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달리는 현대차그룹서 중용받는 CFO들…'존재감' 드러낸 재무통은 누구?
입력 2024.03.06 07:00
    현대차·모비스 등 CFO 사내이사 선임多
    현대제철, 현대차證 등 CFO 출신 대표이사 선임
    사외이사도 자본시장 전문가 모시기 한창
    2023년 최고의 한 해 보낸 현대차그룹
    피크아웃(Peak Out) 위기감에 재무통 중요도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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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현대차그룹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비롯한 재무부문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중용되는 기조가 강해지고 있다. 재무부문 인사들은 기업의 사정을 누구보다 깊은 곳까지 샅샅이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에 오너와 최고경영진의 복심들로 채워져 있다. 

      현대차그룹의 곳간지기들은 불확실성이 커지는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수익성 방어 특명과 함께 정부에서 강하게 밀어부치고 있는 기업의 주가부양과 주주환원이란 과제를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의 숙명과도 같은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도 높다.

      그룹의 맏형 계열사인 현대차는 내달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이승조 전무(기획재경본부장)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기존 기획재경본부장직은 부사장급 직책이었으나 지난해 인사를 통해 전무급 인물이 맡게 됐다. 1969년생, 고려대 출신인 이 전무는 경영관리실장과 재무관리실장, 재경사업부장 등 정통 재무 부문 코스를 밟아온 인사중 하나다. 

      현대차그룹에서 정통 재무라인을 거친 인사들은 최고위급 인사로 승진하는 경우가 많다. 이 전무의 전임이었던 서강현 전 본부장은 지난해 사장으로 승진하며 현대제철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1968생인 서 사장은 정의선 회장의 최측근 인사 중 하나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룹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는 박기태 전무(재경부문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추진한다. 박 전무는 현대모비스에서 세무팀장과 회계관리실장 등의 요직을 거쳤다.

      박 전무의 전임인 배형근 전 부문장은 지난해 말 사장으로 승진하며 현재는 현대차증권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정의선 회장과 같은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기획·재무통으로 분류되는 배 사장은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에 한 차례 실패한 이후, 정의선 회장이 당시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직후 현대모비스 CFO로 발탁되며 눈길을 끈 인물이기도 하다.

      현대건설도 오는 주총에서 재무관리실장 출신 김도형 상무(재경본부장)를 사내이사로 선임한다. 전임인 김광평 전무는 현대제철 CFO로 자리를 옮겼다. 현대제철은 서강현 대표, 김광평 전무 등 최고경영진에 계열사 CFO 출신 인사들이 포진하게 된다.

      현대오토에버는 지난해 말 KT그룹의 현대차 관계사 지분을 고가로 매입한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아온 대표이사가 사임하면서 대표이사 직무대행직을 수행하던 황경원 상무(재경사업부장)를 주주총회에서 재신임할 계획이다. 황 상무는 현대엠엔소프트의 재경팀장, 현대오토에버 전략기획실장을 맡았다.

      그룹 내 가장 눈에 띄는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는 기아에는 계열사 가운데 가장 오래 CFO 자리를 지키고 있는 주우정 부사장의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기아 재무관리실 실장, 현대제철 재무관리실 실장을 거쳐 2019년 기아의 재경본부장으로 취임했다. 기아의 역대급 사업 실적에 힘입어 재무구조 개선과 주가 부양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 받는 인물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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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현대차그룹이 더할 나위 없는 실적을 거뒀지만 올해는 전운이 감도는 분위기다. 완성차 시장의 패러다임이 전기차 중심으로 변모할 것이란 전망은 최근 들어 불확실해졌고 주요 기업들은 중장기적 전략 수정에 돌입했다. 완성차 메이커들의 출혈경쟁은 하루가 다르게 거세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가장 큰 수혜를 본 환율 효과도 현재보다 더 나은 상황이 펼쳐질 것으로 보긴 어렵다. 한국은 물론 미국까지 노동자들의 집단 움직임은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그룹의 비용적인 측면에서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수익성을 방어하고 재무적 부담을 최소화하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현대차는 이승조 전무를 사내이사로 선임한 배경에 대해 "EV경쟁력 강화와 SDV로의 전환, 전기·수소 에너지사업의 구체화 및 생태계 구축을 계획하는 상황에서, 회사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의 재무적 의사결정 역량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고 밝힐만큼 재무 부문에 보다 많은 그룹의 역량을 집중할 것을 시사했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현대차그룹은 자본시장 내 최고 전문가들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는 최현만 전 미래에셋증권 회장(현 고문)을, 기아는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의 이인경 CFO를 사외이사로 내정했다. 현대제철의 자회사 현대비엔지스틸은 윤대은 파로스자산운용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당분간 현대차그룹 내 재무통들을 주요 보직에 중용하는 움직임은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주주들의 설득할 핵심 요소는 역시 계열사의 실적과 주가, 재무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필요에 따라 외부의 투자자를 유치하거나, 재무적 백기사 또는 자문 역할을 할 파트너를 물색할 수도 있다. 각 계열사의 CFO 직급은 과거에 비해 가벼워지고 있는데 현직에 있는 CFO 외 재무부문에서 정통 코스를 밟아온 핵심 실무진 인사들이 앞으로 수면 위로 속속 등장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