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銀·현대해상 등 큰 손 속속 참전하는 제4인뱅 전쟁…후발주자 한계는 '뚜렷'
입력 2024.04.12 07:00
    제4인뱅 출범 가능성에 기존 금융사들 속속 참여 검토
    카카오뱅크·토스 등 인뱅 사업 불확실성 걷혔단 분석
    다만, 후발주자들 성장성 주춤…중금리 대출 부실 '발목'
    "안쓰는 은행 앱만 늘어나는 것 아니냐"…차별화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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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벌써부터 제4인터넷전문은행 설립 경쟁이 치열하다. 공식적으로 출사표를 낸 컨소시엄만 네 곳이다. 신한은행, 현대해상 등 자본시장 큰 손으로 불리는 기존 금융사도 참여를 모색하고 있다. 

      다만, 관련업계에선 '용두사미'가 되진 않을까 우려의 시선도 있다. 기존의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도 영업이 자리를 잡았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후발주자가 넘어야할 산이 많다는 평가다. 금융당국의 높은 눈높이는 물론 타사와 차별화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더존비즈온이 준비중인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참여를 검토 중이다. 더존비즈온은 전사적자원관리(ERP) 전문기업으로 그간 축적된 기업 데이터를 바탕으로 중소기업 특화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2021년 더존비즈온 지분 1.97%를 취득한 뒤 지속적으로 협업관계를 맺고 있다. 양사가 중소기업 특화 금융플랫폼을 위한 합작법인을 세운 게 대표적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한다면 기업금융 영업이 시너지를 받을 수 있다. 

      현대해상은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체 렌딧이 이끌고 있는 유뱅크 컨소시엄에 합류했다. 유뱅크 컨소시엄은 노년층, 소상공인·중소기업, 외국인 등 제도권 금융회사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금융소외계층을 포용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기존 금융사들이 잇따라 제4인터넷전문은행 출범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이 은행권 과점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인터넷은행의 신규 인허가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등 앞선 사업자들이 업계 내 존재감을 보이면서 사업영역 확대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관련업계에선 기대 보다는 우려의 시선이 많다. 신한은행과 현대해상이 참여한다면 인터넷은행 출범은 순조로울 수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중금리 대출 비중 확대 미션 등으로 앞선 사업자도 사업확장에 애를 먹고 있는 가운데 후발주자 앞에 놓인 장애물이 많다는 관측이다. 

      예컨대 케이뱅크의 2023년 연간 순이익은 1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5% 줄었다. 한 해동안 충당금을 사상 최대치로 쌓은 영향이다. 정부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주요 역할을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에 있다고 본다. 고금리 상황에는 건정성 악화 및 수익성 저하 부메랑을 막아야 되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에 설립될 제4인터넷전문은행에도 비슷한 요구를 할 가능성이 있다.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일정 비율 이상 유지하는 식이다. 인터넷은행 입장에선 자본력 확대를 급선무로 할지라도 자산건전성 관리와 수익성 문제도 챙기지 않을 수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원회가 새롭게 설립될 인터넷전문은행에도 중금리 대출 확대 등 공익적 차원에서 미션을 요구할 수 있다. 현재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연체율 관리에 애를 먹고 있는 것을 보면 신생 은행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력을 모으는 일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은행이 성장하기 위해선 최소 조단위 자본이 투입되어야 하는데 기존 금융사 한 곳만을 뒷배로 삼기는 충분치 않다는 시각이다. 토스뱅크의 경우에도 하나은행, SC제일은행 등 다수 금융사가 FI로 참여했음에도 투자유치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목소리가 많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격언처럼 제4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이 기대 이하의 결과로 나올 수 있다는 냉소가 있다. 

      앞선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쓰지 않는 인터넷은행 앱이 여럿 늘어나는데서 끝날 수도 있다. 차별화가 관건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