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도, 직원들도 차익실현 바쁜 신한금융…'이번이 마지막 기회'
입력 2024.04.01 07:00
    신한금융, 주가 크게 올라 차익실현 매물 잇따라
    사모펀드들 대부분 지분 매각…우리사주도 매도 행렬
    사외이사 추천권도 상실…신한금융과 '결별' 수순
    • (그래픽 = 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 = 윤수민 기자)

      신한금융지주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자 글로벌 사모펀드(PE)에 이어 임직원들까지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PE들은 사외이사 지명권 상실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다. 정부의 밸류업(가치상승) 프로그램에 따른 금융주 상승을 일시적 현상으로 판단하는 의견들이 우세한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가 올 초부터 크게 오르며 임직원들이 잇따라 차익실현 기회를 엿보고 있다. 신한금융 주가는 올해 초부터 금융주 등을 포함한 '밸류업프로그램'에 따른 여파로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28일 종가 기준 4만7200원으로 올라 1월 초와 비교해 20%가까이 상승했다.

      신한은행 임직원들은 지난 2010년부터 월급의 6~10%가량을 의무적으로 모회사인 신한금융지주 주식을 매입해왔다. 2010년 노사합의 과정에서 사원복지연금제도가 우리사주 의무매입 제도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연간 400만원까지 소득공제나 배당소득세 면제 등의 이점에도, ‘만년 저평가’로 꼽히던 금융지주 주식을 매입해야 한다는 임직원들의 부담감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신한금융지주 주가가 급등하면서 수년간 매도 기회를 잡지 못했던 임직원들이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다. 박스권 성향이 강한 금융지주 주가가 오르게 되면서 우리사주 인출 신청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주 급등 직전 미리 우리사주를 팔았던 임직원들과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주가 급등에 우리사주 매입제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신한은행은 올해부터 임직원들이 우리사주 매입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주가 ‘고점’이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현 시점에 우리사주를 매입해야 하는 부담감이 커진 만큼 주가 변화에 따라 우리사주 매입 시점을 고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같은 금융주 상승세에 주주들도 일찌감치 탈출 기회를 엿보고 있다. 글로벌 사모펀드(PE)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너티), IMMPE, 베어링PE, BNP파리바까지 잇따라 신한금융 지분 처분에 나서고 있다. 어피너티는 올해 초 두 차례 신한금융 지분 약 4155억원을 매각해 지분율이 기존 3.96%에서 1.8%로 낮아졌다. 

      IMMPE는 3월 초 신한금융 주식 388만주(지분율 0.7%)를 매각했고, 베어링PE 역시 약 4100억원 규모 신한금융 주식을 처분하며 지분율은 1.8%로 낮아졌다. BNP파리바까지 신한금융 보유 지분 전량인 3.6%를 매각했다. 

      이에 사외이사 추천권도 대부분 상실했다. 사모펀드의 신한금융지주 경영참여가 사실상 종결된 셈이다. 어피너티와 베어링PE는 지분율이 2% 밑으로 낮아지며 더 이상 사외이사 후보를 지목할 수 없게 됐고, BNP파리바는 신한금융과 지분관계 자체가 종료됐다. IMM PE만 신한금융 지분율이 3% 중반대로 낮아지며 사외이사 추천권을 유지하고 있다. 

      PE들은 그간 사외이사 추천권을 통해 경영에 참여해봤지만, 경영참여에 따른 실리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금융지주처럼 과점주주들이 이사진 과반수를 점유하는 게 아니고서야 경영 활동상 유의미한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더욱이 최근 홍콩ELS(주식연계증권) 등 각종 금융사고 발생으로 사외이사 자리에 대한 부담감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사외이사 확보로 ‘득보단 실’이 많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PE들이 잇따라 사외이사 지명권을 상실하고 있지만, 이들이 기존에 추천했던 사외이사들은 이사회에 계속 참여하고 있다. 올해 신한지주 정기주주총회에서도 PE들이 추천했었던 이용국, 최재붕, 곽수근 이사가 재선임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 이사회는 업무량이 많고 전문성이 필요한 자리인데 최근 이사진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보니 새로 추천하기엔 부담이 있을 것”이라며 “다만 PE와 금융지주간 협력관계는 점차 희미해지는 상황은 맞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