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에 반대표 행사한 국민연금
입력 2024.03.13 07:00
    단순투자 목적에도 두 형제 이사 선임안 반대표 지속
    오너일가 ㈜효성 지배력 과반 이상…표대결 불가 구도
    인적분할 등 승계·지배구조 개편 작업 이어질 전망에
    정기주총 이후 국민연금 의중 중요…신경 쓰이는 구간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효성그룹의 승계·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본격화한 가운데 국민연금이 조현준 회장, 조현상 부회장의 재신임에 반대표를 예고했다. 최대주주 일가 지배력을 감안하면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 반대가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효성 인적분할 등 이어질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국민연금 행보는 이목을 계속 끌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 국민연금은 효성의 이번 정기주총에서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조 회장에 대해선 '기업가치 훼손 이력'을, 조 부회장에 대해선 '감시의무 소홀과 과도한 겸임'을 이유로 각각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같은 이유로 조 회장의 효성티앤씨 사내이사 선임, 조 부회장의 효성첨단소재 사내이사 선임에 대해서도 반대표를 행사한다. 

      두 형제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에 대해선 국민연금이 사실상 기계적 반대표를 행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며 책임투자 활동을 시작한 이래로 효성그룹에 지속적인 반대표를 행사해 왔다. 두 형제에 대한 횡령, 배임 및 계열사 부당지원 등 혐의와 이에 대한 재판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지난 2022년 12월 ㈜효성 주식보유 목적을 일반투자에서 단순투자로 변경한 뒤 별도의 주주권 행사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이 주주 권익 침해 우려가 있는 기업에 관여하려면 보유목적을 일반투자로 변경 공시해야 한다. 

      ㈜효성을 포함해 그룹 계열사에 대한 일가의 지배력도 안정적이다. 주주명부 폐쇄일인 지난 12월말 기준 두 형제와 조석래 명예회장의 ㈜효성 보유 지분은 53.5%다. 이사 선임은 주주 절반 이상 동의가 필요한 일반결의 사안이다. 일가가 과반 지분을 보유한 만큼 효성그룹 내 이사 선임안에선 주총 표대결이 불가한 구조다.

      반면 오는 6월 예정된 ㈜효성 인적분할안에선 국민연금의 입장이 복병이 될 수 있다. 

      효성그룹은 현재 지주사인 ㈜효성을 순자산 장부가액 기준 약 8대2로 인적분할해 ㈜효성신설지주(가칭)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인적분할은 주총에 출석한 주주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한 특별결의 사안이다. ㈜효성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약 56%에 달하지만 이론적으로는 이변을 최소화하기 위해 10% 안팎 우호지분이 필요하다.

      지난 연말 기준 국민연금의 ㈜효성 보유 지분은 6.2%다. 국민연금 단독으로 표결을 통해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영향을 미치긴 어렵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기관투자자 의결권 행사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긴장을 늦추긴 어려운 구도로 풀이된다. 분할 이후 계열 분리 및 승계 작업을 마치기까지 수년 시일이 필요한 만큼 국민연금이 재차 적극적 주주권 행사로 입장을 선회할 가능성도 있다. 

      투자 업계 한 관계자는 "효성처럼 일가가 과반 이상 지배력을 보유한 기업에 대한 주주권 행사는 수탁자책임위원회에서도 계란으로 바위치기란 인식이 강하긴 하다"라며 "반면 인적분할 외 사업부 분할·매각 작업을 줄줄이 진행해야 하는 만큼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구간"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