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도마 오른 농협銀 내부통제…준법인력 충원 속도는 더뎌
입력 2024.03.11 07:00
    또 터진 농협銀 금융사고…업무상 배임·109억 규모
    7일 조사 착수한 금감원…농협그룹 전방위 조사 관측
    7년간 횡령사고 17건…지난해도 당국 내부통제 지적
    부족한 준법감시 인력…5대 은행 중 관련 비율 '꼴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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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최근 100억원대 임직원 배임사고가 발생하며, 또 다시 농협은행의 부실한 내부통제 시스템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사고는 지난해 10월 금융당국으로부터 내부통제 미흡으로 관련 조치를 받은 지 5개월여 만이다.

      농협은행의 내부통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그간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실제로 농협은행의 내부통제 인력 비율은 5대 은행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은행도 내부통제 담당 인력 충원에 노력하곤 있지만, 진척이 더딘 상황이다. 내부통제 시스템 고도화와 별개로 담당 인력 자체가 부족하다보니 구멍이 뚫릴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농협은행은 지난 5일 업무상 배임으로 109억4733만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한 영업점 직원이 대출을 취급하며 담보가 되는 부동산 가치를 실제보다 부풀려 취급한 것이 연초 자체 감사를 통해 드러났단 설명이다. 현재 해당 직원은 대기발령 상태이며, 농협은행은 경찰에 수사 의뢰를 요청했다. 

      농협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회 위성곤 의원실이 농협은행에서 제출받은 횡령사고 발생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총 17건의 사고가 발생했으며, 횡령금액만 3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재금 횡령이 10건으로 가장 많았는데, 지난해에도 외국통화 및 자동화기기를 이용한 2건의 시재금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 고객 예금 횡령도 2018년과 2020년 두 차례 발생했고, 특히 지난 2021년에는 가족명의를 이용해 25억4500만원의 대출금을 횡령한 4급 직원이 적발돼 징계해직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금감원으로부터 내부통제 미흡과 관련해 경영유의사항 조치를 받기도 했다. 당시 금감원 은행검사2국은 농협은행에 대해 20건의 개선사항과 22건의 경영유의사항 조치를 내렸는데, '내부통제기준 정비 및 보고절차 마련' 등 미흡한 내부통제 시스템과 관련한 사항도 포함됐다.

      국회와 금융당국이 국정감사와 기관조치 등을 통해 농협은행의 내부통제 문제를 꾸준히 지적하고 있지만, 관련 인력의 충원 속도는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이번에 발생한 배임 사고 역시 인력 부족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다.

      금감원은 2022년 은행권 금융사고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를 위해 준법감시인력의 단계적 확충 등을 담은 '은행권 내부통제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방안에 따라 일반 은행은 전체 임직원 대비 준법감시인력의 비율을 지난해 말까지 0.4%, 오는 2025년까지는 0.8% 이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8월까지 준법감시인력이 53명 수준으로 전체 임직원 대비 0.33%에 불과했다. 금감원의 조치 이후 농협은행은 상시감사반과 규제대응지원반을 팀으로 승격시키고 해외감시반을 신설하는 등 조직을 강화하고 준법감시인력을 확충해 연말 기준 65명까지 늘렸다.

      다만 일각에선 농협은행의 후속조치를 두고 당국의 기준치를 맞추기 위해 최소한의 인력만 충원한 게 아니냐며 평가 절하하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 말 농협은행 전체 임직원 1만6119명 기준 준법감시인력 비율은 0.403%로, 당국 기준치 0.4%를 간신히 넘기는 수치다. 인력이 1명만 적었어도 기준치에 미달했다.

      2025년까지 당국의 비율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선 현재 준법감시인력 수준의 2배 가까운 인원이 확충되어야 한다. 하지만 농협은행의 그동안의 행보를 감안할 때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가 크다.

      타 시중은행들과 비교해도 농협은행의 준법감시인력은 부족하다. 지난해 8월 기준 우리은행(0.68%), 신한은행(0.64%), 하나은행(0.61%), 국민은행(0.41%)의 준법감시인력 비율은 농협은행을 크게 앞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이달 말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준법감시인력 관련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 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분기마다 각 은행이 당국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있다"며 "이달 말에도 점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농협은행측은 "내부통제와 관련해 팀 추가 신설 등 조직을 전년 대비 확대했고, 준법감시인력을 지속적으로 충원해 현재 당국의 규제인력비율 기준은 충족한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인력은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