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밸류업 위해선 이것밖에…'부동의 1위' 지킬 명분 더 커진 건설부문
입력 2024.03.29 07:00
    JY 사법리스크·주주환원 등 이슈 산적
    돌고 돌아 건설…수익성 강화 전략 핵심
    철수설 돌았던 래미안, 재확장 기조
    해외 수주 주역 오세철 사장 재선임
    CFO, TF장 등 '키맨' 역할 강화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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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작년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지만, 영업이익률은 작년 5.4%로 전년(6.0%) 보다 줄었다. 작년 4분기 영업이익률이 2.9%로 특히 낮았는데, 삼성물산은 "해외 현장 화재 관련 리스크 비용 등을 반영해 분기 이익이 일시적으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할 때 목표했던 2020년 60조원 매출은 여전히 맞추지 못했다. 이 중 건설부문은 해외 건설을 확대하며 매출을 합병 당시 16조원에서 23조6000억원으로 목표했으나 역시 달성하지 못했다.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작년도 19조3100억원에 불과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한 이후 기업가치는 10년 전과 비교해 반토막이 났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최근 다시 기업가치를 올리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재용 회장의 사법리스크 해소에도, 주주환원 요구 탈압박에도 건설부문의 활약이 필수불가결이기 때문이다.

      올해 건설업황 회복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삼성물산은 수익성 강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건설부문의 작년 매출 비중은 46.1%로 가장 많고, 영업이익 비중은 36.0%로 바이오부문(37.9%) 다음이다. 

      삼성물산은 "(올해는 EPC·하이테크·주택 등 기존의) 수익성 중심 사업 기조를 유지하며 신사업 성과 창출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체계를 확립할 것"이라 밝혔다.

      실제로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올해 전체 수주 전망은 6.3% 낮췄지만, EPC(설계·조달·시공)·주택 수주 목표는 지난해 6조8000억원에서 올해 7조4000억원, 신사업 수주 목표는 2000억원에서 2조4000억원으로 크게 올려 잡았다.

      대표적으로 래미안 브랜드를 다시 내세우고 있다.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에 총 7273가구의 아파트를 공급할 계획이다. 작년보다 38.6% 많은 물량이다. 강남과 여의도 재건축 사업 등에 나설 전망이며, 올해 공급물량의 65%는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재건축 정비사업이다.

      지난 10년간 삼성물산은 '안정적 물량 소화에 집중한다'며 주택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2015년 초 이재용 회장 승계 과정을 거치며 삼성물산이 래미안 브랜드를 포기할 거란 전망도 나왔다. 합병 당시 신규주택 수주를 급격히 줄였으며, 그룹 내부 일감 규모도 대부분 삼성엔지니어링으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항소로 수년 더 이어질 이재용 회장의 사법리스크를 앞두고 결국 믿을 건 건설부문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추진됐다는 검찰의 주장에 우위를 차지하려면 '계획보다 늦어졌지만 합병 당시의 매출·세전이익 목표를 맞췄다'는 논리가 필요하다. 삼성물산은 이재용 회장 사법리스크의 핵심 계열사자 그룹 지배구조 최정점이다.

      삼성물산이 15일 개최한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은 주가를 두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주총에서 행동주의 펀드 연합이 제시한 배당 확대·자사주 매입 요구는 수용되지 않았다. 앞서 삼성물산은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보유 자기주식의 3분의 1 규모인 보통주 780만8000주와 우선주 전량 소각 결정을 확정한다고 지난달 공시했다.

      오세철 삼성물산 대표는 "최우선 목표는 장기적인 주주 가치 제고"라며 "관계사 배당 수익을 주주에게 할당하고 자체 사업에서 창출하는 현금과 매각 자산은 성장을 위해 재투자한다는 원칙"이라 설명했다.

      주주들의 주주환원 요구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삼성물산의 '밸류업'이 필요하다. 결국 그걸 이끌 사업부문은 '건설'뿐이라는 평가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실적 개선 가능성이 가장 큰 사업은 건설이다. 건설 이익이 좋아지면 좋아지는 만큼 주주에게 환원이 일어나야 하는데, 삼성물산의 주주환원 재원은 삼성전자에서 지급하는 배당을 기초로 한다"며 "실적은 좋은데 주주환원 수준이 달라지지 않으니 실적이 개선됨에도 투자자들이 유입되지 않는 것"이라 분석한 바 있다.

      밸류업을 위해 'C레벨' 등 임원의 역할이 부각될 전망이다.

      이달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오세철 건설부문 사장이 연임됐다. 2021년 3월 건설부문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후로 국내 건설사 중 해외 수주 실적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매출을 꾸준히 증가시킨 점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삼성물산은 올해에도 중동 등 해외에서 수주 사업을 확장할 거란 평가다. 아울러 작년 7월 신설한 부사장급 조직인 에너지솔루션사업부를 통해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오세철 사장은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사업모델 고도화 등을 통해 핵심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며 "올해도 혁신 기술 및 신성장 동력 발굴에 투자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전반적으로 PF 리스크가 산적한 가운데 재무건전성 강화 등 CFO의 역할도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송규종 부사장은 전사 경영기획실장을, 한선규 부사장은 건설 경영지원실장을 맡고 있다.

      아울러 삼성물산은 EPC 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EPC TF는 삼성의 건설(삼성물산·엔지니어링)과 조선(삼성중공업) 부문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 조직이다. 과거 미래전략실 전략팀 상무를 역임했던 강병일 사장을 비롯해 장갑봉 상무, 김종훈 상무, 윤형식 상무, 염철성 상무 등이 TF의 핵심 인물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건설업황을 예측하기 힘들지만, 그룹 차원의 고민거리가 많은 상황에서 삼성물산의 '캐시카우'인 건설부문은 수익성 강화 전략이 핵심"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