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드라이프 노리는 글로벌 PE…걸림돌은 '장례문화 차이'뿐일까
입력 2024.03.19 07:00
    취재노트
    사업모델 단순하지만 글로벌 PE 고민 장기화
    금액은 물론 한국-해외 문화 차이도 걸림돌
    한국 사무소 최근 부진, 본사 설득에도 부담
    • 프리드라이프는 올해 인수합병(M&A) 시장 최대어 중 하나다. 베인캐피탈, TPG 등 유수의 글로벌 사모펀드(PEF)들이 인수 경쟁을 벌이고 있다. PEF끼리 주고 받는 세컨더리 거래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검토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원매자들의 요청에 따라 이달 중순으로 예정했던 본입찰은 뒤로 밀릴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PE들은 여러 해 전부터 프리드라이프에 주목해 왔는데 여전히 회사를 파악하는 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고객의 상(喪)이 있을 때 매출을 인식하는 회계처리 방식이 생소하다거나, 유사 업종이 마땅찮아 가치평가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매도자 측에선 사업 모델이 간결하다고 강조한다. 고객이 미리 정해진 비용을 장기에 걸쳐 나눠 내고 이벤트가 있을 때 서비스를 제공하면 된다. 금융업과 유사하지만 실상은 카드 할부로 상품을 사는 모습에 가깝다. 1위 사업자 지위, 빠르게 늘어가는 자산 등도 강점이다.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결국 비싸게 팔려는 곳과 싸게 사려는 곳의 자연스러운 힘겨루기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 투자 성과가 필요한 글로벌 PE들의 입장에선 쟁쟁한 경쟁자를 두고 가격을 깎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글로벌 PE의 고민은 가격 자체보다 프리드라이프 인수 명분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대상 기업을 오래 살펴 봤고, 전문가 집단으로서 투자 가치도 알고 있지만 생경한 투자처라는 점도 사실이다.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일반적인 해외에선 돈을 먼저 내면서 서비스를 예약하는 사업 방식이 생소할 수 있다. 해외에 유사 산업이 있지만 묘지·부동산까지 결합된 경우라 단순 비교가 어렵다. 미래에 대비한다는 점에선 보험과 유사한데 운용 방식이나 해약률 등에선 차이가 있다.

      한국과 글로벌 PE 본거지의 문화 차이가 걸림돌이 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한국은 장례식에서 부조를 하지만 해외에선 이런 문화를 이해하기 쉽지 않다. 자연히 상(喪)이 발생했을 때 덜 낸 비용이 제대로 들어오는지, 성장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 등을 본사 투자심사위원회(IC)에 설명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한 글로벌 PE 관계자는 "상조 가입은 효도의 성격도 있다 보니 한국 사람이라면 향후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걸 알지만 외국인이 이를 이해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장례식에서 왜 돈을 내는지, 고객이 서비스 비용을 다 지불할 것인지, 왜 미리 돈을 내서 묶어 두는지 등 문화 차이를 본사에 설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있는 글로벌 PE 인력들은 한국 사정을 잘 이해하지만 결국 거래를 성사시키려면 금액이든 문화든 본사를 설득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은 한국 자본시장 침체기라 투자도 회수도 내세울 만한 게 마땅찮다. 좋은 투자 건이 있어도 목소리를 크게 내기는 어려울 수 있다.

      최근 글로벌 PE는 '한국형' 거래에서 썩 강점을 드러내지 못하는 분위기다. 크레딧펀드나 인프라펀드 등 먼저 주도권을 잡은 경우도 있지만 PEF 영역에서는 국내 운용사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작년 메디트 M&A에선 글로벌 PE들이 미적대는 사이 MBK파트너스가 과감하게 움직여 승리를 따냈다. 올해 대형 거래인 지오영 M&A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글로벌 PE들이 지오영의 성장성에 의문을 가지기도 했지만, 최대주주임에도 경영권 행사에 제약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을 납득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