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 1인자 된 정용진 회장…시장은 뚜렷한 전략 없는 승계에 '불안'
입력 2024.03.08 16:47
    정 신임 회장 승진에 "위기 정면돌파하기 위한 결정"
    그룹 전반 장악력 높여 …추가 인사 가능성도 주목
    경영 성과 부진에 '신상필벌' 사라진 인사란 지적도
    "최대주주 의지만으로 이뤄진 승계…합리성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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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신세계그룹의 정용진 총괄부회장이 '깜짝' 회장 승진했다. 계열사 실적 부진, 성장 정체 등 과제가 쌓인 상황에서 정 신임 회장의 어떤 '위기 탈출' 전략을 펼칠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경영 성과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최대주주'의 의지만으로 이뤄진 승진 인사에 시장에서는 아쉬운 평가도 나온다.

      8일 신세계그룹은 정용진 총괄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했다고 밝혔다. 2006년 부회장에 오른 후 18년만의 승진 인사다. 이명희 회장은 그룹 총괄회장으로서 그룹의 총수 역할을 계속한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인사는 정용진 회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을 ‘정면돌파’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정 신임 회장 승진의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은 것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할 기로에 서 있는 신세계그룹이 정 회장에게 부여한 역할은 막중하다”고 밝혔다. 

      신세계그룹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그룹의 강력한 리더십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사상 첫 적자전환했다. 신세계건설이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대규모 영업손실을 냈고, 이커머스인 SSG닷컴과 G마켓도 적자를 이어가며 유통과 비유통이 모두 부진했다. 핵심 사업인 대형 할인점 이마트도 쿠팡에 전체 매출이 밀리는 상황이다. 공격 투자로 신사업 확장을 꾀했지만 결국 ‘오프라인 강화’로 돌아왔다.  

      한 재계 관계자는 “그룹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명희 총괄 회장이 정용진 신임 회장에게 좀 더 ‘확실히 챙겨라’는 의미의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본다”며 “다만 구조적으로 유통업이 기울고 있고, 새로운 성장동력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 위기를 극복해나갈 지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사에서 신세계그룹은 정 신임 회장의 여동생인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 지위에는 변화를 주지 않았다. 사실상 정 회장의 그룹 전반 내 역할과 경영 장악력이 강화된 것이란 해석이다. 신세계백화점의 리더십이 애매해지면서 추후 계열분리 가능성에 대한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룹 리더십이 재정비되면 추가 인사가 이뤄질 지도 관심이 모인다. 지난해 신세계는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대표를 포함해 주요 계열사 대표를 대거 교체하는 쇄신 인사를 단행했다. 

      당시 2019년부터 이마트를 이끈 강희석 전 대표가 퇴임했고, 경영전략실 수장을 8년 만에 권혁구 전 사장에서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겸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로 교체됐는데 모두 이명희 총괄회장의 결정이었다고 전해진다. 강희석 전 대표 퇴임에 당시 정용진 부회장은 반대 의사를 보였던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이번 인사로 정 신임 회장이 그룹의 실질 경영권을 갖는다면 추가적인 인사 변동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투자 및 재무 개선 전략 가동에도 주목된다. 이마트는 최근 기업형벤처캐피탈(CVC)에 다시 힘을 쏟고 있는 분위기인데, 그동안 대형 M&A 성과가 좋지 않고 신성장동력은 찾아야하니 소형 투자나 CVC에 집중하는 것이란 해석이 많다. 자금 조달을 위한 스타벅스 지분 활용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인사가 그룹의 실적과 재무 상황 등 객관적 상황에서의 경영 성과가 긍정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진 것인만큼 추후 어떤 평가가 이어질 지 관심을 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영성과가 주주 및 시장에서 공동으로 누리는 개념임을 고려하면, 지난 몇 년간의 이마트 경영 성과에 따른 ‘신상필벌’ 인사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스튜어드십코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가동 기조 아래 ‘경영 성과’에 따른 경영진 선임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사실상 제도적 절차보다 최대주주의 의지만 반영된 점은 불확실성을 높인다는 평가다. 

      이마트는 정용진 신임 회장이 지분 18.56%를 보유해 최대주주고, 신세계는 정유경 총괄사장이 18.56%을 보유해 최대주주다. 이명희 총괄회장은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 각각 10%를 갖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금 시점에서 뚜렷한 전략이나 아젠다를 제시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최대주주의 의지로 그룹의 승계가 이뤄진 셈이다보니 긍정적인 평가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며 “이번 리더십 변화가 거버넌스 측면에서 주주들을 위한 것이고 합리적인 선택인지 시간을 두고 시장의 평가를 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