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킹 '와퍼' 판매종료, 노골적 수익성 강화 나서는 어피너티의 조급증?
입력 2024.04.11 07:00
    취재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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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소비자들은 맥도날드에서 '빅맥·맥모닝'을, 롯데리아의 '새우버거·라이스버거’' KFC '치킨·치킨버거'를 연상한다고 한다(오픈서베이 버거 프랜차이즈 트렌드 리포트 2023).

      버거킹은? 딱 하나의 메뉴를 단연 '와퍼'이다. 이런 '와퍼'를 빼고 어떻게 버거킹을 설명할 수 있을까.

      버커킹을 운영하는 비케이알(BKR)의 대주주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Affinity Equity Partners)가 와퍼 판매 종료라는 초강수(?)를 뒀다.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버거킹이 40년만에 와퍼 판매를 종료합니다. 그 동안 버거킹 와퍼를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는 공지를 통해 와퍼 판매 중단을 시사했다. 

      이후 홈페이지를 통해 "현재 와퍼의 판매를 종료하는 것은 맞다"며 "와퍼 40주년을 맞아 준비하고 있는 다양한 프로모션에 대해 기대를 부탁드린다"고 재차 공지하면서, 실제 와퍼의 판매 중단인지 리뉴얼을 노린 전략인지는 모호해졌다.

      실제 와퍼 판매의 중단이든 노이즈 마케팅이든 소비자들의 공분을 산 것만은 분명하다. 그 어떤 식당과 유수의 프랜차이즈들도 폐업이 아니고서야 수 십년간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대표 메뉴를 단 한 줄로 정리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번 논란은 지난 2020년 롯데리아의 '버거 접겠습니다' 공지 이후 실제로 접는 버거(폴더버거)를 출시한 것과 같은 '마케팅' 수준으로 보긴 어려워 보인다. 

      이는 와퍼 판매 중단의 이면엔 한국에서 활로를 찾지 못하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너티가 있기 때문이다. 수년 전부터 버거킹의 매각을 진행했던 어피너티는 2022년 매각 작업을 중단했다. 버거킹이 이미 손을 탄 거래가 돼버린 이상 이제 잠재적 인수 후보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선 숫자로 증명해야 한다.

      햄버거 업계의 경쟁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해외에서 너무도 잘 알려진 대형 수제버거 브랜드들은 대기업이 직접 판권을 확보해 국내 시장에 상륙하고 있다. 맥도날드로 대표하는 가성비 프랜차이즈와 고급 수제버거 사이에서, 값이 저렴하지도 그렇다고 프리미엄급도 아닌 버거킹의 포지션은 애매해졌다. 

      이를 증명하듯 대다수의 버거 프랜차이즈가 호실적은 거둔 2022년에도 버거킹의 실적이 고꾸라졌는데 비케이알은 전년(2021년)보다 68% 이상 감소한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순손실과 함께 적자전환했다.

      지난해엔 2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가까스로 회복했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또한 30% 증가했다. 인기메뉴의 재출시, 프리미엄 라인업의 강화 등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지난해 4월 버거킹이 내놓은 메뉴 '콰트로 맥시멈 미트 포커스드 어메이징 얼티밋 그릴드 패티 오브 더 비기스트 포 슈퍼 미트 프릭' 세트의 최고가는 1만8500원에 달했다.

      '버거킹의 수익성 강화가 절박한 어피너티'란 키워드를 대입해보면 이번 와퍼 논란이 이해가 간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메뉴는 그 상징적 의미 때문에 가격을 마냥 올리지도, 리뉴얼 하기도 어렵다. 버거킹의 와퍼 또한 가격이 인상할 때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회자된다. 1만8500원의 프리미엄 버거 세트와 7100원의 와퍼 마진율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버거킹은 다른 프랜차이즈 햄버거 브랜드들과 달리 매장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많다. 가성비로 승부하는 맥도날드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결국 매장에 와서 식사를 하는 고객들이 고가의 마진율이 높은 제품을 소비할수록 수익성이 개선되는 구조다. 와퍼 판매를 중단한다는 문구를 결국 와퍼 메뉴를 리뉴얼해 가격을 올리거나 가격은 유지하되 패티의 중량을 줄이는 전략으로 해석한 소비자들이 많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한국에 진출한 팀홀튼도 비케이알, 즉 어피너티가 운영한다. 팀홀튼은 캐나다의 가성비 커피로 너무도 잘 알려져 있다. 캐나다 현지에서 미디엄사이즈(M) 블랙커피를 주문하면 1.83캐나다달러, 한화로 약 1800원 수준이다. 아메리카노 또한 2.49캐나다달러로 한화 약 2500원에 불과하다. 이런 가성비 브랜드 이미지 탓에 한국 시장 진출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쏠렸는데 정작 한국 매장의 판매 가격은 캐나다 현지보다 2배(블랙커피 3900원, 아메리카노 4000원) 더 비쌌다. 스타벅스의 커피가격과 큰 차별성이 없다.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등 이보다 훨씬 저렴한 커피 브랜드가 넘치는 한국 시장에서 가성비로 승부하지 않겠단 전략일 수도 있다. 팀홀튼이 시장에 안착한다면 올해 비케이알의 수익성을 더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가성비를 내세운 팀홀튼의 브랜드 정체성은 이미 사라진 이후다. 똑똑한 소비자들이 이를 얼마나 용납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더 높은 가격, 더 높은 마진율로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단 어피너티의 전략은 노골적이고 구체화하고 있다. 어피너티는 이미 한국 시장에서 새로운 펀드 조성을 위한 펀드레이징을 사실상 멈춘 상태다. 잡코리아를 제외하면 요기요, 락앤락, SSG닷컴 등 어느 포트폴리오 하나 투자금을 회수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과거 한국의 뛰어난 투자 실적을 주도해온 박영택 회장ㆍ이철주 부회장ㆍ이상훈 대표 등 핵심 멤버들은 모두 퇴사했다. 민병철 대표가 이끄는 지금의 어피너티 한국팀은 '버거킹'  대표이사가 '투썸플레이스'로 이직했다는 이유로 경업금지 위반소송을 제기하다가 패소하는 등 투자회사 경영진과 마찰을 빚는 모습까지 연출했다. 

      어피너티가 선보일지 모를 '와퍼2.0(?)'은 어쩌면 어피너티가 앞으로 보여줄 새로운 '전략'의 집대성이 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프랜차이즈 업체를 운영하면서 수익성을 회복하겠다고 40년 최장수 브랜드와 정체성까지 훼손하는 경영 철학. 어떤 결과를 내느냐 따라 사모펀드(PEF) 최악의 프랜차이즈 운영 사례로 기록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