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기 상장·오버행 질문에...'성장성'만 내세운 HD현대마린
입력 2024.04.15 15:52
    취재노트
    사업의 성장성으로 논란 관련 질의 답한 HD현대마린
    해외 기관 관심도에 비해 미지근한 국내 기관들
    "이 정도 자신감이면 흥행해야" 어깨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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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HD현대마린솔루션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오버행 우려, 쪼개기상장 및 고밸류 논란 등에 대한 질문 세례를 받았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영위 중인 애프터마켓(AM) 사업의 성장성에 해외 기관투자자(이하 기관)들의 반응이 호의적이라고 반론했다. 

      해외에서는 좋게 평가하고 있으니 현재 국내 시장의 논란은 오해에 불과하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동문서답'이라는 볼멘소리가 일각서 제기되는 가운데. 이런 시각차가 수요예측 과정을 통해 공모가에 어떻게 반영될지 관심이 모인다.

      15일 HD현대마린솔루션은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영위 중인 사업의 성장성과 공모자금을 바탕으로 한 인수합병(M&A) 계획 등을 설명했다. 이기동 HD현대마린솔루션 대표이사는 "HD현대마린솔루션은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어려운 유니크(Unique)한 회사로, 독립 엔진 서비스와 친환경 개조사업을 동시에 영위하는 기업은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기자간담회 마무리 무렵 진행된 질의응답(Q&A)에서는 HD현대마린솔루션이 상장에 착수한 이래 제기된 여러 논란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먼저 그간 제기된 고밸류 논란과 관련된 질문이 나왔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피어그룹(Peer Group)에 HD한국조선해양을 비롯해 스웨덴 알파라발(ALFA LAVAL AB), 노르웨이 콩스버그(Kongsberg Gruppen), 유럽 바르질라(WARTSILA OYJ ABP)를 선정, 이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을 평균, 할인 적용해 31배로 산정했다. 

      해당 PER을 적용하면 HD현대마린솔루션의 기업가치는 3조2000억~3조7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2021년 1조7000억원의 몸값에 HD현대가 보유한 HD현대글로벌서비스 지분 38%를 인수한 점을 감안하면 몸값은 두배 이상으로 증가한 셈이다.

      이에 대해 HD현대마린솔루션 측은, 성장성이나 수익성, 경쟁우위 등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프리미엄을 더 받아야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피어그룹 선정을 두고도 전세계 유일한 사업이다보니 적절한 피어그룹이 많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쪼개기 상장 논란 관련 질문에 대해서도 유사한 대답을 내놓았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HD현대중공업에서 분사해 출범한 선박 서비스 전문회사다. 과거 상장기업의 물적분할과 쪼개기상장이 사회적 이슈로 부상된 데 따른 질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HD현대마린솔루션 측은 "과거 AM사업에 대해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HD현대중공업 가치에 묻혀 밸류를 인정받기도 어려웠다"라며 "분사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하나 더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중복 상장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주주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오버행 이슈에 대한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도 성장성을 다시 내세웠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총 890만주(발행금액 6300억원 수준)를 공모하는데 그 중 신주모집과 구주매출 비중은 각각 50%다. 지난해 초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12조7500억원) 다음으로 공모규모가 큰데, LG에너지솔루션의 구주매출 비중은 20%에 그침에도 불구하고 한때 오버행 이슈에 대한 우려로 주가가 하락세를 기록한 바 있다.

      HD현대마린솔루션 측은 "HD현대는 고배당주인 HD현대마린솔루션 지분을 시중에 내놓을 이유가 없고 KKR과는 시장 충격이 가지 않는 선에서 엑시트(투자금회수)를 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IPO 공모 이후 KKR이 보유한 HD현대마린솔루션 지분율은 24%로 떨어진다. 향후 성장성을 감안해 KKR이 보유한 해당 지분을 매입하고자 하는 기관들의 수요도 많다는 입장이다.

      김정혁 HD현대마린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기관들 중에서 물량을 많이 받지 못하는 기관들은 KKR이 보유하고 있는 물량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라며 "향후 시장가격이 형성되는 것을 살펴야 한다. KKR은 지금으로선 배당을 해주니 팔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해외 기관들 사이에서 HD현대마린솔루션이 영위하는 AM 사업의 특이함에 주목하는 시선이 관측되는 건 사실이다. 향후 조선업 사이클이 개선됨에 따라 조선업 관련주의 주가가 크게 오를 것을 감안하면 HD현대글로벌서비스의 공모가는 할인된 가격이기 때문에 투자 유인이 있다고 보는 분위기도 있다.

      반면 국내 기관들 사이에서는 분위기가 갈리고 있다. 조선업은 사이클이 분명한 산업이다. 2025~2026년부터 본격 친환경 선박 교체 사이클이 시작된다고 하지만 이 또한 아직까진 불확실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물론 소위 '파두 사태' 이후 증권신고서에 수익 관련 불확실한 요소들을 모두 기재하는 분위기가 있긴 하지만, HD현대마린솔루션은 증권신고서에 국내 및 중국 경쟁업체가 우수한 역량을 갖추는 경우 영업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조선업이 성장하더라도 수익 성장이 그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고 기재하고 있다. 다만 기자간담회에서는 "HD현대마린솔루션이 영위하는 사업은 라이선스가 필요하다"라며 우려를 일축시켰다. 

      공모 물량이 큰 만큼 지수 편입 가능성이 높은 터라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등 패시브 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들은 관심을 가질 순 있지만 공모주 펀드만을 운용하는 매니저들의 관심은 그리 높지 않다는 설명이다. 패시브 펀드 수요에 따라 공모 절차는 무리 없이 추진될 전망이다. 이에 흥행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국내 공모주 펀드의 경우 지수 추종을 하지 않아도 되고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지수 편입을 감안해 펀드에 담아야하는 매니저들은 락업(의무보유) 확약을 길게 걸 수도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오는 16일부터 HD현대마린솔루션은 국내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 나서게 된다. 공모물량 측면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뒤를 이을 발행사로 꼽히며 금융당국에서도 주의깊게 지켜보는 상황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의 상장 흥행 여부는 뒤이어 상장에 나설 케이뱅크, 서울보증보험, DN솔루션즈 등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