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르던 주주들 성토에…"대주주 협의 필요" 언급한 SK이노베이션 경영진
입력 2024.03.28 16:59
    취재노트
    SK온 부진·증자 후 주가 하락에 쏟아진 주주 성토
    1년 전 주식교환 공약에 주가 폭등하던 때와 딴판
    "SK온 주식 분배 재검토" 요청…현실 장벽 높지만
    구분 불필요한데 이사회서 "대주주" 발언에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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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28일 열린 SK이노베이션 정기 주주총회는 1년 전과 딴판이었다. 백미는 행사 종료 직후 마이크 없이 던져진 주주 성토와 그에 대한 경영진 답변이었다. 

      "SK이노베이션 주력 사업에서 벌어들인 돈이 SK온으로 흘러들어가면서 임직원과 주주가 마땅히 누려야 할 이익들을 감내하고 있다. 작년 얘기했던 모자회사 주주 간 시가총액 10% 수준 주식교환 등 약속은 지금 SK이노베이션 주가를 감안하면 기뻐할 상황이 아니다. (중략) 1년 전엔 정부 정책 때문에 그렇게 제안한 것이라 말하지 말고 구체적인 방안을 꼭 좀 검토해달라" 

      이 같은 주주 질문에 강동수 전략재무부문장은 "주주환원 방안에 대해서 이사회 상의도 필요하고 지금 바로 답변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라며 "회사 주주환원 정책도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있다. 구성원부터 대주주…그런 부분과 협의해서 말씀드릴 수 있는 사안이라 원론적인 답변 밖에 못 드려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강 부문장은 이날 주총에서 새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해당 주주 지적은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이 약속한 SK온 상장시 주주환원책에 대한 아쉬움으로 요약된다. 

      당시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 분할 후 상장에 따른 기존 주주 보상 방안으로 주식 교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공개매수 방식으로 자사주를 취득하고, 응한 주주들에 SK온 주식을 나눠주는 식이다. 주식교환 규모는 Sk이노베이션 시가총액의 10% 수준, 취득한 자사주는 전량 소각하겠다고 했다.  

      1년 전 주총 당시엔 주가가 폭등하며 직전 거래일보다 12% 이상 오른 18만7200원에 마감했다. SK이노베이션 몸값 10% 범위 내에서 기존 주식을 상장 전 SK온 주식과 교환한 뒤 취득 자사주를 소각까지 하는 방안이라면 모자회사 동시상장으로 인한 기존 주주 희석분을 충분히 보상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주가에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작년 전방 전기차 시장은 내리막을 타기 시작했고 ▲SK온 수익성 개선 목표는 또 한 번 미뤄졌으며 ▲SK이노베이션은 1조원 이상 규모 유상증자까지 발표했지만 ▲SK이노베이션 몸값은 11조원까지 쪼그라들었고 ▲SK온은 자금 미스매치로 또 한 번의 자본확충이 필요하다고 한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S&P는 최근 SK이노베이션 신용도를 투기등급으로 낮췄다. 

      주주 입장에선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날 장중 SK이노베이션 주가는 12만원 선을 아슬아슬하게 오가고 있다. 팬데믹 구간을 제외하면 지난 10년 중 가장 저평가된 상태다. 자회사 부진에 짓눌린 주가가 정유·석유화학 등 기존 주력 사업 가치 반영까지 막아서는 형국이다. 

      그런 주주에게 처음엔 "작년 발표한 방안은 독자적 결정이라기보단 정부 가이드라인을 따른 면이 있다"라고 했다가 종국엔 "대주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문제를 거론했다. 

      참석 주주 입장에선 지난해 약속한 주주환원책이 ▲결국 정부 눈치를 따른 결정에 불과했단 건지, ▲대주주가 우리보다 중요한 이해관계자란 건지 눈덩이가 굴러갈 법한 답변들이다. 주총 전부터 주가 문제로 벼르던 분위기였으니 괜한 긁어 부스럼으로 보인다.

      말대로 상장사 주주환원 정책은 이사회 일원인 경영진 한 사람이 주총장에서 속 시원히 다짐을 둘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관련 정부 정책이 가동 중에 있고, SK온엔 다국적 자본이 유치돼 있다. 해당 주주는 기존 모회사 지분 비중대로 SK온 주식을 배분하는 방안 등을 예로 들었지만, 현실적 장벽이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대주주인 SK㈜가 이해관계자에 포함되는 것도 사실 자체는 부합한다. 발언 맥락을 고려하면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열거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예시로 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달리 의도는 없었다 해도 제 손으로 의사결정권을 이사회에 위임한 참석 주주 입장에서 듣기 서운한 대목인 것도 사실이다. 

      법적으로도 이사회는 보유 지분이나 지배력에 관계없이 모든 주주에 똑같이 충성할 것을 강제하고 있다. 구태여 대주주와 소액주주를 구분할 이유 자체가 없는 셈이다. 주주와의 대화도 그런 맥락에서 양자 간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고 좀 더 공정을 기하려 마련한 자리일 것이다. 

      이날 참석 주주들이 제시한 의견은 기자가 취재 과정에서 접한 기관투자가들의 의견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돌아온 답변들 역시 똑같이 전달될 수밖에 없다. SK온 사업이 본 궤도에 올라 상장을 추진할 수 있는 시점엔 분할 후 동시상장에 대한 시장 인식이 지금보다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추가 자본확충을 모색하고 있는 만큼 상장이 어려워질 경우 후폭풍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주가가 됐건 자회사 상장에 따른 주주환원 방안이 됐건 납득할 만한 방안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