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에코비트, 실적은 게걸음인데...KKR은 팔려도 안 팔려도 그만
입력 2024.04.09 07:00
    작년 전년 대비 매출 늘었지만 이익은 줄어
    실적 성장세 완만해지고 거래 배수도 낮아져
    이번에 안 팔려도 KKR은 염가에 투자할 기회
    매각 측 “진성 매수 희망자 대상 데이터 오픈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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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최근 매각 절차가 시작된 에코비트의 실적 개선세가 둔화하고 있다. 환경기업의 투자 매력도가 전만 못하다 보니 후한 값을 받기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다만 에코비트 지분 절반을 함께 파는 KKR 입장에선 매각 결과가 어떻든 크게 나쁠 것이 없는 상황이다. 인수 경쟁이 치열해지면 높은 값에 함께 팔면 되고, 반대의 경우엔 태영그룹 측 지분까지 사들여 다음 기회를 노리면 된다.

      에코비트는 2021년 태영그룹의 TSK코퍼레이션과 KKR의 이젤에스피브이(ESG·ESG청원)가 합병해 설립된 회사로 양 측이 지분 절반씩을 갖고 있다. 지난 1월 태영그룹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후 에코비트가 핵심 자금 조달 수단으로 부상했다. 최근 티저레터 배포를 시작으로 매각 작업이 본격화했다. 매각 대상은 에코비트 지분 100%, 매각 주관사는 UBS와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다.

      에코비트는 수처리, 폐기물 매립 및 소각 등 환경사업 각 영역에서 국내 수위권 업체다. 다만 성장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의문 부호도 붙는다. 지난 4일 에코비트가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연결기준 매출은 6743억원, 영업이익 1099억원이었다. 전년(매출 6426억원, 영업이익 1208억원) 매출이 5%가량 늘고, 영업이익은 9% 정도 줄었다. 작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2250억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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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환경기업에 대한 주목도는 수년 전만 못하다. 유동성이 넘칠 때는 EBITDA 대비 15배 안팎의 몸값에 거래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엔 10배 언저리가 적당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수처리 사업에선 꾸준히 강점을 보이고 있지만, 폐기물 매립 사업은 언제 가치가 하락할지 모른다는 위험성이 내재돼 있다는 지적이다. 폐기물 처리 단가도 몇 해 전보다 낮게 형성돼 있다.

      한 PEF 임원은 “폐기물 매립의 경우 매립 용량에 한계가 있고 기대 수명도 정해져 있어 큰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며 “보통은 계속 기업이라는 가정 하에 가치평가를 하지만 폐기물 사업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지금 실적을 갖고 가치를 산정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에코비트 매도자와 잠재 원매자간 시각차가 크다. 파는 쪽은 3조원을 바라는데 사려는 쪽에선 2조원 미만이 적정가라는 의견이 많다. 예상보다 괴리가 크다 보니 매도자 측에서 눈높이를 살짝 내릴 것이란 예상도 있지만 격차가 얼마나 좁혀질지 의문이다. 에코비트 자회사인 2차전지 재활용 기업 에코비트프리텍은 분리 매각을 검토했으나 따로 팔아선 제값을 받기 어렵단 판단 하에 묶어 팔기로 했다.

      에코비트 잠재 인수후보로는 국내외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거론된다. 다만 정통 바이아웃(Buyout)보다는 EQT파트너스, 맥쿼리자산운용, 블랙스톤, 브룩필드 등 인프라 분야에 강점이 있는 곳들이 더 주목받는 분위기다. 목표 수익률이 낮은 인프라성 자금이 매도자의 눈높이에 가까이 가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물론 인프라 자금이라고 가격을 무한정 높일 수는 없다. 에코비트를 도로, 항만, 공항 등과 같이 큰 변동없이 꾸준한 이익이 나는 전통 인프라 자산과 동일시하긴 어렵다. 인프라펀드들이 수년 전 글로벌 인프라 호황기에 모인 자금을 쓰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기업까지 살피는 면도 있다. 전통 인프라보다 변동성은 크고, 기대 이익률은 낮은 에코비트 투자를 출자자(LP)들이 반길지 미지수다.

      인수후보들의 제안 금액이 매도자 쪽의 기대와 거리가 멀다면 매각 성사 가능성은 낮아진다. 다만 그런 상황이 돼도 매도자 중 KKR은 크게 나쁠 것이 없다. 비싸게 팔리면 최선이지만 반대의 경우라도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다. KKR은 태영그룹에 자금을 지원하며 태영 측 에코비트 지분 50%를 담보로 잡았다. 태영그룹을 돕기 위해 에코비트 매각에 동의했다는 명분도 확보했다.

      에코비트 매각이 급한 쪽은 태영그룹이다. KKR의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면 매각을 고집하기 어렵고, 지분 절반만 팔아선 더 낮은 값을 감수해야 한다. 반대로 KKR은 시장에서 확인된 금액을 기준으로 태영그룹 측 지분을 사려는 시도를 해볼 수 있다. KKR의 인프라 자금을 더 들이거나, 주머니를 바꿔 에코비트 지분을 샀다가 향후 더 환경이 더 좋아졌을 때 회수하면 된다는 것이다. 원매자들 역시 이런 상황을 잘 알기 때문에 입찰에 적극 참여했다 헛물을 켜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다른 PEF 임원은 “KKR 입장에선 거절 못할 높은 금액 제안을 받아 에코비트를 파는 것이 최선이지만 그럴 가능성은 불투명해 보인다”며 “시장 가격이 낮다는 게 확인되면 KKR이 태영그룹 측 지분을 싸게 사들이면 되기 때문에 KKR 입장에서는 꽃놀이패를 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티와이홀딩스 관계자는 “3조원대 가격에 성공적으로 매각될 수 있도록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진성 매수 희망자들에게 데이터를 오픈할 예정”이라며 “공동매각을 통해 유입되는 자금을 통해 태영그룹은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순조롭게 마무리하고 KKR은 국내에서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