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CGV 해외법인 지분 매각 나섰지만…놓자니 아깝고 되사자니 부담인 CJ
입력 2024.03.15 07:00
    6월 FI 펀드 만기 앞두고 지분 매각 나서
    그나마 성장성 있는 中·베트남·인니 시장
    FI 드래그얼롱 부담되지만 자금사정 압박
    콜옵션 행사 예상도…CGV "FI와 협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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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J CGV의 해외법인 소수지분이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재무적투자자(FI) 입장에선 CJ그룹 측이 매수청구권(콜옵션)을 행사해 지분을 되사주는 편이 부담이 덜하지만 CJ그룹의 재무 상황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 낙관하기 어렵다.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FI들이 CJ그룹 측 해외법인 지분까지 묶어 매각할 권리(드래그얼롱)를 행사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그나마 성장 여력이 남아 있는 해외 사업을 잃게 되니 CJ그룹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CJ CGV의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 통합 해외법인 ‘CGI홀딩스’ 소수지분 매각이 본격화했다. 매각 대상은 MBK파트너스와 미래에셋증권PE 등 FI가 보유한 지분 28.57%며 모건스탠리가 매각 주관을 맡고 있다. 오는 6월 투자 만기 전까지 매각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MBK파트너스와 미래에셋증권PE는 2019년 컨소시엄을 구성해 약 3335억원으로 지분 28.57%를 사들였다. MBK가 1호 스페셜시츄에이션펀드(SS펀드)를 통해 약 1100억원을 출자했다. 나머지는 2023년 6월 만기의 인수금융으로 조달했다. 당시 투자했던 기업가치는 약 1조1500억원 수준이다.

      당시 컨소시엄은 CGI홀딩스의 홍콩 증시 상장(IPO)을 조건으로 투자를 진행했다. 상장이 불발될 경우를 대비해 최대주주인 CJ CGV가 지분을 되사주거나, 컨소시엄이 최대주주 지분까지 매각할 수 있는 드래그앤콜(Drag along & Call option) 조건을 확보했다.

      FI는 지난해 투자 만기를 1년 연장해줬다. 그러나 CGI홀딩스는 연간 100억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하며 홍콩증권거래소 상장 요건을 달성하지 못했다. 코로나19가 유발한 극장산업 침체, OTT의 호황 등으로 베트남 법인 1곳을 제외하고는 적자가 지속된 영향이다.

      FI들은 되도록 번거로운 매각 절차를 거치지 않는 CJ CGV의 콜옵션 행사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드래그얼롱을 행사할 경우 유력 대기업과 척을 져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은 잠재 고객의 기분도 생각해야 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CJ CGV 입장에선 성장성 있는 해외 법인을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고, FI 입장에서도 드래그얼롱을 행사하긴 부담이 따른다"며 "FI 만기가 있어 일단 매각 절차를 개시하긴 했지만 CJ그룹이 어떻게든 자금을 모아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현재 CJ그룹의 재무 상황은 넉넉지 않다. CJ CGV는 팬데믹 이후 지속적인 차입과 자본확충을 통해 사업을 근근이 이어가고 있다. 최근 발행한 12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포함하면 2020년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은 2조원이 넘는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120%에 달한다.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다면 FI 지분을 받아줄 새로운 투자자를 찾는 안도 검토할 만한데, 침체기에 빠져 있는 극장 산업의 소수지분을 인수할 만한 곳은 많지 않다.

      CJ그룹이 해결책을 도출하지 못하면 FI가 부담을 안고 드래그얼롱을 행사할 수도 있다. 이미 1년의 말미를 더 준만큼 회수 성과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투자업계에선 FI들이 기대한 회수 성과를 내려면 드래그얼롱을 행사해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통 사모펀드(PEF)와 증권 계열 PE이 대기업을 대하는 방식이 완전히 같지 않을 수도 있다.

      코로나 팬데믹 영향에서 벗어나면서 극장 산업이 점차 회복세를 보이는 점은 긍정적이다. CJ CGV는 지난해 연간 실적에서 매출 1조5458억원, 영업이익 49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 흑자는 코로나팬데믹 이후 처음이다.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에서 매출이 회복됐는데 국내보다 글로벌에서 관객 회복 속도가 빨랐다. 해당 지역들의 인구 구조나, 국내에 비해 OTT 침투율이 낮은 점 등을 감안하면 성장 여력이 충분하다는 시각도 있다.

      CJ CGV 측은 “FI들과 최적의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여러 방안들을 협의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