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배상 한다지만…은행권, 소송 우려에 과징금까지 남은 불씨 산적
입력 2024.04.11 07:00
    은행권 과징금 제재심은 일러야 5월부터
    자율배상 시작됐어도 ELS 불씨는 여전
    민사소송 가능성에 과징금 규모도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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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홍콩ELS(주식연계증권) 자율배상 절차가 시작됐지만, 소송의 가능성이 여전한데다  과징금 규모 확정까지 남은 과제가 산적해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자율배상을 과징금 산정시 징계 등에서 참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금융권에선 이를 장담할 순 없는 것 아니냐는 불안한 반응이 여전하다. 일부 금융 피해자들이 100% 배상을 원하고 있는 점도 은행권으로선 부담이라는 분석이다.

      KB국민은행은 오는 15일부터 홍콩ELS 관련 자율조정 절차를 시행하기로 했다. 고객을 대상으로 전체 배상 절차에 대해 안내하고 배상비율 확정 고객에 한해 계좌 만기 도래에 따라 자율조정이 진행된다. 앞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신한은행에 이어 홍콩ElS 판매규모가 가장 큰 국민은행까지 자율조정 시행에 나서고 있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은 이미 배상금 지급을 실행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28일 자율배상위원회를 열고 일부 투자자들과의 합의를 거쳐 지난달 29일 은행권 최초로 배상금 지급이 이뤄졌다고 밝힌 바 있다. 신한은행도 4일 일부 고객에게 처음으로 배상금을 지급했다. 우리은행은 12일부터 손실이 확정된 고객들에 한해 개별 접촉을 실시할 계획이다. 

      은행권의 자율배상이 시작됐지만, 홍콩ELS와 관련된 은행들의 남은 과제는 이제 시작이라는 평가다. 당초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자율배상을 전제로 과징금 등 제제 수위 완화를 암시했지만, 아직까지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이처럼 제재심이 열리기까지 다소 시일이 남아있는 데다 총선이라는 변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시중은행에 홍콩ELS 관련 검사의견서를 송부한 상태다. 해당 내용에 대해 은행들의 소명 절차가 진행되고 나면 이를 토대로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에 올리기 전에 통지서를 송부한다. 해당 통지서 안에 제재 수준이 기재되고 이를 기반으로 제재심이 열리게 된다. 이 과정을 감안할 때 이르면 5월 중순은 되어야 제재심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 사이 총선까지 있어 이를 기점으로 과징금 수위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된 이후 불완전판매 사례에 따른 과징금 수위는 또 다른 변수로 꼽힌다. 막대한 과징금이 예고되고 있어 은행권의 입장에서 유의미한 감경을 받기 위해서는 그만큼 근거 논리가 탄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홍콩ELS 판매잔액은 약 19조원에 이르고 손실금액은 최대 6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2020년부터 시행된 금소법에 따르면 금융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하거나 부당권유 행위를 했을 때 판매 금액의 최대 50%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금소법 이후 홍콩ELS 판매규모가 17조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이론상으로 최대 8조원의 과징금이 부과되는 셈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 재량으로 (과징금 규모와 관련해) 규정상 참작할 수 있게 되어 있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사항은 아니다”라며 “자율배상 규모가 과징금 산정 규모에서 제외되거나 하는 원리는 아니기 때문에 실제 과징금 경감이 얼마만큼 적용될지 은행권의 우려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ELS 배상규모에 만족하지 못하는 일부 소비자들이 나오고 있는 점은 은행들로서는 긴장을 늦추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다. 100% 배상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집단소송 등 민사소송을 진행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분쟁조정기준안을 발표한 이후 일부 홍콩ELS 투자자들은 ‘피해자모임’ 등을 만들어 100% 배상을 주장한 바 있다. 지난 3월29일 국민은행 신관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어 배상비율을 높여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한 금융권 변호사는 “실제로 홍콩ELS 피해자들 가운데 일부는 전액 보상이 아니면 합의하지 않겠다는 분들도 적지 않다.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의미”라며 “다만 소송을 하는 데 드는 시간이나 비용 등을 감안해야 한다는 점을 잘 설명드리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