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OD 선언에도 살아남은 명동 호텔들…하나대체·KB운용 안도
입력 2024.04.02 07:00
    명동 소재 티마크·스카이파크 호텔, 연이어 EOD 극복
    산업은행 '연장 불가'에도 매수자 찾은 하나대체운용
    경매 유찰에도 신한은행 찾아 리파 성공한 KB자산운용
    "관광·호텔 업황 개선 기대감에 기관투자가 투심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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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부동산 자산들이 대주단의 기한이익상실(EOD) 선언으로 줄지어 경매 시장에 나오고 있지만, 일부 호텔 자산은 예외가 된 분위기다. 호텔 대주단이 EOD를 선언해도 시장에서 매수자를 찾아내거나, 시중은행의 자금 지원으로 대출을 갚아가고 있다. 관광 수요가 점차 늘어나고 호텔 실적이 개선되면서 기관 투자자들이 다시 호텔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명동에 위치한 티마크그랜드호텔은 지난해 말 EOD가 발생하며 경매 절차를 준비해왔다. 최근 매수자를 찾아 매각 협의가 진행되며 경매가 유예됐다. 매도자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하나대체운용)은 이달 8일 그래비티자산운용·안젤로고든으로부터 1차 대금을 지급받았다. 매수자로부터 받은 중도금 1590억원으로 담보대출을 먼저 갚고, 잔금 690억원은 42개월 뒤 받기로 했다.

      하나대체운용은 지난 2016년 공모펀드로 에쿼티 690억원, 대출로 1380억원을 모아 총 2132억원에 코람코자산신탁으로부터 티마크그랜드호텔을 매입했다. 대주단은 KDB산업은행, KDB생명보험, 신한생명, 신한은행, 코리안리 등이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영향으로 호텔 매각이 어려워졌고 배당도 끊기면서 펀드 수익자들의 불만이 커졌다. 이에 산업은행은 2021년 말 만기 연장 불가를 통보했고, 2023년 말 대주단의 EOD가 사실상 확정됐다. 그래비티가 호텔 인수자로 나서면서 대주단의 상환 압박을 피하게 됐다.

      하나대체운용은 2020년 말 투자 매력을 높이기 위해 티마크그랜드호텔을 퇴거하고 오피스빌딩으로 용도변경 인허가를 받아놓은 상태다. 그러나 매수자 측은 해당 자산을 지상 13층, 300여개 객실을 보유한 호텔로 사용할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관광 수요가 급증하고 호텔 업종 실적이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자, 호텔로 활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KB자산운용이 운용 중인 스카이파크호텔 3개점(명동 2동, 제주 1동)도 이달 경매 위기에서 벗어났다. KB자산운용은 호텔을 케펠자산운용에 매각할 계획이었으나, 임차인의 명도 거부로 매매가 무산됐다. 대주단인 NH투자증권이 1628억원 규모의 담보대출 만기를 한 차례 연장해줬지만, 지난해 1월 만기 도래일에 갚지 못해 결국 경매 절차를 밟았고 한 차례 유찰됐다.

      대주인 NH투자증권은 명동 2개점과 제주점에 대해 각각 별개의 경매를 신청했고, 지난해 말 경매 기일이 확정됐다. 홈즈컴퍼니와 이지스자산운용이 컨소시엄을 구축, 해외 투자자 자금을 유치해 호텔 매물을 코리빙(공유주거) 형태의 부동산으로 전환하려고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는 사이 KB자산운용이 신한은행을 비롯한 시중은행에서 1800억원 규모 리파이낸싱에 성공했다. 시중은행들도 명동 호텔의 새로운 대주로 참여하기로 했다. 경매 당시 호텔의 1차 감정평가액이 2292억6000만원을 웃돌자, 사업성을 재인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달 중순 KB자산운용이 대출을 상환하면서 호텔은 주인 바뀜 없이 계속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상환액은 원금 1628억원과 지연이자 약 180억원, 수수료 및 채권회수 비용 60억원 등이다.

      서울 시내 호텔들의 평균객실가격(ADR)은 2019년 12만원대에서 지난해 4분기 17만원까지 30% 가량 상승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에 호캉스 수요가 급증하는 등 업황 회복으로 호텔 실적도 개선세로 접어들고 있다. 신라호텔은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 6347억원을 기록했고, 조선호텔앤리조트의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2배 가량 늘었다. 파르나스호텔은 영업이익 1032억원을 기록,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호텔 담보대출 재매각(셀다운) 대상인 기관투자가들의 반응도 전보다 긍정적인 분위기다. 업황 개선세인 호텔에 투자하면 대형 오피스빌딩 이상의 투자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최근 CBD(종로), GBD(강남)를 중심으로 상업용 오피스 매물이 쏟아지면서 기관들의 관심이 시들해졌다"며 "요즘은 호텔이나 물류센터 같은 매물의 투자 매력도가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