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회장'의 위기탈출 해법은…스타벅스 지분 매각 여부에 촉각
입력 2024.03.15 07:00
    재무부담 완화 시급하지만 활용 가능 자산엔 의문 부호
    시장은 스타벅스 지분 주목…실적 좋고 지분율도 넉넉
    PEF·기관 관심 가질 만하지만, 미국 본사와 협의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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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일, 신세계그룹은 정용진 총괄부회장의 회장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다양한 위기 요인이 쏟아지는 유통 시장 환경을 정면돌파하기 위해선 정 회장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했다. 본업이 잘 나갈 때도 정 회장의 경영 능력엔 의문 부호가 붙었었다. 정 회장을 변호하는 측에선 역량보다 당장 벌여둔 일을 정리하고 과중한 부채를 줄이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세계그룹은 ▲이마트 사상 첫 연간 적자 ▲바닥을 모르는 주가 ▲신세계건설 재무 위기 등 잇단 악재에 고심하고 있다. 본사 건물까지 팔아가며 공들인 온라인 사업이 부진하자 다시 오프라인에 힘을 쏟고 있다. 이마트는 올해 만기 도래 원화채 및 외화채 규모가 1조원에 육박한다. 굵직한 M&A들로 이자 부담이 늘었고, 인천 청라 사업 자금도 필요하다. 신세계그룹발 자금 조달 거래가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그룹 차원에서 각종 자산을 활용하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고, 국내외 사모펀드(PEF)들도 투자 기회가 생길까 관심을 갖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투자 기회를 예의주시 하지만 막상 투자할 건이 마땅치 않다는 시선도 있다. 그룹의 재무 역량 대부분은 부동산에 매여 있는데 최근 분위기에선 이를 유동화하기 쉽지 않다. 신세계푸드 등 계열사의 사업부를 활용하는 안도 거론되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다. 시장이 주목했던 고급 골프장(트리니티클럽 등)은 계열 내 위치를 이전하는 데 그쳤다.

      신세계그룹에서 가장 확실한 자금 조달 카드로는 스타벅스(SCK컴퍼니)가 꼽힌다.

      스타벅스는 1999년 한국 진출 후 신세계그룹과 스타벅스 미국 본사의 합작사(JV) 형태로 한국 사업을 해 왔다. 2021년 이마트는 미국 본사의 스타벅스코리아 지분 50% 중 17.5%를 인수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나머지 32.5%는 싱가포르투자청(GIC)이 인수했다. 스타벅스는 승승장구해 매출 3조원, 영업이익 1400억원의 알짜 회사로 성장했다.

      정용진 회장은 승진하기 딱 1년 전인 작년 3월 북한산국립공원 입구에 있는 '스타벅스 더북한산점'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했다. 정 회장의 행보는 '신임의 증표'로 여겨지기 때문에 임원들이 민감하게 생각하는데, 이 일정에 동행한 임원과 그렇지 못한 임원간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내 스타벅스의 중요성과 위상을 보여주는 사례다.

      스타벅스는 정용진 부회장 치세 중 첫 손에 꼽히는 성공 사례다 보니 선뜻 큰 폭의 변화는 꾀하기 어렵다. 다만 이마트가 넉넉한 지분(67.5%)을 갖고 있으니 소수지분을 활용할 여유는 있다. 17.5%를 팔더라도 경영권을 유지하는 덴 문제가 없다. 완전 매각이 부담스럽다면 교환사채(EB) 등 유동화 카드도 고려할 만하다.

      이마트가 스타벅스 지분 17.5%를 인수하며 쓴 돈은 4742억원, 지분 100% 환산 가치는 약 2조7000억원이다. 스타벅스가 독주체제를 구가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마트가 지분 매각 시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투자 때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PEF는 물론 GIC처럼 안정적인 현금흐름과 배당을 기대하는 대형 기관투자가들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향후 스타벅스 상장을 원한다면 주주를 분산해두는 편이 유리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선 스타벅스와 관련한 거래가 나올 수도 있다고 예상하는 분위기"라며 "알짜 자산이니 활용하려 해도 지분을 팔지 지분을 담보로 차입할지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벅스 지분의 가치는 충분하지만 활용하려면 미국 스타벅스 본사와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 구체적인 합의 조건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상장이나 라이선스 유지, 지분 매각 등 중요 사안은 본사와 협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GIC를 주주로 들일 때도 본사의 동의를 얻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은 자금 조달 방안을 두고 상당히 고심하고 있지만 아직 스타벅스 지분을 활용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소수지분을 팔거나 유동화하려면 미국 본사와 반드시 협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