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예측 2일로 되돌렸으면...' 비효율 쌓이는 IPO 시장, 증권사 '죽을 맛'
입력 2024.03.14 07:00
    지난해 7월 시행된 IPO 건전성 제고방안 후유증?
    기관 수요예측 기간 연장 무의미…"마지막날 청약 여전"
    예상대로 기관 주금납입능력 확인에 인력 투입
    "갈수록 퇴행하는 IPO 개정안…IPO가 규제산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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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기업공개(IPO) 시장 건전성 제고방안' 시행 이후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쌓이며 증권가에서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허수성 청약을 최소화하고 수요예측 제도의 본기능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됐지만, 실무에 적합하지 않은 탁상 행정이라는 것이다.

      당장 현재 5일로 늘어난 수요예측을 다시 2일로 줄여야 한다는 제언이 쏟아져 나오는 중이다. 건전성이 제고되기는커녕 비효율과 한탕주의만 부추긴다는 지적도 많다. 향후 가격산정(밸류에이션) 방식 표준화 등 규제가 더해질 예정이라,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건전성 제고방안은 지난 2022년 12월 처음 발표됐고, 지난해 7월 상장에 나서는 발행사부터 적용되기 시작했다. 주요 내용은 ▲기관투자자의 주금납입능력을 확인하도록 규정 ▲주금납입능력을 초과해 수요예측 참여한 기관투자자에 대한 불이익 부과 ▲수요예측 기간 기존 2영업일에서 5영업일 이상으로 연장 ▲의무보유확약 물량 우선배정 원칙 등으로 이뤄져 있다. 

      증권사들은 저마다 시스템을 구축해 기관별 AUM이 정확하게 기입됐는지를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의무를 짊어졌다. 또한 기관 대상 수요예측 기간도 5영업일 이상으로 늘어나며 공모 일정이 길어졌다. 공모주의 상장일 가격변동폭이 확대된 것도 해당 개정안의 영향이다.

      개정안 내용이 공개된 시점부터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우려는 컸다. 실제로 시행 9개월차인 지금에 와선 우려대로 업무상 비효율이크게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우선 기관 대상 수요예측 기간이 늘어난 데 따른 비효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금감원 측은 제도 시행 전(1180대 1)보다 시행 이후(582대 1) 평균 수요예측 경쟁률이 하락했다며 효과가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다만 실무단에서는 수요예측 기간 도중 공시를 정정할 시, 직전까지 이뤄진 수요예측은 무의미해지는 점은 매우 비효율적이라며 입을 모으고 있다. 수요예측 기간 내내 분위기를 살핀 뒤 마지막날 청약 조건을 수정하거나 철회하는 기관들의 움직임 또한 여전하다. 이런 까닭에 불필요하게 공모 일정이 지연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5영업일로 수요예측 기간을 늘리나, 2영업일 동안 수요예측하나 큰 차이점을 모르겠다"라며 "보다 효율적으로 수요예측을 단기간 내 진행하는 과거 방식이 더 나았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한 기관의 주금납입능력을 확인하는 데 상장 주관을 맡은 증권사들이 많은 시간을 투입하고 있다. 물론 증권사별로 시스템을 구축, 서버상 기관의 AUM 등 정보가 기입돼 제출되곤 있다. 그러나 서면으로 제출한 정보와 일치하는지 여부를 일일이 대조해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체로 기관들이 서면 제출한 정보와 시스템상 기입된 정보가 일치하긴 하지만 딜 담당자나 신입, 인턴 직원들이 일일이 대조해 정보에 틀림이 없는지를 확인하고 있다"라며 "금융당국에서 증권사에 책임을 크게 물 수 있다는 판단 하에 꼼꼼히 확인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상장일 가격변동폭을 확대변경한 점도 연초 상장일 주가 하락을 초래했다는 목소리도 있다. 상장일 공모가 대비 400%까지 주가가 오를 수 있는 만큼 차익실현을 위해 청약에 뛰어드는 투자자가 늘었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해당 개정안의 취지는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형서왼 뒤 상한가)으로 인한 가격 변동성 완화를 위한 것이었던 데다 공모주를 차익실현 기회로 여기는 투자자들의 인식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꼬집기도 한다.

      IPO를 둘러싼 여러 규제로 인해 실무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불만이 여전하다. 마치 IPO가 규제산업 같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지난해말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과 일부 증권사 관계자들이 'IPO주관 업무 혁신 작업반'이라는 이름의 TF(태스크포스)를 구성, 기업가치 산정 기준도 만드는 중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청약증거금 비례배정 방식에서 벗어나 공모주 균등배정제도를 도입할 때부터 IPO 관련 제도들이 자본시장 논리에는 반하는 내용이라고 생각됐다"라며 "곧 금감원 주도로 밸류에이션 표준모델을 공개하고 올해 중 시행할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예측하고 있는데 IPO 시장에 규제가 계속 늘어나는 모양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