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교수 일색이던 HD현대 사외이사진…관료 출신 인사 영입에 '대관' 강화 움직임
입력 2024.03.06 07:00
    국가안보실장, 국토부 장관, 산업부 장관 영입
    기존 사외이사 면면과 상이…이례적 평가
    "한화오션과의 라이벌 구도 격화에 대관 강화"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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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HD현대그룹이 대통령실, 장관 등 정부 부처 고위직 출신 인사의 사외이사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 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관료 출신 사외이사를 대관 창구로 활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지주사인 HD현대는 서승환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오는 3월 29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서 전 장관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부터 2015년까지 국토부 장관을 지냈다. 올해 1월 연세대 총장에서 물러난 이후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 전 장관이 연세대 총장을 맡던 2023년 HD현대와 '인재 양성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HD현대는 산업 현장에 필요한 인재 양성을 위해 학생들에게 현장 실습 및 취업 기회를 제공하고 장학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HD현대의 핵심 인재 양성을 위해 연세대 Advanced MBA 과정에 HD현대 임직원을 추천할 계획도 꾸렸다.

      HD현대는 "후보자는 경제학 전문가로서 충분한 지식과 경험을 갖추고 있어 당사의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함으로써 회사의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수 있고 회사의 경영에 대한 감독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조선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김성한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을 사외이사 후보자로 선정했다. 김 전 실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외교통상부 제2차관을 지냈다. 윤석열 정부에서 초대 국가안보실장을 맡았다가 지난해 3월 사퇴했다. 김 전 실장은 윤 대통령의 초등학교 동창으로 윤 대통령 후보 시절 외교·안보 정책공약을 총괄하기도 했다. 현재는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전체 매출의 약 90%가 해외에서 이뤄지고 각국 보호무역 기조가 점차 강화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후보자가 가진 외교·통상 분야의 풍부한 지식과 경험은 회사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고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성윤모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성 전 장관은 특허청장을 지냈으며 현재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후보자는 경제학에 대한 충분한 전문적인 지식과 오랜 기간 국가기관에서 재직하였던 경험을 갖추고 있어 당사의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함으로써 회사의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수 있고 회사의 경영에 대한 감독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HD현대중공업은 신동목 울산대학교 조선해양공학부 교수를 사외이사로 영입한다. 신 교수는 과거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고등기술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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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D현대 그룹이 잇달아 고위 관료 출신을 사외이사로 영업하자, 업계에서는 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과의 국내 조선산업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이들을 대관 창구로 활용하려는 의도란 해석이 나온다. 그동안 HD현대 그룹은 주로 법조인·교수 등 기업 현안과 관련한 인사를 영입했는데 이처럼 관료 출신 인사의 영입 기조가 뚜렷한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과의 라이벌 구도는 점점 격화하고 있다.

      캐나다 정부가 추진하는 600억캐나다달러(약 58조원) 규모의 잠수함 발주 사업에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입장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캐나다 정부가 원하는 기준을 충족해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는 국가는 한국과 일본 기업 정도가 유일하다.

      한화오션은 2004년 인도네시아 잠수함 창정비 사업 수주 이후 6척의 1400톤급 잠수함을 수출한 실적을 갖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아직 잠수함 수출 실적이 없다. HD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팀 코리아' 형태로 국가 대항전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지만 한화오션은 이를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일본은 미쓰비시와 가와사키가 컨소시엄을 꾸리면서 수주전의 긴장감은 더욱 높아졌다. 

      또한 양사는 올해 3분기 7조8000억원의 사업비가 걸린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건조 경쟁 입찰을 앞두고 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방위사업청은 군사기밀을 유출한 HD현대중공업에 사업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하지 않기로 27일 결정했다. 

      HD현대중공업(옛 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2012~2015년 8회에 걸쳐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작성한 ▲KDDX 개념설계 1차 검토 자료 ▲장보고-III 개념설계 중간 추진 현황 ▲장보고-III 사업 추진 기본 전략 수정안 ▲장보고-I 성능개량 선행연구 최종보고서 등 국가기밀 3급 자료 등을 빼돌렸다. 군사기밀 탐지·수집, 누설에 다른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2023년 11월 유죄가 확정됐다. 

      이에 HD현대중공업은 2022년 11월부터 2025년 11월까지 정부가 발주하는 입찰에서 1.8점 보안 감점을 받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감점을 받으며 울산급 배치3(Batch-Ⅲ) 호위함 5·6번함 수주전에서 0.1422점 차이로 한화오션에 우선협상대상자 자리를 내줬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방산 산업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각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한화오션과 달리 HD현대 그룹은 상대적으로 뒤처져있다는 평가가 많다"며 "HD현대 그룹이 정관재계 인사를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건 이들을 활용해 대(對)정부 입찰 경쟁 등에서 소통 접점을 늘리려는 횡보로 풀이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