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성은 IPO, 실속은 유증...LGDㆍ대한전선이 주관 순위 갈랐다
입력 2024.03.29 07:00
    [2024년 1분기 집계][전체 주관·인수 순위]
    공모규모 컸던 LGD·대한전선 유증이 순위권 결정
    NH證·KB證 상위권…HD현대마린 IPO로 순위 변동?
    하반기 나올 IPO 대어들 공모 규모도 관건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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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1분기 주요 빅딜(Big Deal)이었던 LG디스플레이 유상증자와 대한전선 유상증자 주관사들이 주식자본시장(ECM) 리그테이블 순위권에 안착했다. 특히 NH투자증권과 KB증권은 해당 딜들을 모두 주관하며 안정적으로 최상위권에 진입, 타 증권사와의 격차를 벌려뒀다.

      1분기 내내 주식 공모시장의 화두는 기업공개(IPO)였다. 신규 상장주 주가가 어김없이 폭등하며 증시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증권사의 살림살이에 실제 도움을 준 건 자금이 궁한 기업의 대규모 증자였던 셈이다. 다만 2분기에는 IPO가 순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공모 규모가 6000억원대인 HD현대마린솔루션의 상장 완주 여부가 상반기 순위의 핵심 변수다.

      28일 인베스트조선이 집계한 ECM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 ECM 공모 발행 시장에서 총 5860억원 규모의 딜들을 주관하며 1위를 지켜냈다. 지난해 NH투자증권은 SK이노베이션 유상증자, 에코프로머티리얼즈 IPO 등 빅딜을 여럿 주관하며 ECM 전체 1위에 오른 바 있다.

      KB증권은 이번 1분기 전체 주관 2위에 올랐다. IPO 주관 순위 10위권 안에는 들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거둔 쾌거다. LG디스플레이 유상증자(발행규모 1조2925억원)와 대한전선 유상증자(4625억원) 주관사로 모두 이름을 올린 효과가 컸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번 1분기 ECM 리그테이블 순위는 해당 딜들의 주관 참여 여부가 당락을 갈랐다. LG디스플레이 유상증자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대신증권 등 4곳이다. 대한전선 유상증자 주관사는 KB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등 3곳이다.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대신증권은 나란히 ECM 전체 주관 순위 3~5위를 차지했다. 두 기업의 유상증자를 모두 주관한 NH투자증권과 KB증권은 3~5위 증권사들과 1000억~2000억원 이상의 격차를 벌려둔 상황이다.

      1분기 중 딜 건수 자체가 적었던 만큼 중소형 증권사들도 주관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SK증권은 삼성제약 유상증자로 9위에 올랐고 DB금융투자는 스튜디오삼익 IPO, 케이엔알시스템 IPO 등에 주관사로 참여하며 10위가 됐다. 한화투자증권의 경우 이에이트 IPO 주관을 맡으며 IPO 전체 주관 순위 8위를 차지했다.

      IPO 주관 순위의 경우 에이피알, 현대힘스, 엔젤로보틱스, 삼현 등 발생사들의 상장을 도운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해당 발행사들은 일반 청약에서 조(兆) 단위 증거금이 몰린 바 있다. 

      다만 이와 별개로 발행 규모가 큰 IPO 빅딜은 부재했다. 이에 따라 몇백억원 차이로 희비가 갈린 증권사들도 있다. 지난해 1분기 IPO 주관 1위를 차지했던 한국투자증권은 삼현 IPO(600억원) 1건을 주관하며 4위로 순위가 떨어졌다. 반면 지난해 1분기 IPO 주관 순위 7위였던 신한투자증권은 에이피알 IPO(474억원) 주관 1건 만으로 5위에 오른 모습이다.

      중소형주의 공모 시장 출사표가 이어진 가운데 2분기 중에는 HD현대마린솔루션의 IPO가 시작된다. HD현대마린솔루션의 발행 규모는 희망 공모가 하단 기준 6524억원이다. 올해 1분기 IPO 딜리스트 중 발행 규모가 가장 컸던 에이피알(948억원)의 6배 이상이다. 2위인 KB증권이 대표주관사로 포함된 점을 감안하면 ECM 전체 주관 순위가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남은 3개 분기 동안 케이뱅크, LS이링크 등 IPO 대어(大魚)로 꼽힌 발행사들이 한국거래소(이하 거래소)에 상장심사 신청을 할 예정이다. 케이뱅크는 NH투자증권, KB증권, 뱅크오브아메리카(BoA)를, LS이링크와 비바리퍼블리카(토스)는 모두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대표주관사로 선정했다. 이들의 발행 규모에 따라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순위 또한 결정될 전망이다. 

      한 IPO 부문 증권사 관계자는 "연초부터 발행사들로부터 RFP(입찰제안요청서)가 봇물처럼 쏟아진 까닭에 모든 증권사들이 맡고 있는 발행사 실사와 제안서 작성을 병행하는 것이 일상이었다"라며 "다만 2분기 중 금융당국에서 IPO 관련 규제를 강화할 예정이고 거래소 심사 기조도 강화돼 연말 주관 규모 예상치를 가늠하기 쉽진 않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