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회사채 투자한 개미 돈 묶인다...채권 50% 출자전환 전망
입력 2024.04.22 07:00
    산은, 태영건설 기업개선계획안 확정 및 채권단 회람
    태영건설 회사채 투자자는 50%가량 주식으로 전환해야
    출자전환 주당 2310원 결정…4억6000주 늘어날 전망
    대폭 늘어난 주식·부동산 업황 악화로 '돈 묶일'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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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태영건설 회사채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의 돈이 당분간 묶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전 워크아웃사례와 달리 개인투자자들의 원금을 보장하는 내용이 태영건설 기업개선계획안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채권자는 무담보채권의 50%를 출자전환해야 하는데 개인투자자 입장에선 주가가 언제 상승할지 한없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태영건설 기업개선계획안을 전날 확정, 채권단 협의회에 소집 통보한다. 기업개선계획안에는 대주주 및 채권자들의 고통분담 방안이 담겨있는데 태영건설 회사채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도 예외없이 동일하게 적용 받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전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선 개인투자자가 채무 조정의 대상이 아니었던 것과 대조된다. 

      적지 않은 개인투자자들이 태영건설 회사채를 사들인 것으로 알려진다. 태영건설은 지난 2021년 1000억원 규모의 무보증 사채인 '태영건설68'을 발행했다. ▲키움투자자산운용(500억원), ▲멀티에셋자산운용(200억원) ▲삼성증권(100억원) ▲삼성자산운용(100억원) ▲산업은행(80억원) ▲하이투자증권(20억원) 등 금융기관들이 매수했는데, 이 중 증권사 물량인 120억원 정도가 개인투자자에게 판매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업개선계획안에 따라 태영건설 회사채 1000억원 중 500억원이 주식으로 바뀔 예정이다. 금융채권자는 무담보채권의 50%를 출자전환해야 한다. 원래대로라면 올해 7월 만기가 도래했을때 채권을 상환받아야하지만 도리어 절반정도는 거래정지 중인 주식에 묶이는 셈이다. 태영건설은 작년 재무제표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받고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돼 거래가 중단됐다. 상장폐지에 대해 거래소에 이의 신청을 한 상태다. 

      이의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최장 1년의 개선기간이 주어진다. 해당 재무제표에 대한 재감사에서 적정의견을 받아야 상장폐지 사유가 해소된다. 채권단이 기업개선계획안을 받아들이고 빠르게 재무 개선이 이뤄진다면 주식 거래가 정상화될 수도 있다. 

      다만, 계획대로 1조원의 출자전환이 이뤄진다면 상장 주식 수가 약4억6000개 늘어난다. 거래정지 전 상장주식수가 3900만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10배가 넘는다. 시가총액은 900억원에 불과한만큼, 출자전환 전에 감자가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주식수가 대폭 늘어나 주가 상승 및 투자원금 회수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과거 워크아웃 당시에는 개인투자자들의 채권투자액을 보호한 사례가 여럿 있었다. 이전 기업구조조조정촉진법에선 개인투자자가 채권 금융기관이 의결하는 채무재조정의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개인이 보유한 채권은 만기 때 상환을 요청할 수 있었다. 지난 2003년 SK글로벌 워크아웃 당시 채권에 투자했던 개인들은 원금을 손해보지 않고 돌려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태영건설 회사채 투자자들 사이에선 출자전환 후, 주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부동산 업황이 안좋아 건설사 영업환경이 녹록지 않고 워크아웃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돼 투자금 회수까지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단 불확실성 때문이다. 일반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기업개선계획안이 채권단 협의회에서 의결돼 워크아웃이 순항하게 되더라도 원금 회수에 수년이 걸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