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략 새판 짠 현대차…핵심 생산기지로 부상한 인도, 격전 예고한 브라질
입력 2024.03.15 07:00
    북미지역 수익 압도적 1위
    중국·러시아·브라질 제외 전지역 판매 증가
    인구 증가만큼 급성장한 인도시장
    현대차 최대 생산기지로, 올해 증시 입성 추진
    보조금 정책에 완성차 메이커 격전지 된 브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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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회장 시대에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벌 판매 전략은 새로 쓰여지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권역에 대한 중요도는 이미 크게 떨어졌고, 미국과 유럽에 대한 집중 전략은 더욱 강화하는 추세다.

      인도는 어느덧 현대차의 최대 글로벌 생산기지로 부상했다. 토요타 등 일본 업체가 선점한 동남아시아 국가에 대한 현대차그룹의  확장 전략은 이미 본격화 했다. 정부의 보조금 정책으로 전세계 완성차업체들의 이목을 끌고 있는 브라질에선 현대차도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며 경쟁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현대차·기아·제네시스)의 전세계 판매량은 약 730만대로 토요타(약 1100만대)와 폭스바겐그룹(약 920만대)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했다. 현대차의 글로벌 판매는 지난해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거의 모든 국가에서 증가했다. 해외 판매를 통해 벌어들인 금액은 약 5조2000억원으로 전년(약 3조6000억원)에 비해 50%가량 증가했다.

      순이익의 측면에서 보면 역시 북미 지역이 효자 노릇을 했다. 현대차가 최근 발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미국법인(HMA)의 지난해 순이익은 약 2조7000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9% 이상 증가했다. 북미지역 생산법인인 앨리배마공장(HMMA)은 2022년 설비투자로 인해 8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판매가 급증하면서 2300억원 이익을 기록해 흑자전환했다.

      현대차그룹은 연간 최대 50만대 생산이 가능한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의 연내 가동을 계획중이다. 최근 정의선 회장은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세라 허커비 샌더스(Sarah Huckabee Sanders) 아칸소 주지사와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했는데 이 자리에 장재훈 현대차 사장과 해외 대관 업무 강화를 위해 지난해 영입한 윤석열 정부 초대 대통령실 의전비서관 출신의 김일범 GPO(Global policy officer)가 동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될 경우 글로벌 기업을 향한 전기차 보조금 정책의 변화도 예상해 볼 수 있기 때문에 현대차그룹은 해외, 특히 미국 내 네트워크 강화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역대급 해외 판매 실적을 나타냈는데, 중국과 러시아 시장 축소가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중국 시장의 재건은 시일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당분간 미국과 유럽 등 주력 시장에 집중하는 기조가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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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 권역에선 인도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현대차 인도법인(HMI)은 전년(약 7100억원) 대비 30% 이상 증가한 약 92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인도는 현대차의 9곳의 해외 법인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성장세를 나타낸 지역이다. 현대차는 2022년 인도에서 약 55만대를 판매해 일본 스즈키의 현지 자회사 '마루티 스즈키'에 이어 2위의 점유율(14.5%)을 기록했다.

      사실 인도는 현대차그룹에서 중국을 대체해 글로벌 최대 생산 기지로 육성하고 있는 전략 지역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인도에서 약 77만대, 기아는 약 32만대를 생산했다. 

      현대차는 1996년 인도에 판매법인을 설립해 1998년에 첸나이 공장을 준공했다. 2008년 2공장을 설립했다. 인도에 첫 진출한 이후 현지 누적 투자금액은 약 65억달러(약 8조5000억원)이다. 지난해 현대차는 제너럴모터스(GM) 인도 법인 탈레가온 공장의 자산을 인수했고, 향후엔 현대차 자체적으로 인도에서 100만대 이상을 생산하겠단 계획이다. 아울러 향후 10년간 첸나이공장이 위치한 타밀나두주(州)에 전기차 생태계 조성 및 생산설비 현대화를 목표로 2000억루피(한화 약 3조2000억원) 투자하겠단 계획도 밝힌 상태다.

      현대차그룹이 인도에 집중하는 이유는 인도의 성장세 때문이다. 인도에선 2022년 476만대의 신차가 판매됐다. 이는 중국(2320만대)과 미국(1420만대)에 이어 세계 3대 판매량이다. 2027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중국·일본·독일·영국 등 주요국가의 자동차 시장 규모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인도는 20%가량 증가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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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는 현재 인도법인의 증시 입성도 추진하고 있다. 상장에 성공하면 대규모 현금 유입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인도 증시 역시 2023년부터 현재까지 급격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 2월 기준 약 2190개 기업이 상장한 인도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약 4조3600억달러(약 5800조원)로 지난 1월 홍콩증권거래소를 제치고 미국과 중국, 일본에 이어 세계 4위를 기록했다. 인도 증시는 이미 2022년엔 시가총액 기준 프랑스와 영국을 넘어 5위에 올랐을 정도로 성장세가 뚜렷하다.

      증시의 활황에 IPO도 줄을 잇고 있다. 인도 증시에선 지난해 총 242건의 IPO가 진행됐는데 전년 대비 60%이상 증가한 수치다. 올해 2월까지만해도 40건의 IPO가 진행됐다.

      인도 증시의 상승은 가파른 인구 증가, 다른 신흥국과 비교해 경제 성장에 두드러질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인구수가 증가하면서 젊은 노동자들이 많고 이 때문에 내수 시장의 성장도 기대할 수 있다. 최근엔 온라인 주식거래 플랫폼 발달, 정부의 IPO 절차 개선 등이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 기업들 가운데선 CJ그룹이 인도계열사 CJ다슬(Darcl)의 인도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한 상태로, 현지 상장에 성공해 현금 유입이 가시화하면 인도 시장의 투자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전세계 완성차 기업들이 가장 관심 갖는 지역은 브라질 시장이다. 인도와 마찬가지로 인구 증가세가 뚜렷하고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브라질 정부는 지난해 12월 친환경 자동차 관련 기술에 투자하는 완성차 업체에 190억헤알(약 5조원) 규모의 혜택(감세 및 보조금)을 제공하겠다고 밝히면서 각 완성차 업체들의 투자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미국 스텔란티스가 300억헤알(약 8조원), 폭스바겐이 160억헤알(약 4조2000억원), GM이 70억헤알(약 1조9000억원)을 발표한 상태다. 현대차의 경쟁상대인 토요타 역시 110억헤알(약 3조원)의 투자를 계획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현대차는 최근 11억달러(약 1조5000억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브라질은 멕시코와 함께 남미 지역에서 가장 많은 자동차를 생산하는 국가 중 하나다. 연간 자동차 소비량도 약 300만대에 달했지만,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판매가 크게 줄어들었고 아직은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보기 어렵다. 

      현재는 전세계 완성차 메이커들이 판매에 집중하고 있는 혼전 상황인데, 이 때문에 점유율 1위 기업을 특정하긴 어렵다. 따라서 향후 친환경 차량 투자와 판매 전략에 따라 완성차 업체들의 성적표도 구체화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의 글로벌 판매 전략 재편은 현대차와 기아뿐 아니라 수많은 협력업체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야 하는 중요한 작업이다"며 "당분간은 북미 지역이 캐시카우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이고, 인도와 브라질 등 신흥국 시장에서 얼마나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는지 여부가 향후 글로벌 사업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