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놀자 美 IPO 초읽기…소프트뱅크의 '10조' 눈높이 맞출 수 있을까
입력 2024.04.05 07:00
    소뱅 및 국내 FI에 연내 상장 계획 전달
    소뱅, 최소 10조 이상 인정 받아야 수익권
    국내 FI들은 안정적 IPO에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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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여행정보 플랫폼 기업 야놀자가 연내 미국 주식시장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전망이다. 이수진 대표가 이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와 국내 재무적투자자(FI)에 IPO 추진 계획을 설명한 상태로 전해지는데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원하는 10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달성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야놀자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영업수익) 약 7667억원, 영업이익 1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2019년 흑자전환에 성공한 이후, 2021년부터 현재까지 감소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영업이익이 감소세이긴 하지만 일단 회사 측이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클라우드 사업부문은 어느 정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클라우드 사업은 지난해 1773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60% 이상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83억원으로 전년대비 흑자전환했다. 클라우드 사업부문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2.6%로 전년과 비교해 5%포인트가량 늘었다.

      클라우드 사업부문의 성장에 힘입어 회사 측은 올해(2024년) 매출액이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플랫폼 여행 플랫폼 시장 규모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던 2019~2020년 큰 폭으로 감소했지만, 2020년 이후 현재까지 꾸준히 커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을 감안하고도 여행 플랫폼 시장 규모는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9%대의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이같은 실적 전망을 바탕으로 야놀자는 올해 미국 시장 IPO 추진 계획을 투자자들에게 전달했고 이를 점차 구체화하는 중이다. 회사는 2021년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다. 지난해 말엔 뉴욕거래소(NYSE) 출신 알렉산더 이브라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영입하며 상장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달엔 뉴욕 맨해튼 지역에 50번째 해외 지사(야놀자 US오피스)를 오픈했다.

      현재 야놀자의 최대주주는 지분 24.9%를 보유한 소프트뱅크 비전펀드(SVF II CRYSTAL SUBCO (SINGAPORE) PTE. LTD.)이다. 2021년 약 2조원을 투자한 소프트뱅크는 1조1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투입하고 약 9000억원은 기존 투자자들이 보유한 구주를 인수했다.

      야놀자는 2015년 최초로 시리즈A(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100억원) 투자를 받았고, 2017년 시리즈B(▲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100억원 ▲SL인베스트먼트 50억원 ▲SBI인베스트먼트 60억원)와 시리즈C(▲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600억원 ▲아주IB투자 200억원) 투자를 받았다. 시리즈C 투자 유치 당시만해도 기업가치는 5000억~6000억원 수준으로 거론됐는데, 불과 6개월만에 시리즈D(▲GIC 2140억원 ▲한화자산운용 300억원 ▲KT 200억원 ▲SBI인베스트먼트 100억원) 투자를 유치하며 단숨에 기업가치 2배(1조1000억원)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8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하며 약 2조원을 투자하면서 기존 투자자들은 밸류업 효과를 봤다.

      회사는 비전펀드의 투자 유치 이후 더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비전펀드는 투자금(8조원) 대비 2배 이상의 수익률을 기대했지만 현실적으로 달성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최소 10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달성해야 유의미한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는 상황이긴 하다.

      비전펀드에 지분을 매각해 이미 목표수익률을 초과 달성한 일부 국내 투자자들은 높은 기업가치 달성보다 안정적으로 미국 증시에 안착하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소프트뱅크의 이해 관계로 인해 IPO가 지연 또는 무산될 리스크를 짊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전해진다.

      현재 야놀자의 장외 주식거래 시장의 시가총액은 약 6조원이다. 국내 FI들 입장에선 일단 7조~8조원 수준의 기업가치로라도 상장에 성공한다면 잔여 지분에 대한 투자금 회수의 길이 열리게 된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이수진 대표가 올해 실적 전망을 바탕으로 강한 의지를 갖고 IPO를 추진하고 있다"며 "팬데믹 이후 실적이 회복세에 있긴 하지만 소프트뱅크가 원하는 10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달성할 수 있을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