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자산운용 '판다 vs. 안판다' 시끄럽지만…지금 매각이 문제일까?
입력 2024.03.13 07:00
    취재노트
    조갑주 단장 이메일 보내 "당장 매각 안해"
    시장에선 여전히 뜨거운 감자
    주주간 관계·금감원 제재 등 매각 변수 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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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지스자산운용(이지스)이 매각설로 시끄럽다. 대주주인 조갑주 신사업추진단장은 사내 메일을 통해 당장은 매각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혔는데 여지는 남겨뒀다. 매각을 추진하려 해도 실제 진행 및 성사 여부는 금융당국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국이 회사 운영에 영향을 줄 정도의 고강도 제재를 내릴 가능성도 거론되는 만큼 매도자도 잠재 인수자도 쉽사리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해외 부동산 부실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투자한 자산에서 실제 부실이 발생하기 시작하면 매각이 문제가 아닌  상황이 될 수 있다. 기관투자자들뿐 아니라 개인들까지도 피해가 확산될 경우엔 사태가 다른 국면으로 흐를 수 있다. 책임론도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단 점에서 정부도 예민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지난 5일 조 단장은 임직원에게 사내 메일을 통해 "유가족분들은 개인적 사정을 감안해 지분 매각에 대해 외부 자문기관에 의견을 구하기는 했으나 현재 시장과 회사 사정을 고려해 추가 진행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더불어서 "지분을 공동 매각하기로 합의했다거나 공개 매각 방침을 세운 것은 사실이 아니며 양자 간에 어떠한 법률적 합의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해당 메일이 알려진 이후에도 이지스 매각설은 잠잠해지지 않고 있다. 이미 굵직한 사모펀드(PEF)를 비롯해 해외 운용사들이 이지스 인수를 위해 '군침'을 흘리고 있고 몇몇 인수 후보들의 이름도 시장에 거론되는 분위기다. 시장에선 이지스가 매물로 출회한다면 많은 곳에서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고 있다. 

      2010년 설립된 이지스자산운용 창업주인 고 김대영 의장의 아내인 손화자 여사가 지분 12.4%를 보유하고 있고 대신파이낸셜(12.3%), 조 단장(11.89%), 우미글로벌(9.08%), 금성백조주택(8.59%), 현대차증권(6.59%), 한국토지신탁(5.31%), 태영건설(5.17%) 등이 주요주주다.

      2023년 6월말 기준 순자산기준으로 AUM은 27조2000억원, 부동산펀드 운용규모로는 62조7000억원인 시장점유율 14.6%의 국내 1위의 부동산전문 운용사다.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손꼽히는 부동산 운용사로 평가된다. 특히 부동산 전문 운용사다 보니 자금 이탈이 적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이 정도 되는 운용사는 새로 세우기 쉽지 않고, 시장에 매물로 나올 일도 많지 않다"라며 "안정적인 대주주가 인수할 경우 지금보다 성장 가능성도 크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매각을 두고 시장에 뜨거운 관심을 받지만, 현재 상황에선 변수들이 너무 많다. 무엇보다도 금융당국이 이지스를 비롯한 부동산 운용사들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금융감독원은 작년 조 단장의 가족회사 일감 몰아주기 혐의와 관련해 검사를 진행한 바 있다. 더불어 현재 제재를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지만, 제재 절차가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강도 높은 제제안이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른 부동산 운용사 관계자는 "이지스를 포함해 일부 부동산 운용사는 공중분해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라며 "금융당국이 단단히 벼르고 있다"라고 말했다.

      결국 인수 후보자들 입장에선 제재 결과를 살펴봐야 한다. 주주간에도 의견 일치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제재 결과가 이들의 의사 결정에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불확실성이 남은 상황에선 지분을 팔기 쉽지 않고, 다른 주주들의 협조도 구하기 어려워진다. 경영권 프리미엄은 포기해야 한다. 반대로 잠재 인수자도 당국의 눈밖에 날 위험을 안고 움직이기엔 부담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