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PEF) 무덤 된 F&B…역전할머니맥주 고공행진 언제까지 지속될까
입력 2024.04.19 07:00
    각광받던 F&B, 수 년 새 가치평가 반토막
    최근 PEF 맞은 역전할머니맥주는 고공행진
    원조 프리미엄에 불황기 가격 경쟁력 주목
    트렌드 변화·경쟁사 부상…회수 앞당길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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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식음료(F&B) 프랜차이즈는 사모펀드(PEF)가 선호하는 투자처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한 지 오래다. 햄버거와 치킨, 패밀리 레스토랑 등의 투자 매력도가 약화하며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창 호황기 F&B 기업은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10배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지금 원매자들의 눈높이는 5배 아래다. 유행이 워낙 자주 바뀌니 앞으로 5년간 사업을 유지한다는 확신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비교적 최근 PEF 주주를 맞은 역전할머니맥주(법인명 역전FnC)는 F&B 기업 중에선 드물게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역전에프앤씨는 1982년 익산역 앞에서 영업하던 ‘엘베강’ 맥주 가게가 모티브로 ‘살얼음 맥주’의 원조다. 2016년 5곳이던 가맹점은 2021년말 784곳으로 늘었다. 2022년 케이스톤파트너스에 인수된 후 추가 출점을 이어갔고, 현재 가맹점 수는 900곳을 넘어섰다.

      가맹점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실적도 따라서 늘고 있다. 2020~2021년 200억원 언저리이던 EBITDA는 2022년 292억원이 됐고, 작년엔 400억원 가까이로 늘어났다. 매년 100억원 가까운 증가세다. 케이스톤파트너스는 역전FnC를 1450억원을 인수하며 절반은 인수금융으로 조달했는데, 현금창출력을 활용해 인수금융 상당부분을 상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역전FnC의 성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폐점율을 최대한 낮게 관리하면서도 매년 50곳가량의 추가 출점 전략을 펴고 있다. 아직 내부 판단상 포화 상태에 이르기까지 수 백 곳의 여유가 있는 만큼 가맹점이 늘어날수록 실적 외형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1100곳 안팎까지는 인근 가맹점간 간섭 효과가 크지 않다는 시선도 있다.

      역전FnC가 가진 ‘원조’ 프리미엄도 상당하다는 평가다. 회사는 주력인 살얼음 맥주의 품질 관리에 정평이 나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매년 늘어나는 가맹점에 안정적으로 생맥주를 대기 위해 입찰을 실시하고 있는데, 이 물량이 한국 생맥주 시장 점유율의 10%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브랜드 이미지나 사업 안정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F&B 프랜차이즈의 유행이 워낙 급히 바뀌기 때문에 과거 높은 기업가치에 투자한 PEF들이 애를 먹는 곳이 대부분”이라며 “현시점 사업이 잘 되는 F&B 프랜차이즈는 역전FnC가 거의 유일한데 아직 출점 여력이 있는 만큼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역전FnC가 소비자의 주목을 받은 데는 맥주 외에 저렴하고 질 좋은 안주도 한몫했다. 경기 불황이 이어지며 가격 경쟁력이 더욱 주목받았다는 것이다. 이런 이미지를 이어가기 위해 회사 측은 신메뉴 개발에 상당한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가성비’ 전략이 언제까지 유효하느냐는 것이다. 지금은 역전할머니맥주 앞에 손님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지만 유독 한국 소비자가 유행과 트렌드에 민감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언제 분위기가 달라져도 이상하지 않다. 금별맥주나 밀회관 등 비슷한 콘셉트의 프랜차이즈들이 속속 세를 확장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시장 트렌드가 언제 바뀔지 모르고, 수년 내 가맹점 수가 포화상태에 이를 가능성이 큰 상황이기 때문에 PEF 주주도 회수 시기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고점에 닿기 전에 회수에 나서야 좋은 성적표를 거둘 수 있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역전할머니맥주는 가성비로 주목받으며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F&B 시장의 트렌드 변화가 심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주가 회수 시기를 앞당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