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차방정식'된 금융지주 사외이사 구하기…겸직제한·짧은 임기에 ESG도 맞춰야
입력 2024.03.13 07:00
    금융지주 사외이사 면면 드러나
    여성 등 ESG 트렌드 적극 반영
    겸직이나 임기 제한에 구인난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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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금융지주 사외이사 후보 추천이 마무리됐다. 여성 비율이 높아졌고, 회계나 법률, 금융 등 전문성을 갖춘 이사진들도 속속 확보됐다. 하지만 일각에선 금융지주 사외이사 구성을 두고 여전한 우려의 시각을 내놓는다. 금융지주 사외이사진에 교수진 쏠림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단순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비율을 맞추는데 급급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된다. 

      금융지주들은 사외이사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토로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ESG에 발맞춰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너도나도 트렌드에 적응하려다 보니 관련 인사를 찾기가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국내 사외이사 제도 특성상 겸직이나 임기 제한이 있다는 점도 본질적인 한계점으로 꼽힌다. 

      지난 4일 신한금융을 마지막으로 금융지주 사외이사 후보 추천이 마무리됐다. 올해 키워드는 여성 인력 충원을 통한 ESG 강화다. 이에 우리금융은 이은주 서울대 교수, 박선영 동국대 교수를, 하나금융은 윤심 전 삼성SDS 부사장, 신한금융은 송성주 고려대 교수를 새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이처럼 금융지주 사외이사에 여성 비율을 맞춰두긴 했지만 교수진에 치우친게 아니냐는 의견도 없지 않다. 회계나 법률, 금융 등 전문분야 외에 다양성을 감안한 사외이사진 구성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금융 분야의 경영 경험이 다소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금융지주 사이에선 여성 사외이사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당장 ESG 비율을 맞추기 위해 금융지주를 비롯해 여러 기업들이 관련 인사를 찾다보니 수요가 몰리고 있는 탓이다. 

      한 전직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금융사를 비롯해 여러 기업들로부터 여성 사외이사 후보를 소개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는다”라며 “전문성이나 사회적 경험, 연륜 등을 고려해 연락을 해보면 이미 두 군데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정도로 구인이 어렵다”라고 말했다

      더욱이 금융지주 사외이사에 걸맞는 여성 인력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전언이다.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민간 금융사와 달리 회장이나 행장 등을 설득하거나 견제해야 하는 기능을 해야 한다. 단순히 안건에 대해 의견을 내는 수준의 참여도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토론에 임하며 때로는 임원진들에 대응해 날카로운 대립을 불사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외이사 경험이나 사업체 경영 경험 등의 필요성이 강조되기도 한다. 아직까지는 이 같은 연륜을 갖춘 여성 전문인력 풀이 부족하다는 현실 진단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다. 

      일각에선 국내 사외이사의 짧은 임기나 겸직제한 등의 현실적인 한계들이 거론되기도 한다. 국내사외이사는 현행법상 6년으로 제한되어 있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의 사외이사 임기는 법률상 제한이 없다. 

      영국은 최장 9년이지만 그 이상으로 예외가 인정되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는 6년마다 새로운 사외이사를 찾아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또, 국내에서는 최대 2개까지만 사외이사를 하도록 되어 있는 점도 인력풀 한계의 요인으로 꼽힌다. 

      이 사외이사는 “처음 선임된 뒤 말 한 마디 안 하는 이사도 없지 않다”라며 “초기 1~2년 정도는 사외이사를 맡은 회사에 대한 파악이 이뤄지고 그 이후부터 점차 전문성이 축적되어 가는데, 이제 막 해당 산업에 대해 식견이 쌓이려고 하는 시기에 그만둬야 하는 경우가 있어 안타까울 때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문제점에 공감해 사외이사 인력풀 자체를 늘리기 위한 노력도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특히 여성 사외이사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다음 세대의 사외이사를 이끌 인력들을 미리 양성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이화여대) 경영전문대학원에서는 지난 2020년부터 여성 사외이사 전문과정을 도입해 꾸준히 관련 인력을 키워오고 있다. 

      또 다른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결국 금융사 사외이사는 본인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금융에 대한 이해도가 어느 정도 있는지가 핵심 역량으로 꼽힌다”라며 “지금은 제도 도입 초창기인 만큼 아직까지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결국 실력으로 차츰 (사외이사 역량을) 증명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