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증권사 돈 벌 곳은 트레이딩? PF 지고 채권 뜨며 1년만에 엇갈린 희비
입력 2024.04.02 07:00
    부동산에 울고 채권에 웃었던 증권사들
    IB수수료 32% 감소할 때 채권은 159%↑
    올해도 녹록치 않은 IB에 트레이딩 주목
    WM은 고객 감소 속 고액자산가 유치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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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증권사들이 지난해 국내외 부동산 경기 부진 속 기업금융(IB) 부문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반면 시장금리가 동결되며 채권 평가손익이 크게 늘면서, 트레이딩(S&T) 부문이 IB의 손실을 일부 만회했다.

      이는 직전 연도인 2022년과 비교했을 때 정반대의 결과다. 당시 금리 인상 등에 따라 대규모 채권 평가손실이 발생하며 S&T 부문이 적자를 냈는데, 불과 1년 만에 상황이 뒤바뀐 셈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결국 증권사들이 올해도 기댈 곳은 트레이딩 뿐이란 분석이 나온다.

      27일 금융감독원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증권사 60곳의 일회성 손익을 제외한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20%가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2021년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둔 후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사들의 실적 감소 원인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해외 부동산 투자 등 부동산 관련 손실이 컸다는 평가다. 부동산 금융은 주식자본시장(ECM), 부채자본시장(DCM)과 더불어 증권사 IB 부서의 주요 수익원 중 하나다. IB부문 수수료는 전년 대비 약 3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자기매매(트레이딩) 손익은 전년 대비 약 159% 증가했는데, 채권관련 손익이 크게 증가한 것이 컸다. 이는 지난해 금리 동결이 이어지며 금리가 안정화한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자기매매 부문 중 파생부문 매도파생결합증권에서 평가손실이 크게 증가했지만, 채권 평가차익이 이를 상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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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대형 증권사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26일 기준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자기자본 상위 9대 증권사들 모두 IB부문에서 실적이 크게 줄었다. 일부는 적자전환하기도 했다. 반면 S&T부문은 직전 연도 흑자를 기록한 곳이 2곳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모두 흑자를 기록했다.

      특히 채권 운용에서 큰 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증권이 3970억원으로 가장 높은 평가차익을 거뒀고, 지난해 5980억원 규모의 채권 손실을 기록했던 NH투자증권도 올해는 3068억원의 평가차익을 거두며 반등에 성공했다. 

      이 밖에도 ▲미래에셋증권(2732억원) ▲신한투자증권(2552억원) ▲한국투자증권(2529억원) ▲KB증권(2297억원) 등이 2000억원이 넘는 채권 평가차익을 기록했다.

      하나증권은 9개 증권사들 가운데 가장 높은 채권 평가차익을 기록했지만, IB부문에서 가장 큰 순손실을 기록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하나증권은 ECM, DCM 등 전통 IB 영역보다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부동산 금융을 위주로 성장해왔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냉각되면서 경쟁사 대비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IB와 S&T부문의 처지가 1년 만에 엇갈렸지만, 올해도 증권사들이 기댈 곳은 S&T 뿐이란 설명이다. 부동산 업황 개선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전통 IB 영역인 ECM과 DCM은 증권사 간 주관 경쟁이 치열할 뿐만 아니라 수수료 수익도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한 증권사 ECM 담당자는 "IB에서 실질적인 수익원은 부동산 금융이지 ECM이나 DCM이 아니다"라며 "ECM은 원래 수수료도 높지 않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수료 인하 경쟁까지 붙어 상황이 더욱 녹록치 않아졌다"고 말했다.

      시기가 지난해 예상보다 미뤄지긴 했지만, 여전한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도 채권 운용을 담당하는 트레이딩 부서에 힘을 보탠다. 기준금리가 인하하면 채권 가격은 상승하는데, 최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점도표를 통해 연내 세 차례의 금리인하를 시사한 바 있다.

      증권사의 또 다른 수익원인 자산관리(WM)를 두고는 평가가 엇갈린다. WM은 통상적으로 실적에 큰 기복이 없는 부서이기에 IB에 비우호적인 환경 속에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ETF 등 개인투자자가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 늘면서 고객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단 평가다.

      실제로 지난 2019년 1000여 곳에 달했던 증권사 오프라인 점포는 지난해 800여 곳까지 감소했다. 이에 증권사들은 최근 특화점포 등을 통해 고액자산가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는 추세다. 삼성증권 SNI패밀리오피스센터, 신한투자증권 신한PWM강남파이낸스센터, 하나증권 반포WM센터 등이 대표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올해 증권사에 돈을 벌어다 줄 곳은 트래이딩과 WM 부서가 될 것"이라며 "다만 WM은 직접 투자가 늘면서 고객 수가 점차 주는 추세라 최근 증권사 WM 트렌드는 고액자산가 위주 특화 서비스 제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