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기만 한 '새로운 카카오'…회전문 인사 여전하고 주주 불만 증폭되고
입력 2024.03.18 07:00
    취재노트
    '먹튀' 임원 재신임·당국 '해임' 권고 대표는 연임 추진
    '회전문 인사' 정신아號 리더쉽·준신위 역할론 도마위
    "카카오는 인사가 문제"…'쇄신' 부담은 직원과 주주에
    주식 나눠주며 직원 달래기 나섰지만…주주들은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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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새로운 카카오’ 출범을 내건 카카오가 ‘또’ 인사 문제로 시끄럽다. 카카오 인사의 고질적인 문제로 치부됐던 '먹튀·회전문 인사'가 계속되면서다. 시장에선 카카오의 인적 쇄신을 놓고 진정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카 이달 말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인사와 조직 개편 등 청사진을 내놓고 있지만 안팎의 비판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최근 카카오는 2021년 카카오뱅크 상장 직후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행사해 거액의 차익을 실현한 정규돈 전 카카오뱅크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본사 CTO로 내정했다. 같은 해 카카오페이 상장 직후 차익 실현에 나섰던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의 재선임안도 주주총회 안건으로 채택됐다. 금융당국이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대표 해임을 권고한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도 연임을 추진하고 있다. 

      시장의 빈축을 산 인사들을 재등용하고, ‘당국과 척을 지는’ 인사를 단행하는 셈이다.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가 감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고 14일 준신위는 카카오에 경영진 선임 논란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준신위는 카카오 안팎으로 여론이 좋지 않아 기존 안 강행은 무리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경영진 교체, 외부인사 수혈, 이사회 물갈이 등 카카오가 내건 ‘인적 쇄신’ 노력이 ‘무늬만 쇄신’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당초 카카오의 경영 리스크가 이른바 ‘김범수 사단’ 회전문 인사에서 나온 것이란 평이 중론인데 여전히 ‘측근 인사’가 이뤄지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카카오가 단행하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 계열사 및 내부 리스크 통제에도 안팎의 비판이 적지 않다. 사실상 쇄신 부담과 ‘경영실패’ 책임은 직원들과 주주들이 고스란히 떠안은 셈이라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카카오는 사무실 근무를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부서별로 근무 제도를 다르게 운영해왔다. 그러나 정신아 카카오 대표 내정자가 최근 취임을 앞두고 일부 남아있는 재택근무를 전면 폐지할 뜻을 내비치면서 내부 불만이 터져나오는 분위기가 전해진다. 

      앞서 카카오는 IB, 증권사 등 시장 관계자들에게 '청렴한 내부통제' 협조를 부탁했다. SM엔터가 본사와 상의 없이 M&A를 단행했다는 의혹을 받자 카카오가 SM엔터 경영진의 개인 PC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실질적으로 업무 부담이 늘어난 것은 결국 직원들 혹은 관계사들이기 때문에 ‘카카오가 쇄신 압박에 무리하고 있다’는 피로감 호소가 안팎에서 나왔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외부 인사를 수혈하고 일부 리더십을 변경하고는 있지만 실권을 두고 내부 정치가 여전한 상황”이라며 “카카오는 인사 이슈가 쉽게 사라지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혼란에 카카오는 직원들의 동요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직원 달래기’에 나섰다. 13일 카카오는 본사 전 직원에게 1인당 200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방안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했다고 알렸다.

      핵심 인재 확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주주 달래기’에는 악영향인 모습이다. 카카오가 직원들에게 사기 진작을 위해 주식을 나눠준다는 소식을 접한 주주들은 ‘주주들은 안중에 없냐’며 반발했다. 통상 스톡옵션은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여전히 카카오 주가가 고점 대비 급락한 이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주 이익 침해 가능성을 더했다는 불만이 나타났다. 

      앞서 지난달 말 카카오 노조는 조합원 중 약 600명이 응답한 ‘우리가 원하는 경영진’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영진에게 꼭 필요한 것’ 질문에서 ‘투명한 소통 구조를 기반으로 하는 문제 해결’, ‘개인의 이익보다 회사와 조직의 건강한 성장을 우선하는 관점’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경영진에게 절대 있어서는 안되는 것’ 선택 질문은 ‘회사의 성장보다 경영진 보상만 극대화하는 사익추구’, ‘독단적이고 무책임한 결정’, ‘불투명하고 원칙없는 회전문 인사’ 순으로 답변이 많았다. 카카오 구성원들이 지금의 리스크를 초래한 ‘카카오식 경영’에 큰 회의감을 가지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지금의 카카오’를 만든 문제의 근원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새로운 카카오는 좀처럼 오지 않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