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방전'된 가처분 심리 종결…한미약품 오너家 경영권 분쟁 향방은
입력 2024.03.07 15:51
    "경영 능력 없다" 母·子 비방전 이어진 2차심문
    28일 주총 전 최종 결론…경영권 분쟁 향방 달려
    OCI와의 통합 당위성·경영권 분쟁 여부가 핵심
    주총 표대결,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캐스팅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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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의 변수가 될 수 있는 신주발행 가처분 사건의 심문이 종결됐다. 법적 공방이 비방전으로 번지는 등 한미약품 오너가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향후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될 가처분 인용 여부에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미약품그룹 오너가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사장이 한미사이언스를 상대로 제기한 OCI홀딩스 대상 제 3자배정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2차 심문이 6일 오후 4시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렸다. 각 변호인단은 지난달 21일 첫 심문에 이어 이날도 통합결정 과정이 경영권 분쟁 상태에서 진행된 것인지 등을 놓고 2시간 이상 팽팽한 공방을 벌였다. 

      2차 심문에는 임종윤·종훈 사장 형제 측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지평과 광장,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 모녀 측 대리인 법무법인 화우, 보조참가인인 OCI그룹 대리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변호인단이 출석했다. 한미약품 오너일가는 참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달 중 예정된 이사회와 주주총회 일정을 언급하면서 심문을 종결했다. 재판부는 양측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점을 고려해 양측에 추가자료나 의견을 오는 13일까지 제출하도록 했다. 

      최종적으로 가처분 인용 여부는 이달 28일로 예정된 주주총회 전에 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임종윤 사장 측이 추가로 제기한 주주총회 의안상정 가처분과 관련해서는 한미사이언스 측이 오는 11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안건 상정을 논의하기로 했다.

      지난달 임종윤·종훈 사장 측은 한미사이언스 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주주 제안을 통해 이사회에 진입해 경영권을 쥐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현재 임종윤·종훈 측 지분을 모두 합치면 28.4%이다. 송 회장과 그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31.9%다. 

      양측 지분이 비슷한 상황에서 재단 지분 활용도 변수다. 형제 측은 가현문화재단(4.9%)과 임성기재단(3%)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미그룹 측은 3월 주주총회 시점에서는 OCI그룹과 통합 절차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이라 공익재단의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특수관계인을 제외한 개인 주주 중 최대 지분인 한미사이언스 지분 약 12%를 보유한 신동국 한양정밀화학 회장이 사실상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전망이다. 신 회장은 ‘중립’의견을 밝힌 이후 별다른 입장을 내비치고 있지 않다. 신 회장은 한미약품그룹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의 고등학교 후배로, 한미 오너 일가와 두루 친밀한 사이로 전해진다.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가처분 기각이 된다면 주총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임 사장 측이 ‘플랜B’를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고, 가처분 인용이 되면 주총 표대결 등 경영권 분쟁이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재판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母미술관 운영에만 몰두” vs “子얼굴 본 직원 없다” 

      2차 심문에서도 양측의 핵심 주장은 1차 심문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법정 공방이 모자(母子)의 비방전으로 번진 양상이 나타났다. 양측은 서로의 경영 전문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측은 "임종윤 사장은 2010년 한미그룹이 지주사로 전환된 이후 12년간 대표이사로 그룹에 재직했고 경영 성과도 이뤘다"며 "송영숙 회장은 이 기간 경영에 관여하지도 않았고 사진미술관만 운영했다. 그런데 선대 회장이 타계하자마자 열흘도 안돼 경영권 장악을 시도했고 선대 회장 사망 후 열흘도 안돼 이사회를 상대로 대표이사 취임을 강요했다”고 밝혔다. 

      한미사이언스 측은 "송영숙 회장은 고 임성기 회장과 함께 회사를 구축한 인물로 경영 능력을 불인정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오히려 임종윤 사장이 재직하는 동안 얼굴을 봤다는 직원조차 없다. 임종윤·종훈 사장이야말로 이번 합병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주장하는 등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1차 심문에 이어 신주발행의 목적과 정황을 둘러싸고 ‘경영권 분쟁 상황’ 여부에 대한 공방이 이어졌다. 임종윤 사장 측은 명백히 경영권 분쟁 상황이었다며 물리적 충돌까지 있었다고 강조했다. 형제의 경영 배제에 대해서 반대 의사를 밝히는 등 ‘평화로운’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모녀 측이 통합 결정을 사전에 형제 측에게 설명하지 않았고 한미사이언스의 관련 문건에서도 '경영권 분쟁'이라는 언급이 있다는 점을 들었다.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 모녀 측은 "임종윤 사장이 결재가 필요한 서류를 외면하면서 코리그룹의 경영에만 매진했다”며 "이번 사건에서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강조하며 상속제 재원 마련을 외면하고, 대안 없는 반대만 하고 있다"고 반박에 나섰다. 

      “왜 OCI여야만 했나” 통합 당위성 두고 여전한 갑론을박

      결국 ‘경영상 시급성’과 ‘경영권 분쟁’의 여부를 재판부가 인정하는지에 따라 가처분 기각 및 인용 여부가 달려있다.

      임종윤 사장 측은 “이번 거래는 일부 대주주의 현금 창출이 주된 목적으로 한미약품 그룹의 성장과 주주가치 제고 등 주주 및 다수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에 반하는 의사결정”이라는 입장이다. 

      임종윤 사장 측은 이번 거래에서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에 자금이 들어가고, 신약개발을 위해 한미약품에 한미사이언스가 자금을 계속 지원하면 계열사 부당 지원이나 한미사이언스 주주들에 대한 배임에 해당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사모펀드 라데팡스파트너스가 경영권 분쟁을 유발했으며 경영에 직접 관여한 이후 한미약품의 핵심 인력들이 대거 퇴사하는 등 경쟁력 약화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임종윤 사장 측은 일방적으로 경영권을 쥔 송영숙 회장이 ‘제약바이오에 문외한’인 OCI홀딩스 외 다른 회사와의 합병을 정식으로 검토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다만 재판부는 한미사이언스 측 제출 답변에서 OCI홀딩스 이외 다른 회사를 물색한 관련성을 파악했다고 판단했다.

      모녀 측은 OCI와의 통합이 긴급하게 이뤄진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모녀 측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OCI와의 연계가 검토되기 시작한 건 2021년 12월이다. 당시 한미사이언스를 대신해 방법을 모색하던 라데팡스파트너스의 김남규 대표와 이우현 OCI그룹 회장의 미팅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OCI외에 삼성바이오로직스, 금호석유화학, 한국콜마 등과도 협력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한미사이언스 측은 솔브레인과는 양해각서(MOU) 초안까지도 작성됐고, 한미사이언스 사옥을 세일즈앤드리스백으로 활용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도 검토됐지만 무산됐다고 밝혔다. 이후 OCI와 이야기가 진행됐고 지난해 말부터 OCI와의 통합이 추진됐다는 설명이다. 

      한미사이언스 측은 OCI와의 통합으로 R&D 투자 기조를 대폭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통합의 당위성을 내세우고 있다. 한미사이언스 측은 임종윤 사장에 OCI홀딩스와 통합 이외 신약 개발 투자 확대 등 경영개선을 위한 다른 방법이나 대안이 있냐는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