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지는 태영건설 자구계획 합의 …산은 설명회 이후에도 ‘산 넘어 산’
입력 2024.04.16 07:00
    산은, 오는 16일 태영건설 채권단 설명회 개최
    출자전환한다지만…규모 및 동의 여부가 관건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설명회를 개최하고 구체적인 자구계획안(기업개선계획)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어디까지나 절차상 과정일 뿐이란 지적이 나온다. 심지어 설명회에서 나온 안을 두고도 진통이 예상된다. 그만큼 채권단 내에서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가 나서야 할 이슈지만, 총선 이후 힘이 빠진 현 정부에서 얼마나 강하게 자구안을 밀어붙일지도 미지수다. 

      산업은행은 16일 태영건설 주 채권단 18곳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고 채권단 설득에 나선다. 해당 자리에선 태영건설 사업장 실사결과 및 경·공매 처리 등 민감한 이슈가 다뤄진다. 더불어서 출자 전환 등 자본확충 방안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산은은 지난 11일에 기업개선계획을 결의할 예정이었다. 태영건설 PF사업장 처리 문제에 대한 합의에 시간이 걸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문제가 된 PF 사업장은 서울 마곡지구 CP4 사업장과 경남 김해 대동면 산업단지, 서울 서초동 백암빌딩, 강원 강릉 모노그램,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 공동주택 사업장 등이다. 일부 사업장에선 추가대출 논의가 진행되고 있고, 경·공매에 대한 논의도 오고 가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태영건설 관계자는 “PF 사업장 정리 방안이 마련되고 있고 준공 사업장의 입주도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산은도 기업개선계획 결의에 속도를 내겠단 입장이다. 한 산은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기업개선계획 결의를 마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설명회 개최에도 채권단 내에선 기업개선계획 결의가 산은의 의지처럼 순조롭게 진행될지에 대해서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그 이유론 59개나 이르는 PF 사업장마다 채권단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선순위와 후순위 채권자의 입장차가 너무 크다”라며 "사업장 매각이 이뤄질 경우 후순위 채권자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사업장을 끌고갈 의지가 강하다. 그러려면 추가적인 자금 투입이 필요한데 이에 대해선 선순위 채권자들이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연기금 등은 배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점을 우려한다. ‘헐값’에 사업장을 매각해 손실이 발생할 경우 연기금에 출연한 개인들이 손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이 관계자는 “연기금은 매각 후 손실이 날 경우 책임 문제가 발생 할 수 있어 섣불리 합의에 나서기 힘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출자전환 규모를 정하는 것도 골칫거리다. 태영건설은 지난해 말 기준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선 채권단 출자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의 태영건설 대여 자금 4000억원을 출자 전환하고, 채권단은 기존 채권 7000억원을 출자 전환해 자본잠식을 벗어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한 부동산 PF 관계자는 “과거 금호산업 워크아웃 때를 비춰봐도 출자전환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며 “대주주뿐 아니라 채권단도 출자를 통해 부채를 주식으로 돌려 재무구조 개선에 힘을 보탤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관건은 채권단이 출자전환에 얼마나 동의하느냐다. 일부 채권단은 출자전환이 이뤄지게 되면 해당 자금을 회수하는데 더욱 시간이 걸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대출을 내줬던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에쿼티(지분) 투자자가 되는 만큼 이에 따른 위험가중자산(RWA) 가중치가 높아지는 부담을 입는다. 특히 2금융권은 건전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는 점에서 채권 회수를 빨리 하고 싶어한다.

      태영그룹 입장에선 채권단 조율 과정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가장 확실한 카드인 에코비트 매각에 공을 들이고 있다. 태영그룹은 반드시 3조원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요 대기업과 사모펀드(PEF)가 잠재 인수후보 물망에 오르지만 시각차가 적지 않은 터라 성사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결국 이 때문에 자율에 맡겨두었을 경우 합의가 늦어지고 문제가 더 심각해 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미 한차례 기업개선계획 결의가 늦어진만큼 정부가 강하게 개입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다만 총선 이후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이 얼마나 속도감 있게 진행될 수 있을지에는 변수다. 수많은 채권자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해선 결국 정부가 이들을 압박해야 한다. 하지만 부동산 문제 처리에 대해서 여당과 야당이 입장차가 명확해 정부의 안을 채권단들이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여당의 총선 패배 이후 정국 주도권을 야당이 가져가려는 모양새”라며 “이 때문에 채권단을 포함한 이해 당사자들이 정부 안을 얼마나 믿고 따라줄지 현재로선 장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TY홀딩스측은 "현재로선 특별한 입장은 없으며 추후 진행상황을 지켜볼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