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광풍 지나니 '기후변화'로 시각 좁힌 글로벌PEF
입력 2024.04.16 07:00
    '탈탄소'의 '천지개벽'에서 수익 기회 노려
    핵심은 결국 '수익률'…자생 가능 사업 투자
    글로벌PE 투자에 국내 시장도 확대될까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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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ESG 테마가 시들해지자 글로벌 사모펀드(PEF)운용사들은 '기후 변화'로 눈을 돌리고 있다. 잦아진 자연재해, 이상 기후 등 ‘기후 재앙’이 현실이 되면서 탈(脫)탄소(decarbonization) 사업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에서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거대한 화석연료 시장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돈을 벌' 기회들을 포착하기 위해 앞서 움직이고 있는 분위기다. 

      기업활동에서 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개선 등의 요소를 뜻하는 ESG 테마는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 열기가 식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각광 받았으나 이후 투자수익률 저조와 정부의 규제 강화, 고금리 등 다양한 요인들 때문에 투자자들은 고개를 돌렸다. 

      ESG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ESG가 기본이 되기도 했고, ESG가 워낙 범주가 큰 개념이기 때문에 단순히 묶기가 어렵다는 점이 ESG라는 테마 자체의 인기가 떨어진 이유라는 설명이다.  

      특히 '환경' 섹터의 한 범주인 '기후 변화'는 더욱 각광 받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더 이상 미래가 아닌, 현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남극의 기온이 한때 계절 평균보다 38.5도나 높다는 사실이 관측되며 전세계에 충격을 안겼고, 전세계적으로 기록적인 폭우나 폭염 등 기상이변이 나타나면서 산업계뿐 아니라 실생활에도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기후 재앙'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기업들이 예측 불가한 자연재해 리스크를 예방하고, 회복력을 높이기 위한 리스크 평가 분석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에 따라 대응 결과가 달라지고 있다. 기후 변화로 지진이나 홍수 등 자연재해가 잦아져 보험 등 관련 보험 상품이 출시되기도 했다. 다양한 산업과 기업에 투자하는 사모펀드 등 투자자들도 천재지변으로 인한 리스크에 대한 예측과 대비가 더 중요해졌다. 

      해외에서는 기후 변화에 집중하는 투자 트렌드도 나타난다. 대표적인 사례가 세계 최대 규모 PEF인 TPG(텍사스퍼시픽그룹)가 2021년부터 운영하는 라이즈 클라이밋 펀드(TPG Rise Climate Fund)다. 해당 펀드는 2022년 73억달러(약 9조원)로 조성을 완료해 세계 최대 규모 기후펀드다. 2022년 3월에 펀딩을 시작해 지난해 말 클로징한 라이즈 기후펀드3은 27억달러(한화 약 3조원)에 달한다. 

      TPG 창업주인 짐 콜터 회장이 이끌고 있으며 골드만삭스 회장과 미 재무부장관을 지낸 헨리 폴슨이 펀드 집행 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근에도 콜터 회장이 직접 중동의 기관투자자(LP)들을 만나 해당 펀드에 대해 설명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그 외에도 블랙스톤 크레딧은 '지속가능 자원(Sustainable Resources) 크레딧 플랫폼 펀드' 등을 운영하고 있고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는 '글로벌 임팩트 펀드'(Global impact Fund) 등을 운영하고 있다. 

      물론 아직 해외에서도 기후 변화 투자에 특화된 하우스는 손에 꼽을 수준이다. 해외 대형 기관들도 화석연료, 가스 등에 투자하던 에너지 펀드 인력을 그대로 옮겨 이름만 ‘신재생 에너지 펀드’로 둔갑한 경우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한 ‘친환경 인프라 투자’라는 명목 하에 성격이 애매모호한 투자자산에 투자하는 사례도 많다. 

      투자 시장에서 기후 변화 테마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수익성'이 핵심이다. 글로벌 경제에서 화석연료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다보니, 탈탄소 과정에서 이익을  낼 기회가 생길 것이라는 기대가 투자자들이 이 테마에 거는 기대다. 내연기관 차량에서 전기차로 변화하는 과정이 나타나고 있는 것처럼, 탈탄소가 결국은 ‘천지개벽’을 가져오는 과정에서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ESG 테마의 인기가 식은 가장 큰 이유도 결국 수익률 문제였다. 엔데믹 시기에 정유 업체들의 주가가 치솟으면서 ESG펀드의 수익률이 떨어지기도 했다. 결국 정부의보조금 등에 기대는 성장이 아니라, 자가 생존을 통한 지속 가능하게 '돈을 버는' 곳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블랙스톤이 부동산 섹터에 투자하면서 부동산PEF 부문이 생겨났듯, 탈탄소 시장도 돈이 몰리고 투자 사례가 늘어나면 결국 하나의 PEF 섹터로 자리잡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글로벌 PEF관계자는 “기후 변화를 저지하기 위한 탈탄소 과정은 돌이킬 수 없는 사실이고, 전세계 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산업이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돈을 벌 기회가 있다고 보고 있다”며 “한국 시장은 아직 글로벌 시장에 비해 체감도가 훨씬 낮기 때문에 국민연금, KIC 등이 먼저 주목해야 개별 기관 등 시장에서도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