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 출신도 별 수 없네' 삼성證 IB 또 '위기'...인력이탈에 CEO 변수까지
입력 2024.03.18 07:00
    작년 수임한 IB 딜 좌초…PF 여파 IB 실적도 후퇴
    최근 다시 인력 유출...수년째 조직 리빌딩에만 매진
    외국계 IB 인력 영입 효과 부진? 잔혹사 반복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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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증권 기업금융(IB) 조직에 또 다시 위기론이 제기된다. 터줏대감이었던 신원정 전 사업부문 대표의 계열사 이동 이후 외국계 IB 출신 임원을 잇따라 영입하며 쇄신을 꾀했지만, 인력 이탈은 이어지고 전통 IB 실적은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하이브의 SM 공개매수, HMM 경영권 매각, YTN 지분 매각 등 주요 자문 일감을 다수 확보했음에도 완주에는 실패했다. 최근엔 삼성증권 최고경영자(CEO) 교체 이후 조직문화 차이에 따른 IB 부문과의 마찰설마저 흘러나온다. 

      2022년 삼성증권은 골드만삭스 출신 이재현 부사장을 IB1부문 부문장 자리로 영입했다. 앞서 UBS 한국대표 출신 임병일 부문장이 영입 1년 만에 삼성전자로 둥지를 옮기면서 진행된 인사다. 

      신원정 전 사업부문장의 인사이동 이후 삼성증권은 외국계 IB 출신을 잇따라 영입했다. 몸값이 높은 외부 인력에게 IB 총괄을 맡기면서, 공채출신 등 내부 인력은 등한시한다는 논란이 없지 않았다. 

      이를 의식한 듯 이재현 부사장은 취임 초 임직원들과의 소통 확대를 위해 '방문을 항상 열어두겠다'라고 선언하는 등 사내 문화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고 알려진다. 솔루션본부를 신설하며 빅딜 수임과 영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재현 부사장이 IB 조직을 맡은지 2년이 지났지만, 삼성증권 IB 부문의 실적은 후한 점수를 주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삼성증권의 인수 및 자문수수료 수익은 2517억원으로 전년대비 11% 성장했다. 이는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구조화상품 및 외화증권 수익이 이 기간 300억원 가까이 증가한 덕분이다. 인수합병(M&A) 및 캐피탈마켓(CM) 관련 수익은 같은 기간 10%가량 하락했다.

      구조화상품 관련 수익으로 성장하긴 했지만,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는 평가다. 금융당국에서 PF 관련 보수적인 충당금 적립을 압박하며 삼성증권도 지난 4분기 1500억원에 가까운 대손충당금을 미리 적립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해 삼성증권의 4분기 실적은 적자전환하기도 했다.

      전통 IB 부문도 '용두사미'에 가까웠다는 분석이다. SM 경영권을 공개매수를 통해 확보하려던 하이브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한전KDN의 YTN 매각 주관을 포기하면서까지 집중했던 HMM 매각은 끝내 무산됐다. 지난해 주식자본시장(ECM) 부문이 수임한 기업공개(IPO) 건수도 크게 늘어난 상황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고위 임원은 "삼성증권 IB부문은 지난해 부동산이나 기업대출 관련 구조화 파이낸싱에서 돈을 번 것으로 보인다"라며 "지난해 초만 해도 빅딜을 잇따라 수주하며 기대감을 모았지만 실제로 완주한 건 스몰딜밖에 없다는 게 아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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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무진들의 퇴사도 이어지는 분위기다. HMM 등을 담당했던 딜 부문 임원이 연초 회사를 떠났고, 최근엔 신디케이션 부문 팀장급 인력이 사표를 제출했다. 내부에서는 추가 인력 이탈도 점치고 있다. 

      지난해부터 승진 누락이 이어진 데 따른 결과라는 설명이다. 통상 삼성증권은 승격자 발표 공문을 게시해왔는데 올해부터는 승진자 대상으로 메일을 보내는 것으로 그 방식을 갈음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내부적으로는 승진 기회를 축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성과급 관련 불만도 수면위로 올랐다. 14일 공시된 삼성증권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재현 부사장은 기본급 9억원에 상여금 4억6800만원을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복리후생을 포함한 기타 근로소득도 4억8600억원 수준이다. 반면 IB부문 실무자들은 최근 소량의 성과급도 3년간 이연해 받아야하는 정책이 확정된데다, 성과급 규모마저 축소되며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국내 증권가에서는 삼성증권의 IB 부문 조직문화가 이전 대비 후퇴해 실무자급들이 생존하기 쉽지 않다는 평이 자주 들린다"라며 "특정 임원의 이름이 계속 언급되는 등, 이직을 기피하는 추세가 생겨 향후 인력 충원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CEO 변수'도 추가됐다는 평가다. 국내 증권사 IB부문 임원으로 옮기는 외국계 IB 임원들은 대체로 문화적 차이로 인해 조직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말이 있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삼성증권을 이끌었던 장석훈 사장은 삼성증권 인사팀을 거친 인사로, 외사 인력 영입에 거부감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삼성생명 자산운용부문 대표를 거친 박종문 대표이사(사장)이 삼성증권의 방향키를 쥐게 되면서 사내문화 변화가 예고된 상태다. 

      사실상 삼성생명은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의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탓에 외국계 IB 출신이 사내 문화를 주도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로 박종문 사장의 취임 이후 사내 분위기 변화가 감지되는 중이다. 

      일례로 지난달 열린 부문장 그룹미팅 자리에 불참한 인사들과 관련해 박종문 사장이 불편한 기색을 내비췄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임 대표 취임 이후 삼성증권 임직원들 사이에서 '대표에게 밉보이면 안된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라며 "삼성생명 특유의 상명하복식 경직된 조직 문화가 적용되는 분위기여서 외국계 출신 IB 부문장이 어떻게 적응해나갈 수 있을지 다들 긴장하는 국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