 50조원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위한 투자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계열사별로 IPO에 나선다는 설명이다.

      이차전지 관련 사업의 매출 비중이 커지지 않았음에도, 해당 사업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상장에 흥행한 사례도 영향을 미쳤다. LS머트리얼즈는 전기차에 활용되는 에너지저장장치인 울트라커패시터(UC) 제조 사업을 하는 기업이지만 자회사 매출 비중이 크다. LS MnM도 지난해 울산 온산제련소 부지를 활용하고 이차전지 관련사업에 67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이차전지 관련 사업 매출 가시화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있다.

      LS그룹이 전기차 관련 사업을 기반으로 그룹 규모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두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포스코그룹이나 에코프로그룹 처럼 전기차 부품 관련 사업을 바탕으로 자산이나 그룹의 시가총액을 넓힐 복안을 가지고 있을 테지만 최근 들어 전기차 판매량이 줄어드는 등 관련 사업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예전만 못하다. 포드 등 완성차 업체들 또한 전기차 투자 축소에 나선 상황이다.

      또한 계열사들이 연이어 상장 계획을 세우는 것을 두고 과거 카카오그룹이 받던 '쪼개기 상장' 비판이 LS그룹에도 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LS그룹은 타 그룹 대비해 의사결정을 상당히 보수적으로 하는 그룹으로 알려져 있는데, 배터리 소재 등 유망하다고 여겨진 사업들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 그룹의 몸집을 키운 사례들을 보며 확신을 얻었을 것"이라며 "다만 작년에 비해 해당 사업에 대한 전망이 밝지만은 않아 상장 추진 계획의 시기가 적당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