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2차전지 소재 사업 매각도 검토…수직계열화 전략 대수술 들어가나
입력 2024.03.25 07:00
    전기차 산업 꺾이며 부담 커진 2차전지 수직계열화 전략
    외부 컨설팅 통해 SK온 셀 외 소재 사업 조정 방안 모색中
    업황 부진·투자비 부담 겹치며 시장 눈높이 전과 다른데
    연내 선택과 집중 본격화 전망…"손해보는 구간은 아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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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그룹이 2차전지 사업 수직계열화 전략을 재검토하고 있다. 그간 배터리 셀을 담당하는 SK온을 중심으로 동박, 분리막, 양·음극재 등 소재까지 내재화에 주력했지만 실적은 부진하고 계열 전반 투자비 부담이 누적되며 선택과 집중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SK온 외 계열 소재 사업 전반 매각하는 등 방식으로 그룹 차원 2차전지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계열 2차전지 사업 구조조정 방안을 모색 중이다. 연초 글로벌 컨설팅사를 통해 각 계열사 사업성을 새로 진단한 데 따라 그룹 차원에서 교통정리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시장에선 이달 정기 주주총회 시즌 이후로 관련 거래가 시장에 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큰 틀에선 그간 2차전지 사업 수직계열화 전략에서 벗어나는 방향이 거론된다. 

      SK그룹은 글로벌 4위 배터리 셀 기업인 SK온 외에도 SK㈜·SK이노베이션·SK아이이테크놀로지·SKC·SK에코플랜트 등 계열사가 양·음극재와 동박, 분리막,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전반에 진출해 있다. 지난 2020년 이후 SK온이 포드 등 전방 전기차 고객사로부터 수백조원 규모의 수주를 끌어오며 셀부터 소재, 재활용까지 인수합병(M&A), 지분투자, 합작법인(JV) 등 방식으로 그룹이 밸류체인 전반 내재화에 힘을 쏟은 결과다. 

      그러나 작년 이후 전기차 산업 불확실성이 높아지며 전방 시장 성장세를 공유하는 전략에 빨간불이 켜졌다. 차 판매 부진으로 고객사 주문 물량은 줄어들고, 판가 하락이 겹치며 순차로 수익성이 하락한 탓이다. 전방 수주를 기반으로 매년 막대한 증설 자금을 투입하는 동일한 확장 전략을 펼쳐 온 만큼 투자비 부담 증가도 한꺼번에 몰아닥치고 있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전방 시장이 좋을 때라면 모르겠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선 2차전지 수직계열화 전략이 그룹 부담만 키운다는 진단이 내려진 상황"이라며 "전기차가 안 팔리니 셀, 소재 사업 모두 적자를 보면서 투자비만 지출해야 하는데, 그룹 곳간 사정은 넉넉지 않아 관련사업 노출도를 줄여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조정 대상으론 SK온의 배터리 셀 사업을 제외한 나머지 소재 사업 전반이 예상된다. 이 밖에 계열 간 경쟁 체제에서 중복 투자한 영역 역시 조정 가능성이 높다는 평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외부 컨설팅 결과 SK온 외 나머지 소재 사업들이 조정 대상으로 지목된 것으로 전해지는데, 그룹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으로 전해진다"라며 "사업 매각 등 방식으로 그룹 내 재무 부담을 낮추고 규모가 가장 크고 재무적투자자(FI)의 투자 유치 계약 문제가 얽힌 SK온에 집중하기 위한 방안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부터 2차전지 사업에 대한 시장 눈높이가 내려가고 있어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내 매각이 현실화할 경우 좋은 값을 끌어내기 힘들다는 얘기다. 실제로 SKC의 SK넥실리스(동박)나 SK IET(분리막) 등 상장 계열사 실적도 SK온과 마찬가지로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각사 모두 시장 내 수위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수주 산업 특성상 전방 고객사의 전략·시장 지위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힘든 탓으로 풀이된다. 

      시장은 1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2차전지 소재 기업의 수주·증설 일정에 따라 기계적으로 실적 전망을 높여 잡고 이를 기업가치에 반영하는 데 열을 올렸다. 그런데 이 역시 조정이 본격화하고 있다. 배터리 셀을 필두로 후방 소재 기업까지 기존 수익성을 지켜내기 어려워지는 탓이다. 투자업계에선 역량이 부족한 전기차 고객사로부터 받아둔 수주와 증설 계획을 믿기 어렵다는 시각도 늘고 있다. 

      국내에서 마땅한 새 주인을 물색할 수 있느냐도 관전 포인트다. 2차전지 소재에 대한 시장 눈높이가 전과 같지 않다 하더라도 그간 착실하게 사업을 키워 온 만큼 몸값은 조 단위를 훌쩍 넘길 것이기 때문이다. 포스코나 LG그룹 같은 경쟁 대기업 외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를 포함하더라도 인수 여력이 충분한 곳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자문업계 한 관계자는 "특정 소재 사업의 경우 이미 지난해 다른 대기업과 사업 양수도 관련 논의가 진행되기도 했던 것으로 확인된다"라며 "업황이 부진한 시기 가격 눈높이나 여력이 되는 원매자를 찾는 게 관건이 되겠지만 각사 사업 자체는 본 궤도에 오른 상태라 SK그룹이 손해를 보는 구간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SK㈜ 관계자는 "올 들어 기업 가치를 개선하기 위해 그린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외부 시각까지 반영해 그룹 내 관련 사업 포트폴리오를 점검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