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빅배스’ 악몽 떠오르는 농협은행
입력 2024.04.05 07:00
    취재노트
    2016년 대우조선 사태로 농협은행 빅배스 단행
    경기 어려워지면서 농협은행 기업대출 연체율 올라
    신용평가사도 경기민감업종 익스포저 우려 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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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과거 대우조선해양 ‘빅배스’(잠재부실 대규모 손실처리)의 악몽이 재현될까. 농협은행의 부실채권 규모가 가파르게 증가하며, 과거 빅배스를 언급하는 금융권의 목소리가 잦아지고 있다. 

      정부 입김이 상대적으로 강한 농협은행은 과거 기업 부실이 나타날 경우 타격을 입는 대표적인 은행으로 꼽힌다. 대외여건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어려움은 은행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위기에 또다시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47%로 지난해 동기 대비 0.07% 상승했다. 부실채권 증가 탓으로 은행의 부실채권은 12조5000억원으로 불과 1분기만에 1조원이 증가했다. 부실채권의 대부분은 기업여신으로 10조원을 차지했다. 농협은행은 1년 사이 고정이하여신비율이 같은 기간 0.26%에서 0.37%로 40%가량 올라 은행 중에서 국민은행 다음으로 높은 수준으로 증가했다. 

      연체율에선 농협은행이 5대 은행 중에서 가장 높았다. 국민은행은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가장 높게 올랐지만, 연체율은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농협은행의 경우 연체율 상승은 기업대출 탓이다. 지난해 말 농협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0.51%로, 전년 0.32%에 비해 59% 올랐다. 중소기업 연체율은 0.61%로 전년 동기 0.38% 대비 60% 넘게 오른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에 충격이 올때마다 농협은행은 기업대출 연체율이 오르는 일을 반복적으로 겪고 있다. 지난 2016년에는 대우조선해양 부실이 드러나자 대손충당금으로만 1조3000억원을 쌓았다. 다른 시중은행들은 대우조선해양 부실 여파에서 그닥 충격을 받지 않았지만, 농협은행은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당시 농협은행 내부에서도 여신 관리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비판이 일었다. 우리은행도 과거 기업대출 부실 영향을 받는 대표적인 곳 중에 하나였지만, 민영화 과정을 거치면서 여신 관리를 더욱 보수적으로 하면서 농협은행 대비 여신 관리가 잘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산업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이 대표적으로 여신관리가 안되는 은행으로 꼽혔다”라며 “이 중 우리은행은 과거의 오명을 벗었지만, 농협은행은 여전히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라고 말했다. 

      신용평가사에서도 이런 부분을 우려하고 있다. 경기민감업종(철강,조선,해운 등)에 익스포저가 크다는 점은 경기 하강 시 신용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과거 거액부실의 원인으로 작용했던 경기민감업종 여신은 총여신 대비 비중이 축소했으나(2016년말 6.1%에서 2023년 9월말 4.7%) 거액 요주의이하여신이 대부분 경기민감업종에 해당하는 바 업황이 자산건전성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은 크다“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농협은행은 최근 내부등급법 개편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나서는 모양새다. 내부등급법은 은행이 자체 추정한 리스크 측정 요소를 활용해 기업의 신용리스크에 대한 위험가중자산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내부등급법을 개편하기 위해선 감독당국으로부터 승인 받아야 한다. 업계에선 농협금융이 내부등급법 개편 등 리스크 관리에 더욱 철저하게 나서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대우조선해양 빅배스가 언급되는 지점이 이런 부분이다. 대개 빅배스는 지배구조가 바뀌었을때 진행되는 경향이 짙다. 농협은행이 2016년 진행한 대우조선해양 빅배스도 취임 2년차였던 김용환 전 지주 회장과 1년차 이경섭 전 농협은행장이 주도했다. 올해 지주와 은행 모두 첫 2년 임기의 만료를 맞이한다. NH투자증권 인사권 이슈로 체면을 구긴 강호동 중앙회장이 행동에 나서기에 시점이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농협금융 관계자는 “최근 내부등급법 개편에 대해 감독당국 승인을 받았다”라며 ”더 보수적으로 여신을 관리하는 차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