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스, 웰스파고, IMM'…개인투자자 울리는 사칭 사기 주의보
입력 2024.03.29 07:00
    최근 공모주 열기에 금융사·PEF 등 사칭 사기 극성
    가짜 홈페이지, 불법 채팅방 등 사기 수법도 교묘
    서둘러 대응하는 곳도…당국 "개인 경각심 가져야"
    • 최근 공모주 시장에 온기가 돌면서 고수익을 거두길 원하는 개인투자자가 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각종 테마주 열풍이 부는 가운데 이를 틈탄 사기 행각도 극성이다. 문자 메시지나 SNS, 각종 메신저를 통해 공모주를 우선 배정해주겠다며 돈을 요구하는 방식이 많다. 불법 정보가 담긴 링크를 보내거나 개인 정보를 빼내기도 한다.

      불법 리딩방 등이 문제되는 상황이 많았는데 이에 대한 폐혜가 늘고 금융감독당국도 엄단 의지를 드러내면서 다른 사기 방식도 많아지는 분위기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이나 대형 사모펀드(PEF), 가상자산 거래소 등의 이름값을 활용해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척하면서 투자자를 속이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미국 기반 IB 제프리스(Jefferies)의 이름을 도용하는 사례가 있었다. 제프리스는 작년 말부터 한국 지점을 열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데 아직 한국에서 본격적인 사업은 진행하고 있지 않다. 다만 미국계 IB의 한국 진출이 화제가 됐기 때문에 이런 정황을 개인 투자자 기망에 활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 제프리스 본사 홈페이지 주소(www.jefferies.com)와 다른 주소(www.jfrsclub.com)의 홈페이지까지 버젓이 운영되고 있다. 여의도 주소에 휴대폰 번호 하나만 있고, 홈페이지 구성도 조잡하다. 휴대폰으로 연락하면 SNS 메신저 계정 등록을 요구하고 초대코드를 입력하라고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IB가 개인을 상대로 할리 없는 영업 행태지만 피해자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엔 미국의 4대 은행 웰스파고(Wells Fargo) 이름을 내건 휴대폰 메시지도 무차별적으로 뿌려지고 있다. ‘웰스파고 금융팀의 초청을 받게 되신 것을 축하한다’거나 ‘대화방에 참여하면 단타수익 종목에 관한 정보의 75% 이상을 얻을 수 있다’는 식의 사기성 내용이다. 웰스파고는 작년부터 한국 DCM(채권자본시장)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개인을 상대로 SNS 영업은 하지 않는다.

      국내 증권사와 임직원의 이름을 내걸어 고객을 모집하고 SNS나 메신저를 통해 공모주 청약 등을 권유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불완전 판매나 사기 판매 시 중징계를 피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내 증권사가 시도할 가능성이 없다. 일부 증권사는 ‘정보제공채털을 개설해 운영하지 않으며, 그에 따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하라’는 공지를 서둘러 올려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국내 대형 PEF 운용사(GP)들이 사칭 사기의 대상이 되는 사례도 있다. 역시나 공모주 투자 기회를 주겠다는 식이 많은데 이는 정통 PEF의 영업 방식과 거리가 있다. PEF들은 증권사 PB 센터를 통해 투자금을 모으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국내 유수의 기관투자가(LP)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한다. 상장사에 투자하기도 하지만 비상장사에 사적으로(Private)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이름이 도용된 GP들은 공지를 통해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국내 대표 PEF인 IMM PE도 ‘최근 당사 또는 임직원을 사칭해 청약투자 관련 사기행위가 발생하고 있으니 각별한 주의를 부탁한다’는 게시물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법적 대응을 준비하는 곳도 있다. GP들이 하지 않는 일로 발생한 개인투자자 피해는 보상받기 쉽지 않다.

      한 PEF업계 관계자는 “PEF의 이름을 도용한 사기행위와 피해 사례가 더러 있지만 보이스피싱과 마찬가지로 보상을 받기는 쉽지 않다”며 “PEF 입장에선 평판 부담이 있을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업계 내 평판’이기 때문에 관계없는 개인투자자 문제로 인한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시장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으면 이런 상황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점점 더 교묘한 환경을 만들어 투자자를 현혹시키다 보니 자칫 잘못하면 속임수에 빠질 위험도 있다. 금융감독원도 민생침해대응에 총력을 다하면서도 개인 투자자들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요즘 유명인이나 국내외 금융사, PEF를 사칭 하는 경우가 많아 유튜브와 페이스북, 텔레그램 등을 모니터링하면서 사기 의심 사례들을 찾고 있다”며 “사기 수법들이 교묘하게 진화하고 있어 투자자들이 스스로 경각심을 갖고 조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