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인뱅 도전 현대해상에 쏟아지는 물음표, '본업이 위기인데...'
입력 2024.03.07 07:00
    현대해상, 제4인뱅 도전하며 수익성 다각화 노력
    다만, 업계에선 보험사와 시너지 의문이란 평가 나와
    자본력 지속 투입해야 하는데 현대해상 감당 가능할까
    3세 정경선 전무 업적 위한 진출 아니냔 해석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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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현대해상이 제4인터넷전문은행에 출사표를 던진 배경을 두고 금융권에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언급되고 있는 제4인터넷은행 주주사 중 제도권 금융사로는 현대해상이 유일하다.

      인터넷은행이 도입된지 5년이 지나며 기존 은행과 사업영역 면에서 큰 차이가 없음이 밝혀진데다, 이미 포화상태란 지적도 나오는 판국이다. 일각에선 신사업을 맡은 3세 정경선 전무의 업적을 만들기 위함이란 지적도 나온다. 막상 시장에선 신사업에 한눈을 팔기보단 본업 경쟁력 회복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현대해상은 렌딧, 루닛, 자비스앤빌런즈, 트래블월렛과 함께 U-뱅크 컨소시엄을 꾸리고 제4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준비 중이다. U-뱅크 컨소시엄 내에선 현대해상이 유일한 제도권 금융사다.

      기존 인터넷은행들도 고전하는 시장에서 현대해상이 도전장을 들이밀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과거 현대해상은 인터넷은행 참여 여부를 조울질 하다 결국 참여를 안 한 바 있다. 

      보험업계에선 신사업을 이끄는 정경선 전무의 영향이 거론된다. 현대해상은 작년 12월 조직개편을 통해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임원직인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O)를 만들었다. 해당 자리에 정 전무를 앉혔다. 정 전무는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의 장남으로 입사 2개월 만에 CSO 자리에 올랐다. 정 전무는 디지털전략본부, 브랜드전략본부, 커뮤니케이션본부 등 3개 조직을 총괄하게 된다.

      입사 이전에는 임팩트 투자회사를 설립해 운영한 바 있다. 현대해상 측은 정 CSO에 대해 “국내외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및 임팩트 투자 분야에서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으며, 오너로서 누구보다 현대해상의 미래 청사진을 잘 그릴 수 있는 인사이트와 역량을 보유했다”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정 전무의 첫 행보가 제4인터넷은행 진출이란 점에 대해선 현대해상 지분을 보유한 기관투자가들 사이에 부정적 시선이 존재한다. 증권가에선 기존에 인터넷은행들조차 마땅히 자리를 잡지 못한 가운데 현대해상의 제4인터넷은행 진출의 진의가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분위기다.

      토스뱅크 BIS비율은 10.84%, 케이뱅크는 13.91%에 불과하다. 시중은행이 16~18%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이들마저도 자본 여력 때문에 대출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토스뱅크는 지난해 유상증자를 계획했으나 여건이 여의찮은 것으로 알려진다.

    • 이런 상황에서 제4인터넷은행이 충분한 자본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인터넷은행은 상당한 자본력을 필요로 하는데 현대해상에도 부담일 것이다. 지방은행도 인터넷은행 진출을 노리고 있다는 점에서 당장으로는 크게 시너지가 난다거나 사실 수익성이 좋을 것으로 기대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신사업 진출을 두고 금융권에서 정 전무 업적 챙기기 나서기란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입사 2개월 만에 CSO 자리를 꿰찬 만큼 당장의 구체적인 성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정 전무가 그간 보험에서 경험을 쌓지 않은 상황에서 신사업으로 진출할 수 있는 게 제한적이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정 전무와 비슷한 트랙을 밟은 한화생명 김동원 사장은 한때 핀테크 투자 등의 행보를 보이다 최근에는 보험대리점(GA) 인수 등 적극적으로 보험업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제4 인터넷은행 진출에 성공하더라도 주주들의 반대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해상은 작년 당기순이익은 8057억원으로 전년 대비 37.1%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조264억원으로 전년 대비 42.4% 감소했다. 

      최근 유안타증권은 현대해상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유안타증권은 “자본비율이 낮고 향후 경제적 가정 변경의 부담도 크며 해약환급금 준비금 부담도 크기 때문에 적극적인 주주환원 개선은 어려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현대해상의 향후 수익성 및 배당 여력에 의문을 품고 있다. 2023년 연간 배당금은 전년 대비 5% 증가한 주당 2063원으로 결정됐는데 4분기 보험 순익이 적자전환하며 시장의 기대를 밑돈 수치다. 이런 상황에서 주주들로선 현대해상의 자본력을 지속적으로 투입해야 하는 인터넷은행 진출에 대해서 동의하기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런 실망감은 주가 추이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현재 현대해상 주가는 지난 1월 중순 저점에서 약 15% 상승했다. 경쟁사인 삼성화재나 DB손보는 같은 기간 30% 이상 상승했다. 본업경쟁력에 대한 실망감은 물론, 주주환원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지며 주가 상승률이 절반에 그친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대해 현대해상 측은 "인터넷은행에 진출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신사업의 일환"이라며 "소매금융업 중심으로 수익 다각화 기회를 검토한 결과, 인터넷전문은행이 가장 진입 매력도가 높은 산업으로 봤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