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취임 첫날 전방위 검사 들어온 금감원...속내는 농협중앙회 군기잡기?
입력 2024.03.11 07:00
    취재노트
    농협금융 지배구조 들여다보겠다는 금감원…중앙회 사정권
    강호동 신임 중앙회장 취임 첫날, 은행·지주 수시 검사 돌입
    경영 및 인사 개입 막겠단 포석(?)…"군기잡기 아니냐" 목소리
    "농협은 당국 감독 제한적이고 계열사 인사에 입김 센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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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감독원이 NH농협금융지주·은행·투자증권에 대한 고강도 검사에 돌입하면서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농협중앙회장의 취임 첫날부터 전격적인 검사가 이뤄진데다 NH투자증권의 차기 대표 선임 직전 검사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강호동 신임 농협중앙회장의 경영 및 인사개입을 견제하겠다는 게 아니겠냐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지난 7일 금융감독원은 NH농협금융지주와 NH농협은행에 대해서 수시검사에 착수했다. 8일은 NH투자증권에 대한 사전검사를 시작한다. 사전 검사란 정기 검사(본 검사) 전 단계다. 앞서 농협은행은 2019년3월부터 작년 11월까지 109억원 규모의 업무상 배임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NH투자증권, 농협지주까지 범위를 확대해 검사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금융당국의 검사 착수 시기가 미묘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NH투자증권은 현재 차기 대표 선임 절차를 밟고 있다. 11일 최종 후보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금감원이 검사에 돌입했다. 리더십 공백 상황에서 내부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아울러 검사가 시작된 7일은 강호동 신임 농협중앙회장의 취임 첫날이기도 하다.

      지주와 증권이 주요 타깃이 되긴 했지만, 결국 금감원이 농협중앙회를 정조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적지 않다. 금감원은 내부통제 이슈에 더해 지배구조 문제까지 들여다볼 것으로 에상된다. 농협중앙회가 농협지주의 단일주주로서 내부통제와 관련해 제역할을 했는지, 혹은 NH투자증권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 과정에서 외부 압력은 없었는지가 핵심으로 꼽힌다.

      농협중앙회의 포괄적 감독권한은 농림축산식품부가 갖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이 들여다볼 수 있는 영역은 건전성 등 제한적이다. 반면 농협중앙회가 농협지주와 NH투자증권등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강한 것으로 알려진다.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이 분리된 이후 농협지주 회장이 독립적으로 경영을 하고 있다곤 하지만 농협중앙회의 입김을 벗어나긴 어려운 구조라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흘러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선 농협금융에 대한 관리·감독이 더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오랫동안 있었다. 농협중앙회가 계열사에 미치는 영향력을 견제하기 어려운 구조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 농협중앙회에 대한 금감원의 기조가 좋지 않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번에 농협중앙회의 새로운 수장이 된 강호동 회장은 과거 동일인에게 수십억원의 초과대출을 해준 혐의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직무정지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다. 17년만에 직선제로 진행된 농협중앙회 회장 선거 결과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지만 당국 입장에선 달가울만한 소식은 아니다. 

      강호동 회장은 당시 당국의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직선제를 통해 당선됐기 때문에 이의를 제기할 순 없지만, 금융당국이 반가워할만한 인사는 아닐 거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마침 농협금융그룹은 대대적 인사를 앞두고 있다. 신임 농협중앙회장이 취임하면서 농협금융그룹은 물갈이 인사가 이뤄질 것이란 추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2000년 이성희 전 농협중앙회장은 취임하면서 농협상호금융대표, 농협은행장, 농협대 총장 등 다수 인사의 사표를 수리했다. 

      NH투자증권의 차기 신임 대표 선임 과정에도 농협중앙회의 입김이 들어갈 것이란 시각이 많다. NH투자증권 차기 대표이사 후보는 윤병운 NH투자증권 IB1사업부 대표(부사장)와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 사재훈 전 삼성증권 부사장으로 압축됐는데, 각각 NH투자증권 내부인사, 농협중앙회 인사, 농협지주 추천 인사로 꼽힌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미묘한 시점에 벌어진 금감원의 전방위 검사를 두고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다고 추론하지 않기가 더 어려운 상황이다. 인사를 앞두고 어떤 의도가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만하다. 일각에선 금감원에서 군기잡기에 나선 게 아니냐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