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알리·테무 공습에 '군자금' 걷는 쿠팡…최대 리스크는 '국민정서법'?
입력 2024.04.16 07:00
    쿠팡, 와우 멤버십 38% 인상 정책에 주가 11.5% 상승
    요금 올려 中 업체 대응·해자 강화 전략에 시장은 환영
    재투자·선순환 효과 기대감 높지만…여론 어떨지 의문
    지배력 커지며 반감도 커져…관리 실패시 규제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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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쿠팡이 두 번째 유료 멤버십 요금 인상에 나선다. 중국 이커머스 업체가 시장 지형을 뒤흔들자 자체 생태계를 더 단단히 보강하기 위해 군자금을 걷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가들은 쿠팡 주가를 밀어올리고 있다. 재투자를 통해 요금이 오른 만큼의 만족도를 이끌어내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 덕이다. 

      그러나 여론은 고무줄처럼 움직이고 있다. 타 구독 상품 대비 절대적인 가격이 낮아도 지배력을 키워가는 쿠팡에 대한 막연한 반감이나 우려가 늘어난 탓이다. 3000원어치 이상 효용을 제공해도 '국민정서법'을 넘어서지 못하면 규제 위협을 마주하게 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지난 12일(현지시각) 쿠팡 주가는 전일보다 11.49% 오른 21.25달러에 마감했다. 쿠팡이 이달 13일부터 유료 서비스 '와우 멤버십' 요금을 기존 월 4990원에서 7890원으로 변경하겠다고 밝히며 실적 개선 기대감이 대폭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쿠팡 주가가 20달러를 넘어선 건 지난 2022년 이후 약 1년 6개월여만이다. 

      일단 시장은 요금을 올려 경쟁사 추격에 대응하는 전략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쿠팡은 3년간 3조원을 투자해 로켓배송 서비스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와 국내 경쟁사들의 연합전선 구축에 대응하기 위한 복안으로 풀이되는데, 요금 인상과 투자 재원 마련이 무관하지 않을 거란 시각이 많다. 쿠팡이 멤버십 회원 1400만명을 대상으로 요금 38%를 인상하면 매월 400억원, 매년 약 5000억원 수준 순익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쿠팡 물류센터 10분 이내 거리에 살고 있는 국민이 90%를 넘겼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한 번 더 투자를 마치면 오픈마켓 입점 경쟁까지 강력한 해자가 구축될 전망"이라며 "점점 더 경쟁사들이 따라가기 힘든 지위를 구축하면서 주주가 아니라 자체 고객에게 비용을 청구하는 점 등이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년 전 쿠팡이 처음 멤버십 가격을 인상했을 때에도 우려가 없지 않았지만 멤버십 가입자는 기존 900만명에서 1400만명으로 늘어났다. 쿠팡이츠나 쿠팡플레이 등 연계 서비스 투자를 확대하며 활성 이용자 수나 체류시간 등 지표가 모두 개선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했기 때문이다. 

      다만 두 번째 요금 인상에서도 같은 전략이 먹혀들지에 대해선 낙관하기 어렵단 분위기가 전해진다. 인상 후 월 7890원이라는 요금이 여타 구독 상품 대비 저렴한 것은 사실이나 여론이 합리적이지만은 않다는 점 등이 변수로 꼽힌다.  

      컨설팅펌 한 관계자는 "이제 CJ나 신세계, 네이버 등 경쟁사들은 국민 소비습관을 뜯어고치지 않는 이상 대응이 불가한 수준까지 쿠팡 지배력이 올라가고 있는데, 여기에 대한 반감도 만만치 않다"라며 "월 8000원이면 여전히 싼 가격이지만 1위인 쿠팡에 대해서만 다른 잣대가 적용되는 것 자체가 리스크가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쿠팡이 쿠팡이츠 배달비 무료 서비스를 발표했는데 그렇게 한지 18일 만에 와우 회원비를 올린 것도 결국은 조삼모사식 '비용 전가'와 다름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여론이 요동치기 이전에 요금 인상분 이상의 서비스 만족도를 끌어내더라도 독점적 지위를 완성해가는 과정 자체가 위협이 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중국 이커머스 업체의 상륙 저지가 아니라 국내 경쟁사 중 탈락자가 나올 경우 역으로 쿠팡이 곤란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선거 직후 요금 인상 정책이 발표되면서 정치권 관심이 집중되는 점 등도 변수로 거론된다. 

      투자업계 다른 한 관계자는 "사업을 잘하고 대관을 아무리 강화해도 여론 관리가 안 되면 규제 리스크로 연결될 가능성도 감안해야 한다"라며 "결국 국내 대기업이나 스타트업 등이 경쟁사인데, 이들 중 망하는 케이스가 나오면 욕은 쿠팡이 먹을 수도 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