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해진 SK에코플랜트 환경사업…안고 가자니 계륵, 팔자니 정체성 혼선
입력 2024.03.07 07:00
    환경사업, 이익 기여 미미한데 재무 부담 계속
    '진짜' 환경사업 하기까지 과도기 수단 성격도
    SK하이닉스 등 반등에 폐기물 등 매력은 줄어
    "환경사업 팔라" 지적 있지만 정체성 혼선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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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에코플랜트는 지난 수년간 친환경·에너지 사업 비중을 빠르게 끌어올려 왔다. 기대한 효과는 빠르게 나타나지 않은 반면 과중한 차입금 부담은 이어지면서 올해도 중요도가 떨어지는 환경사업은 정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상황이다. 다만 사명까지 바꿔가며 '환경기업'임을 부각한 SK에코플랜트 입장에선 사업정리 역시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카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SK에코플랜트는 2020년 이후 본격화한 SK그룹 논카본(친환경) 전략의 최선봉에서 전방위적 투자를 단행했다. 아직 투자의 성패를 논하긴 이르지만 회사의 재무부담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영업현금흐름은 악화했고, 편입한 기업들에 대한 추가 투자 부담도 늘었다. 투자가 절정이던 2022년엔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 규모가 10배에 달했다. 2021년 총차입금은  3조2319억원에서 5조7117억원으로 늘었다.

      SK에코플랜트는 확장 과정에서 자회사 지분들을 팔거나 우선주, 메자닌 발행 등으로 시장 자금을 적극 끌어왔는데 이제 와선 이것도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다. 리뉴원(구 대원그린에너지) 주식 기반 교환사채(EB)는 이자율이 8.45%에 달한다. 이자비용은 늘었는데 작년 3분기까지 환경·에너지 사업의 영업이익은 수백억원에 그치다 보니 자본활용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따른다.

      자연스레 시장에선 다른 자금조달 방안, 즉 사업 조정 필요성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밸류체인 상 중요도가 떨어지는 사업은 정리해 빚을 줄이고 그 돈으로 신사업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빚이 많은 상태에서 상장하면 공모자금으로 빚을 갚으려 한다는 시선을 피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신용평가사도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건설 실적 감소 가능성, 신산업 투자 부담 등을 감안하면 추가 자본확충이나 자산매각 등을 통해 현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SK에코플랜트에 가용한 수단이 얼마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존의 주력인 건설이나 플랜트 사업은 팬데믹 때 타격을 크게 받았지만 최근 들어 다시 기지개를 키고 있다. SK하이닉스가 122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용인클러스터 사업의 수혜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SK에코플랜트가 새로 벌인 환경·에너지 사업 중에선 수소연료전지(블룸에너지 투자), 폐배터리 리사이클링(TES 인수) 등이 각광받을 곳으로 꼽힌다. 아직까진 투자 규모 대비 성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지만 미래 성장성은 확실하고 상장 시 건설업보다 기업가치 평가에서도 유리하다는 것이다. 주력 사업에 힘이 실릴 때 이 쪽에 투자를 더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애매한 것은 국내의 다른 사업들이다. 전방위적인 M&A로 폐기물 매립·소각 등 각 분야에서 국내 수위권 입지를 공고히 하게 됐지만 평가는 엇갈린다. 대기업이 나서 폐기물 사업을 클린화하고 '제도권'으로 이끌었다는 평이 있지만, 대기업이 나서서 할 만한 사업이냐 하는 지적도 없지 않다. SK에코플랜트도 건설에서 고부가 환경기업으로 변화하는 과도기적 수단으로 국내 환경 사업에 힘을 쏟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보면 국내 폐기물 매립·소각(리뉴원 등)이나 해상풍력사업(SK오션플랜트) 등은 회사가 그리는 최종 그림에 반드시 남아 있을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 프리미엄 브랜드를 앞세운 건설, SK하이닉스에 기댄 플랜트 사업이 다시 힘을 받는다면 단순 폐기물 사업에 힘을 쏟을 이유가 줄어든다. 특히 기존 투자자들의 자산 매각 요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SK에코플랜트가 당장 위험한 상황은 아니지만 높은 금리를 감수하고 벌인 사업들의 이익 창출력이 떨어진다는 점은 문제”라며 “상장 때 좋은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폐기물이나 풍력사업처럼 중요도가 떨어지는 사업을 팔아 빚을 줄이고 수소나 폐배터리 사업에 더 투자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환경사업을 손대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회사는 2021년엔 사명을 SK건설에서 SK에코플랜트로 바꾸고 기존 사업부문도 에코에너지·에코스페이스·에코솔루션·에코엔지니어링 등으로 개편했다. 친환경·에너지로 기업 체질을 바꾼 후 상장(IPO)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정작 돈은 비환경 사업에서 벌면서도 건설사 '꼬리표'를 떼는 데 역량을 집중해 왔다. 국내에서 벌인 환경 사업이 썩 매력적이지 않다 해도 이제 와서 변화를 주려 한다면 시장에 기존 전략이 잘못됐었다는 인식을 줄 수밖에 없다. 이해관계자들이 생각하는 그림과 회사의 청사진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SK에코플랜트는 SK그룹 투자 전반을 챙기던 장동현 SK㈜ 부회장이 각자대표를 맡아 IPO 성공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회사는 2022년 우선주 발행 당시 투자자에 5년 내 상장(2년 연장 가능)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직 시간 여유가 있지만 올해에서 내년까지가 상장 추진에 적기라는 시선이 있다. 이달 중 투자자 설명회를 거쳐 상반기 중 상장 논의를 구체화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