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엔 코스피 랠리 끝난다?…총선 후 '밸류업 무용론' 솔솔
입력 2024.03.28 07:00
    정부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에 코스피 상승
    기대감 현실로 되려면 제도적 뒷받침 필요
    총선 이후 국회 구성 밸류업 지속 시험대
    반도체주 상승 기대감 있지만
    사이클 지속엔 회의적 의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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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지금 언급되는 '밸류업'이라는 게 알맹이 없는 밸류'없'이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결국 법인세ㆍ배당소득세 감면이 핵심이 될 것 같은데 여소야대 국면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세법개정안이 제대로 논의나 될 수 있을까요? 4~5월 사이엔 기대감이 소멸되는 국면이 올 것으로 봅니다." (한 중견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

      코스피 지수는 정말 지금 같은 상승세를 지속할 수 있을까? 코스피지수가 최근 2700을 돌파하며 지난 2년간 이어지던 지루한 '박스피' 장세가 끝날 거란 기대감이 치솟고 있다.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앞다퉈 코스피 상단을 3000대로 끌어올리고 있다.

      코스피 상승의 배경으로는 코 앞으로 다가온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과 더불어 정부가 주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꼽힌다. 주가를 올리는 기업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선언에 기관과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며 지수를 끌어올린 것이다. 

      문제는 '선언'과 '현실화 가능성'은 다르다는 점이다. 세제 혜택 등 실질적인 혜택이 없다면 총선용 공염불 정책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싸이클에 대한 낙관론도 이미 대부분 현 주가에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27일 증권가에 따르면 최근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은 잇따라 코스피 지수 예상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코스피 예상범위를 기존 2300~2750에서 2500~3000으로 상향 조정했다. NH투자증권은 연내 코스피 지수가 기존 전망치인 2830을 넘어 3100에 도달 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핵심 배경으로는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진행중인 밸류업 프로그램이 꼽힌다. 새로 도입된 정책이 상장사들의 공격적 주주환원책 발표를 이끌어내면서 지수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존재하는 것이다. 배당 등 주주환원에 기반해 PBR(주가순자산비율) 재평가가 이뤄지면 2021년 이후 대거 유입된 개인투자자 자금 역시 증시에 머무를 가능성이 커질 거란 전망이다. 

      금리 인하 가능성도 지수를 견인하는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 전망이 유지되고 있는 점과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연내 3회 기준금리 인하 전망을 유지한) 3월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실질금리의 재상승 위험이 감소했다“라고 언급했다.

      최근엔 반도체 업황 회복의 기대감이 지수를 끌어올렸다.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의 발언 덕에 코스피 내 비중이 20%에 달하는 삼성전자의 주가가 5% 넘게 오르며 코스피가 2600선을 넘은 바 있다. 코스피 시가총액 2위인 SK하이닉스도 AI 반도체 열풍에 힘입어 주가 상승세가 지속되는 상황이다.

      주식 펀드 매니저들은 시중 유동성이 인공지능(AI) 시장으로 옮겨갈 것으로 전망, 2분기 중 전고점을 또다시 돌파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예상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실제로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은 반도체 뿐만 아니라 AI 중심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제안하고 있다. 밸류업 수혜가 예상되는 자동차, 금융도 추천한다. 외국인들은 올 들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등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반도체의 경우 AI가 기존 메모리 수요 대체제로서 뿐 아니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을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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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장밋빛 전망이 넘쳐나는 현 상황을 두고 경계의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우선 총선이란 변수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국회가 야당 중심으로 구성된다면 상대적으로 정부 주도의 정책이 힘이 빠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외 여건도 긍정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외국계 증권사 에쿼티 담당자는 “(우린) 2800 정도가 최대치일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지수가 이보다 더 오르려면 Fed 금리 인하가 조속히 이뤄지거나 밸류업 프로그램이 잘 작동해야 될 것 같은데 최근 FOMC랑 정당별 지지율 보면 쉽지는 않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란 애드벌룬을 띄웠지만 실효적인 정책을 위해선 국회의 도움이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법인세 감면, 소득세 및 상속세 부담 완화 등이 이뤄져야 기업들이 적극적 주주환원을 위한 유인책이 생기는데 이는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해야 한다. 당장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등이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는 부분이다. 

      이렇다 보니 4월 총선 결과에 따라 밸류업 프로그램이 수면 아래로 쏙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야당 중심으로 국회가 구성된다면 아무래도 정부 주도 정책에 반대할 공산이 크다. 법안 처리가 안되다면 밸류업 프로그램은 총선용 공허한 외침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개인 투자자들은 국내에서 해외로 이동하고 있다. 올 들어 개인 투자자들이 순매도 금액이 10조원을 넘어섰다. 1분기만에 전년도 순매도 금액의 절반이 넘는 규모를 팔아치운 셈이다. 코스피 지수가 오르자 너도나도 국내 주실을 팔고, 미국 등 해외주식으로 개미투자자들이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국내 금융주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해외 기관들은, 보유 주식이 저PBR 수혜주로 부각되며 주가가 오르자 블록딜 방식으로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밸류업 프로그램이 단기 효과를 내는 데 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마저 시들해지면 그나마 반도체 업황이 좋아질 것이다란 전망 정도가 지수 상승의 재료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반도체 조차도 현재 흐름상 꺾일 가능성도 거론된다.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그럼에도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장주의 목표주가를 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대 10만5000원, SK하이닉스는 22만원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이 때문에 코스피가 2800선을 터치하는 등 주식시장이 반응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높아진 밸류에이션에 대해 고심할 시점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비단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에서도 반도체 밸류에이션 고점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증권가에선 2800선을 넘으려면 삼성전자가 힘을 내줘야 한다는 견해가 나온다. 다만 삼성전자 반도체 수요가 살아나기 위해선 경기 회복 등 경제 여건이 나아져야 하지만 현 상황에서 불확실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변준호 IBK 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크게 개선됐으나 오히려 투자관점에서는 역발상 전략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라며 ”통상 이런 경우 과거 반도체 주가는 점진적인 하락 흐름을 보였고 하락 강도는 점차 강화됐다. 연초 이후 반도체 매수 주체 외국인의 수급에서 반도체 차익 실현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