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운 컬리의 IPO…투자자들은 분할 매각 등 투자회수 '딴 생각'
입력 2024.03.15 07:00
    주당 1만5000원, 6000억원 밸류까지 하락한 컬리
    투자자 위해 국내외 유통 대기업 찾아도 '난항'
    회수 골치 아파진 FI들…락업에 IPO도 쉽지 않아
    '차라리 EOD 나라'…알짜 물류센터 노리는 PE들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최초 새벽배송 서비스를 출시하며 이커머스계의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에 등극했던 컬리가 위기설에 휩싸였다. 기업공개(IPO)는 연기됐고,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 단계서 인정받았던 4조원의 몸값은 최근 6000억원대까지 떨어지며 신규 투자 유치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적자가 지속될 경우, 컬리 투자자들은 기한이익상실(EOD)을 통한 투자금 일부 회수까지 고려할 수 있다. 투자업계에선 연내 IPO가 불발 될 경우, 컬리가 보유하고 있는 수도권 물류센터나 신사업인 뷰티 플랫폼 '뷰티컬리' 등을 분할 매각할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올해 3월 초 컬리의 비상장주식은 일부 기관 투자자들 사이에서 주당 1만5000원대에서 거래됐다. 기업가치로 환산할 경우 약 6000억원 수준으로, 이는 지난 2021년 말 프리IPO에서 인정받은 4조원 대비 약 85% 떨어진 수치다. 당시 앵커에퀴티파트너스(이하 앵커PE)는 컬리의 기업가치를 4조원으로 책정하며 2500억원 투자를 단행했다. 

      컬리는 연초부터 상각전영업이익(EBITDA) 기준 '사상 첫 월간 흑자'를 내세워 주관사인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JP모간 등과 상장 재추진을 검토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상장한다면 4조원은 물론, 지난해 제3자배정 전환우선주(CPS) 유상증자를 통해 인정받은 2조9000억원의 가치도 인정받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까닭이다.

      이에 일부 재무적 투자자(FI)들은 최근 유통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국내외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인수를 추진했지만, 다수 회사에서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내 인수 후보로는 롯데, 신세계, 큐텐 등이 거론됐다. 

      최근 컬리 측은 2018년 인수 협상이 결렬됐던 회사까지 재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컬리 측이 2조원을 밑도는 밸류를 제안했지만, 대기업들이 전부 거절하면서 협상은 일단 재결렬됐다. 

      컬리 측은 "인수 및 투자 유치 논의는 김슬아 대표와 무관하고, FI들의 개별적 행보는 알 수 없다"며 "월 단위 흑자이긴 하지만 실적이 개선되고 있고, IPO 시장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통업 특성상 점유율 유지를 위해선 지속적인 자금 투입이 필요한데, FI 입장에선 추가 투자할 요인이 부족해진 상황이다. 지난해 재투자 당시에도 투자자들 사이에선 반응이 좋지 않았다. 특히 앵커PE 블라인드펀드에 출자한 기관투자자(LP)들의 반대가 거셌던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IPO를 위한 증권신고서에서 조 단위의 밸류를 인정받고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기업가치 하락으로 쉽지 않다. 2022년 상장 추진 당시 FI들이 보유 지분에 6개월부터 2년의 보호예수(락업)를 약속했던 것도 걸림돌이다. 

      이에 따라 투자업계에선 기존 투자자들이 분할 매각을 통한 투자금 회수로 방향을 선회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시점에선 컬리가 보유하고 있는 김포ㆍ평택ㆍ창원 3곳의 물류센터를 매각하거나, 뷰티컬리 등 일부 신사업을 분할해 시장에 매물로 내놓을 경우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이 IPO 대비 크다는 것이다. 

      수차례의 투자로 김슬아 대표의 지분은 이미 5%대까지 낮아져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투자자들이 분할매각을 추진할 경우 막기 쉽지 않다. 작년 말 기준으로 컬리의 최대 주주는 미국 벤처캐피탈(VC) 세콰이어캐피탈(11.19%), 앵커PE(10.88%), 힐하우스캐피털(10.33%), DST글로벌(8.84%), 아스펙스캐피탈(7.37%) 등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컬리가 여러 기업을 찾아갔지만, 재무 상태를 확인하니 3월 말 감사보고서가 나오면 현상 유지도 위험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며 "업계에선 컬리 대주단이 EOD를 선언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물류창고나 뷰티컬리 등 알짜 자산만 주워가자는 말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 유통계열사 임원도 "쿠팡의 경우 소프트뱅크라는 뒷배가 있지만 컬리는 중소형 사모펀드들이 주 투자자이기 때문에 버티기가 쉽지 않다"며 "이미 쿠팡이 규모의 경제로 지배적 점유율을 확보한 상황에서 컬리가 지속적 이익을 남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