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ㆍ금리ㆍ환율 불안에 2600선 가까스로 지킨 코스피...'밸류업 무용론'도
입력 2024.04.16 15:49
    코스피, 외국인·기관 매도세에 2% 넘게 하락
    중동 분쟁 불안감에 원-달러환율 오버슈팅 영향
    고물가 지속 가능성에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 후퇴
    대통령 담화도 영향…"밸류업 사실상 포기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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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원-달러 환율이 1400원까지 치솟으면서 코스피가 2% 넘게 급락했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달러 선호 현상이 심화, 자금 유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하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밸류업 정책 포기를 시사하는 것이란 해석이 나오면서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거래일 대비 2.3% 하락한 2609.63으로 장을 마감했다. 중동 지역 긴장으로 약세 출발한 코스피는 원-달러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며 연고점을 경신하자 낙폭을 키웠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506억원, 2488억원을 순매도하며 증시가 떨어졌다. 반면 개인은 4825억원을 순매수했다. 

      이스라엘이 이란에 반격 가능성을 시사하며 외국인 자금 수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간밤 뉴욕증시는 이스라엘이 이란에 '고통스러운 보복'을 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3대 주요지수가 모두 하락했다. 위험자산인 주식에서 자금을 빼내어 국채, 금, 달러 등 안전자산으로 옮기려는 움직임이란 설명이다.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 때 1400원에 다다랐다. 이날 오전 15원 넘게 급등하며 1년5개월만에 1400원을 넘어선 것이다. 1400원대를 기록한 건 1990년 환율변동제 도입 이후 지금껏 세 번 밖에 없다. 원화 약세가 국내 증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환율 상승을 용납하는 듯 했던 외환당국도 부랴부랴 구두개입에 나섰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이날 오후 3시경 "외환당국은 환율 움직임, 외환수급 등에 대해 각별한 경계감을 가지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환율 상승세는 누그러졌고, 전일 대비 6.5원 상승한 1395원선에서 이날 거래를 마무리했다.

      국내 증시 상승 동력이었던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변하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 등 미국 경제 지표가 예상보다 좋게 나오고 있어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이란-이스라엘 분쟁 가능성이 고유가를 촉발할 수 있기 때문에 금리인하 시점이 생각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대두 중이다. 

      이날 나왔던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도 결과적으로는 증시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증시 부양 정책의 후퇴 가능성을 시사한 까닭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담화에서 "증권시장에 자금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조치했으며 기업의 밸류업을 지원했다. 그러나 주식시장에 접근하기 어려운 서민들의 삶에 대한 배려가 미흡했다"라고 말했다. 

      증시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밸류업 등 증시 부양 정책을 포기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증시 부양책이 총선에서 투표로 연결되지 않은데다, 여소야대 형국이 지속되며 밸류업 프로그램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기가 더욱 어려워진 까닭이다. 전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밸류업 정책을 차질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힌 것과 다소 온도차가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내 증시 급락의 본질은 원달러 환율의 오버슈팅 영향이 큰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며 "향후 이 환율의 향방에 따라 증시 불안이 진정 혹은 반등의 동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